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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nt it Rock 1 - 남무성의 만화로 보는 록의 역사, 개정판 ㅣ Paint it Rock 1
남무성 지음 / 북폴리오 / 201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일찍이 <Paint It Rock>같은 책은 존재하지 않았다. 'Paint It Black'을 다룬 록에 관한 외국서적들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지만, 이렇게 록의 역사를 우리들의 모국어인 한글과 풍자적인 만화로 에리하게 다루었던 책은 아직 나온 바 없다. 만화가와 작가, 두 사람이 하기에도 벅찬 이 작업은 그 누구도 시도하기 어려운 일이다. 남무성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본문9p_성시완 추천의 글 中 )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예외가 있다면 바로 록이다. 강렬한 사운드와 비트 그리고 관객을 압도하는 강렬한 싱어의 보이스가 나에게는 거칠게만 느껴졌다. 부활, 김종서, 윤도현 등 대중적인 느낌이 가미된 록발라드로 인해 록에 대한 인식을 조금은(정말 조금) 바꿀 수 있었지만, 록에 대해 나는 참 많은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남무성의 만화로 보는 록의 역사' <<PAINT IT ROCK>> 역시 딱히 읽고 싶은 장르의 책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기심을 느낀 것은 아마 표지때문은 아니었을까 싶다. 록의 역사를 다룬 책에 왜 비틀즈로 표지삽화를 장식했을까? 이런 호기심에 읽기 시작한 책은 록에 대한 나의 잘못된 상식을 완전히 파괴해버렸다. 록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록 음악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던가? 한때 비틀즈와 사이언앤가펑클 음악에 빠져있었던 내가....상당히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는 책이었다. 동시에 음악을 듣는 것만 좋아했던 내가 음악이라는 분야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갖게 해준 책이기도 하다.
<<PAINT IT ROCK>> 1권은 1950년대에서 1970년대 동안의 록을 다루고 있는데, 거의 60년대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60년대의 그 10년 간은 록의 역사 전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중요한 시기였다고 한다. '록의 명반 100선'에서 60~70년대 레코드가 무려 7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하니 더 이상 말할 것도 없겠다. 전쟁이 없는 평화와 경제적 자립이 이루어진 시기였던 1950년대의 젊은 세대들은 개인적인 흥미를 추구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자유가 주어진 기회의 순간이었다. 젊은 작가와 예술인들이 50년대 비트족의 시대를 열었던 때, 백인 사회의 문화와 동떨어져 살아야 했던 흑인들은 그들 나름의 표현 방식을 개발했는데, 그 경향은 음악에서 두드러졌다. 크게 소리를 질러 노래하는 샤우팅 방식을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붙었다가 떨어지고(Balance), 돌리고(Roll), 감았다가 풀고(Reed&Spin)하는 원색적인 그들만의 어휘를 즐겼다. 백인들 중 일부는 그런 흑인들을 흉내 내어 부자가 될 수 있었다. 존 레논이 "로큰롤에 또 다른 이름을 붙인다면 '척 베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로큰롤 사운드의 기초를 확립한 인물이며 비틀즈, 롤링 스톤스 등 60년대 로큰롤 밴드들에게 가장 영향을 끼친 연주자는 척 베리였다. 리듬 앤 블루스(R&B)를 다르게 표현하고 싶었던 앨런 프리드가 외친 '로큰롤(Rock' n' Roll)'이라는 단어에서 록(Rock)이 시작된 것이다.
로큰롤이 출현하기 직전까지의 영국은 재즈 스타일의 음악이 유행했지만, 팝계의 주류는 곧 로큰롤로 바뀌었고, 로큰롤이야말로 젊은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한 음악이었다. 미국에서 성공한 비틀즈와 그 뒤를 맹렬히 추격하는 롤링 스톤스, 그리고 비틀즈의 아성을 위협했던 애니멀스의 폭풍 같은 등장으로 연결되는 60년대 중반의 록은 실로 드라마틱했다. 전 세계의 유행을 주도했던 당시의 로커들은 대부분 영국 출신이었는데, 더 후(The Who)로 인해 무대에서 기타를 때려 부수는 피트 타운센드의 무지막지한 퍼포먼스는 밴드의 트레이드마트가 되었다고 한다.
포크의 대변자인 밥 딜런이 남긴 '포크의 배신'은 포크 록(Folk Rock)의 미래를 제시한 포크 록의 영도자가 되어 버즈, 닐 영, 사이먼 앤 가펑클, 크로스비 스틸스 앤 내시, 도너번 등 많은 포크 가수들에게 포크 록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한때 사포크 록을 예술적이면서 상업적으로 완성시킨 사이먼과 가펑클의 노래가 록의 한 장르인 포크 록이라는 점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폭넓은 록의 세계를 경험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몬터레이 팝 페스티벌은 우드스탁, 라이브 에이드 등 대규모 국제적인 록 페스티벌의 시초이자 모델이 된 페스티벌에서 지미 헨드릭스는 자신의 존재를 미국인들에게 확실이 각인시키게 되었는데, 그의 음악은 전통적인 12마디 블루스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기존의 흑인 블루스 맨들과는 다른, 몇 배나 강력한 사운드의 헤비 블루스(하드록)로 연주했다. 원래 하드록이라는 개념은 크림으로부터 생겨났으며, 60년대 말 백인들의 록이 지배적이었던 하드록계에서 지미 헨드릭스의 등장은 여러 모로 센세이션을 일으킬 만한 것이었다. 많은 록 음악 팬들과 비평가들은 지미 헨드릭스를 70년대 하드록의 시대를 도래하게 한 진정한 주인공으로 꼽기도 한다고 한다.
<<PAINT IT ROCK>> 을 읽기전까지는 나에게 록은 헤비메탈과 같은 하드록에만 국한되어 있었다. 그나마 알고 있는 것이 록발라드. 그러니까 나는 지금까지 록의 세계가 이 두가지로만 구분되는 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드록, 사이키델릭 록, 프로그레시브 록, 사이먼 앤 가펑클의 포크 록, 롤링스톤스의 펑크 록 등 그야말로 록의 세계는 방대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렇게 이 책은 음악을 그저 듣는 수준에 그쳤던 나에게 음악이라는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갖도록 이끌어주었다.
이 책은 만화라는 장르를 통해 당시 사회의 모습과 뮤지션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당시의 상황이 잘 표현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거침없는 풍자와 비속어까지 섞여있어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방대한 록의 역사와 장르의 흥망성쇠를 일목요연하게 짚어낸 <<PAINT IT ROCK>>을 접하게 된다면 누구든 거대한 록의 세계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2, 3편에서는 1편에서 못다한 70년대 이야기부터 2000년대에 이르는, 록 역사 대장정이 수록되었다고 한다. 전편의 주인공들이었던 엘비스 프레슬리와 비틀즈, 롤링 스톤스, 에릭 클랩튼, 레드 제플린에 이어 블랙 사바스, 딥 퍼플, 퀸이 프롤로그를 장식하며 데이빗 보위, 이글스를 거쳐 메탈리카, 너바나, 그린데이, 오아시스, 라디오헤드로 이어지는 록 스타들의 숨가쁜 릴레이가 펼쳐진다고 하니, 더욱 궁금해진다.
자, 그렇다면 이제 록의 세계에 빠져보자!!
Rcok'n Roll Baby!!!
(이미지출처: 'PAINT IT ROCK 1'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