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황소연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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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로 퓰리처 상(1953년)과 노벨 문학상(1954년)을 동시에 수상하고,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무기여 잘 있거라>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전 세계를 휩쓴 20세기를 대표하는 독보적인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숨겨진 작품이 국내 최초로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해외에서는 이미 수많은 출판사가 앞다투어 이 작품을 소개했고, ‘헤밍웨이의 전 작품 가운데 잔혹하도록 현실적지만 더없이 세밀하고 감동적인 관계로 가득하며 훌륭한 실험 정신들로 가득한 작품’이라는 평을 받으며 시나리오로 각색, 총 네 차례나 영화화된 작품이라고 한다. <<가진 자와 못 가진자>>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첫 번째 사회소설로, 1937년 미국에서 초판이 출간된 이후 이후 큰 반향을 일으키며 오늘날까지 오래도록 회자된 작품이었음에도 국내 출간은 80년 만에 처음인 게다.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고 하는데, 극심한 빈부의 격차, 빈곤, 타락 등의 모습이 지금과 많이 닮아 있는 듯 보인다. 배를 잃으면 밥줄도 끊기는 탓에 외지인 셋을 키웨스트로 데려다 주는 대가로 큰 금액을 제시한 일을 거절한 해리는 3주째 한 손님을 태우며 바다낚시를 다니고 있다. 헌데 손님의 부주위로 350달러 이상 나가는 낚시 도구를 잃었을 뿐만 아니라, 다음날 배 전세금을 계산해준다는 손님이 나타나지 않은 탓에 해리는 빈털털이가 되고 만다. 딸린 식구가 있는데다 부두 세를 내야하는데 연료 넣을 돈마저 없는 해리는 부둣가를 어슬렁거디가 곧잘 잡일을 해주던 프랭키에게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 한다고 했고, 프랭키를 통해 싱이라는 인물을 만나 중국인 밀항을 돕는 일을 하기로 한다. 이렇게 시작된 밀항과 밀수로 아슬아슬 위태로운 삶을 살아가던 해리는 팔을 잃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쿠바 혁명단과 엮이게 되면서 결국은 죽음으로까지 이어지고 만다.

 

"한 사람만으로는 아무리 발광해도 기회가 없어." 그는 눈을 감았다. 그 말을 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것을 배우기까지 평생이 걸렸다. (본문 252p)

 

특히 이 작품의 주인공 해리 모건이 죽어가면서 '한 사람만으로는 아무리 발광해도 기회가 없다'라고 되뇐 말은 현재 우리 사회에 깔린 무기력감을 대변하는 것 같다. 훗날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에서 '인간은 파멸할 수 있을지언정 패배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는데, 해리 모건은 쿠바 혁명가들과의 총격전에 승리하지만 결국은 함께 파괴되고 만다. 그래도 그는 파괴될지언정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본문 300p)

 

<노인과 바다>와 비슷한 느낌을 주면서도 전혀 다른 분위기로 풀어가고 있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는 가진 자들의 부패와 위선 속에 대항하는 빈자의 몸부림이 현 시대와 맞물려지면서 독자들에게 큰 공감을 얻을만한 작품이다. 어려운 경제 생활 속에 짊어지게 되는 가장의 무게, 아무리 몸부림쳐도 극복할 수 없는 빈부의 격차, 기회조차 오지 않는 빈자들의 무기력함 등이 현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그려놓은 듯 했다. 가서는 안 될 길임을 알면서도 목숨을 내걸고서라도 갈 수 밖에 없는 길에 놓여진 해리의 고독한 몸부림, 고뇌 속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가장들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 했다. 파괴될지언정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해리의 모습은 경쟁이 강박관념이 된 현 사회에서 무거운 짐 하나씩을 짊어지고 있는 우리가 가진 자들의 부패와 위선 속에 기회조차 오지 않는 무기력함을 이겨내기 위해 힘겨운 투쟁을 하는 모습과 너무도 닮아있기에 연민이 느껴진다. 우울하고 어두운 사회의 단면을 보는 듯 하여 결코 읽기 쉬운 책은 아니었으며 포기하지는 않았지만 결국은 파괴되고 말아버린 해리의 모습이 마치 빈자들의 최후인 듯 하여 씁슬하기까지한 작품이었으나 <노인과 바다>의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던 헤밍웨이의 또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 개인적으로는 나름의 의미를 지닌 작품이라고 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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