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트가 들려주는 실증주의 이야기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49
윤민재 지음 / 자음과모음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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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장르를 빌어 철학자의 사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이야기> 시리즈 49번째 이야기는 사회학이라는 학문을 창시한 오거스트 콩트의 사상을 담은 <<콩트가 들려주는 실증주의 이야기>>입니다. 콩트가 살았던 19세기는 전통적인 시대가 끝나고 새로운 시대인 근대 사회가 본격적으로 발전하는 시기였으며, 계몽주의가 꽃을 피우고 실증주의가 모든 사회를 지배하던 이 시기에 사회학이 출현하게 됩니다. 그리고 온갖 미신과 비합리적이고 비객관적이며 비논리적인 사고와 철학이 난무하던 중세 시대의 잘못된 세계가 차츰 폭로되기 시작했는데, 그 중심에는 과학이 있었습니다. 콩트가 살았던 계몽주의 시대의 핵심은 바로 이 과학이었지요. 콩트는 인류의 발전 과정을 설명하고 앞으로 진행될 과정을 예견할 수 있는 과학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이 책에서는 주인공 창호네 가족을 통해 콩트의 이러한 사상을 좀더 쉽게 접근하고자 합니다.

 

 

그는 자연과학이 인간을 위해 많은 것들을 가져다준 것처럼 사회학도 인간에게 유익함을 가져다주어야 한다고 보았어요. 그래서 사회학도 과학이어야 한다는 주장을 한 것입니다. 그래서 콩트의 사회학은 실증주의와 아주 밀접한 관계에 있습니다. 사회학은 계몽주의 전통이 없었다면, 혹은 실증주의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출현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본문 106p)

 

창호네 가족은 초등5학년인 창호, 할머니 그리고 형 이렇게 세 식구로 옥탑방에 살고 있습니다. 창호는 매서운 바람에 창문이 흔들리는 소리만 듣고도 겨울의 바깥 날씨를 짐작할 수 있지요. 창호네 가족은 할머니가 주워 모은 종이나 박스, 고철 같은 것을 모아 판 돈으로 식구가 먹고 살았는데, 할머니의 건강이 몇 달 전부터 나빠지셔서 창호는 걱정이 많습니다. 엄마는 아주 오래전에 돌아가셨고, 몇 해 전에 건설 현장에서 일을 하시던 아빠마저 사고로 돌아가신 뒤 할머니는 창호와 형을 돌봐주셨어요. 형은 공부를 잘 했지만, 할머니가 아파 누워 계신 뒤로는 생계를 책임져야해서 대학을 가지 못하고 공장에 다니고 있어요. 하지만 사회학자가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하고 싶은 형은 아무리 늦게 끝나도 집에 오면 책을 펴고 공부를 하지요.

 

형의 공장을 구경하러 간 창호는 사람들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일을 잘하는 것에 놀랐어요. 그런 창호에게 형은 공장에서 사회학 이론을 현실에서 다시 배우는 기분을 느꼈다고 했지요. 자연현상에도 법칙이 있는 것처럼 사회에도 법칙이 있다며 형은 인간 사회의 발전과 진보의 내용에 관심을 가졌던 콩트의 사회학에 대해 들려주지요.

 

겨울치고 날씨가 따뜻한 오늘, 창호는 동네 놀이터를 순찰하다가 성성섭이라는 친구를 만나게 됩니다. 성섭이는 엄마가 집을 나간 뒤 아빠하고 살았지만, 아빠마저 집을 나간 뒤에는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살고 있다고 했어요. 성섭이네 집에 가게 된 창호는 볕 한 줌 들지 않는데다 살림도 너무나 낡았고 좁은 부엌에는 먹던 그릇이 마구 널려 있으며 밥통은 때가 새카맣게 끼어있는 것을 보고는 많이 놀랐지요. 세상에서 자신이 제일 불쌍한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던 창호는 성섭이의 모습이 안타깝고 가여웠지만 그 덕에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를 깨닫게 되었어요. 할머니도 계시고, 부모 역할을 해 주고 있는 형도 있으니까요. 할머니와 형에게 성섭이의 이야기를 들려주자 형은 콩트가 말한 '여성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콩트는 진정한 사회적 단위를 가족이라 생각했고, 가족이 행복하려면 여성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대요. 성섭이네는 여자가 없어서 더 힘든 상황이 된 것 같았으니까요.

 

"콩트는 사회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여성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단다. 여성은 모든 인간 활동을 조절하는 도덕적인 힘을 제공한다고 생각했어. 여성은 사랑할 줄 알고 사랑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여성이 가진 그 사랑으로, 사회성을 우세하게 가져야 한다고 콩트는 주장했지. 남을 배려할 줄 알고, 자신의 이익만 내세우지 않으며 사회의 공론을 생각하는 마음 말이야." (본문 63p)

 

핸드폰을 갖고 싶다는 창호에게 형은 사회의 외형적인 구조 변화가 자본주의, 산업주의 사회를 출현시켰다고 해서 경제적 분석, 물질적 분석을 중시했던 다른 학자들과 달리 정신적, 도덕적인 영향력을 강조했던 콩트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창호는 만 원짜리 몇 장하고 천 원짜리가 꼬깃꼬깃 뭉쳐진 종이를 꺼내 보여 주면서 휴대전화를 사러가자는 할머니의 말씀에 휴대전화보다 더 기쁘고 고마운 할머니의 마음에 형의 말을 이해하게 됩니다.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물질보다 마음이라는 사실을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창호네 가족 이야기가 담긴 동화적 스토리를 통해 우리는 콩트의 사상을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일상의 이야기를 담은 재미있는 동화 한 편에 스며놓은 콩트의 사상은 독자들에게 철학으로의 접근을 용이하게 할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철학을 이해하게 도와주고 있으니까요. 이처럼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는 철학 사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철학으로의 안내서이자 부록으로 수록된 [통합형 논술 활용노트]를 통해 논술 교재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하고 있는 일석이조의 유익한 책이지요. 우리의 현실과 접목시켜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어 접근하기가 더 용이한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어린이 뿐만 아니라 청소년, 성인들에게까지 적극 추천하고 싶은 시리즈이기도 하답니다.

 

(이미지출처: '콩트가 들려주는 실증주의 이야기'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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