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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 트라이앵글
오채 지음 / 비룡소 / 2014년 6월
평점 :
표지삽화, 제목 모두 내 스타일인 탓에 눈에 쏙~ 들어오는 작품이다. 사춘기 아이를 키우는 탓에 늘 관심을 두고 읽게 되는 비룡소 <블루픽션> 시리즈 75번째 이야기는 한 빌라를 배경으로 한 가족과 꿈, 성장 그리고 행복을 풀어낸 <<그 여름, 트라이앵글>>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열일곱 살의 세 명의 주인공은 서로 다른 꿈을 가지고 있으며, 서로 다른 가족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고민하고, 그 고민을 통해 성장해가는 모습만은 닮아 있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몽마르뜨 언덕 위'라는 굉장히 낭만적인 이름을 가지고 있는 한 빌라에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살고 있는 소월이와 식당을 운영하는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는 형태 그리고 소월이와 형태의 단짝친구으로 이 빌라를 제 집 드나들듯 하는 시원이다. 소월이가 태어나면서 엄마가 돌아가시자, 아빠는 그런 소월이를 책임지기 힘들어 도망간 탓에 구둣방을 운영하는 할아버지와 사는 소월이는 옥탑방에 사는 맑은 아저씨에게 관심을 갖고 있으며, 엄마의 유품인 카세트를 좋아한다. 잔잔했던 이런 소월이의 삶은 느닷없는 아빠의 등장으로 바뀌게 된다. 엄마의 뜻에 의해 예고 재수생이 된 형태는 엄마 몰래 미용고등학교에 가기 위해 미용실에서 알바를 하며 아슬아슬한 삶을 살고 있다. 반면 바이올린으로 예고 수석 입학을 한 시원은 오천만 원짜리 바이올린을 들고 다니지만 사는 게 재미없다고 말하곤 한다. 소월이를 좋아하는 시원은 근사한 직업에 자상하기까지 한 부모님과 살고 있지만 어릴 때부터 연습 분량을 다 채우지 못할 때마다 엄마에게 목검으로 맞곤 했다. 그런 시원은 지금 학교를 그만 둘 결심을 하고 있다.
늘 도망가기 바쁘고 한 가지 일을 제대로 못하는 아빠로 인해 오히려 아빠를 보살펴줘야 할 소월이는 나비를 타고 벚꽃 파티를 하는 행복한 날이 자신에게 오기는 할지 의문이다. 할아버지가 쓰러지자 소월이는 제대로, 잘 살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해 보게 되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그렇게 소월이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었고, 아빠와의 관계도 회복될 기미가 보인다. 그리고 형태와 시원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결단을 내리게 된다.
"혹시 우물을 파 보신 적이 있습니까? 저는 아프리카에 봉사활동을 가서 우물을 파 본 적이 있습니다. 도무지 어디까지 파야 물이 나올지 알 수가 없더라구요. 너무 지쳐서 제가 감독하시는 분께 물었습니다. 언제까지 파야 하냐고요. 그분은 아주 간단하게 대답했습니다. 물을 만날 때까지 파는 거라고. 어떤 경우는 1센티미터를 안 파서 물을 못 만날 수도 있다고. 꿈도 그런 것 같습니다.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이루게 돼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오늘부터 차근차근 만나러 가 보십시오. (중략) 무엇보다, 스스로의 응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남들에게는 박수를 많이 쳐 주지만 자기 자신에게 박수 치는 일에는 인색합니다. 넌 할 수 있다고 한 번 박수를 쳐 주십시오. (중략) 공연 중에 연주자들이 불협화음이 난다고 연주를 멈춥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도 연주는 계속되어야 합니다. 살다 보면 불협화음을 만날 때도 있고,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날 때도 있습니다. 그 모든 것은 또 지나가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래도 계속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계속 걸으면서 여러분의 자리를 찾으십시오. 좋아 보이는 자리 말고, 내가 있어야 할 자리를 찾으십시오. 그럴 때 아주 가끔, 한 모금의 행복을 맛볼 것입니다." (본문 199~201p)
<<그 여름, 트라이앵글>>은 십대 청소년들의 다양한 고민들을 보여주고 있다. 대부분의 성장소설에서 보여주는 전형적인 고민과 해결방식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눈길을 끄는 것은 이런 고민들이 청소년들만의 고민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는 점이다. 빌라의 옥탑방에 사는 맑은 아저씨는 배우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고, 소월이의 아빠 역시 자신이 할 줄 아는 일, 좋아하는 일이 뭔지 몰라 제대로 된 직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어른들도 두려워서 꼼짝하지 못하는 일이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작가는 십대들에게 고민으로 절망하지 말라며 응원하는 듯 했다. 그리고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라고 말이다. 여기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형태 엄마였다. 아이들의 꿈, 미래에 엄마들이 갖는 기대는 크다. 나 역시도 그러한 엄마 중 하나이기도 하다. 예고에 가길 바라는 형태 엄마와 미용 고등학교를 가고 싶어하는 형태, 두 사람의 서로 다른 꿈이 형태 엄마와 형태 사이에 장벽이 되었다. 여느 집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갈등이기도 한 이 문제를 이 책에서 너무도 잘 풀어내고 있다. 그런 탓에 청소년 뿐만 아니라 부모도 함께 읽어보길 추천하는 작품이다. 더불어 소월이와 소월아빠, 형태와 형태 엄마를 통해 가족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따뜻함도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이 책에서는 세 명의 주인공을 통해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나는 살아 있는 것일까......' 라는. 이 작품은 우리에게 '나의 꿈'에 대해 스스로 자문할 수 있도록 이끈다. 소월, 형태, 시원 그리고 맑은 아저씨, 소월아빠, 형태엄마까지...청소년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나는 진정 살아 있는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대답할 수 있기를.
"오늘은 질문으로 시작하고 싶습니다. 당신은 살아 있습니까? 언젠가 영화를 보러 갔다가 이 질문이 딱 등장하는데 숨이 턱 막혔습니다. 여러분은 저 사람은 살아 있어, 라고 말할 때 어떤 기준으로 평가를 하시나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꿈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러분은 살이 있습니까?" (본문 19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