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플라이즈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43
수잔 거베이 지음, 김미나 옮김 / 자음과모음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문득 '사랑해 지선아'의 이지선 작가가 생각났다. 14년 전, 이화여대 재학 중 불의의 교통사고로 전신 55%의 3도 중화상을 입고 40번이 넘는 대수술과 재활치료를 받은 이지선 작가. 그녀는 이 모든 시련을 극복하고 UCLA 대학원 사회복지학 박사과정을 밟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선물하고 있다. '사고를 당한 것이 아니라 만난 것'이라고 말했던 이지선 작가의 이야기는 큰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으며, '정말 중요하고 영원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 말은 오랫동안 진한 여운을 남겨주었다. 그 감동이 여전히 가슴 속에 남아있는 지금, 따뜻한 기후를 찾아 장거리를 이동하는 나비들처럼, 연약함을 거부한 열일곱 살 소녀 캐서린을 만나게 되었다.

 

<<버터플라이즈>>는 뉴욕 북페스티벌 어워드 수상작이자 뱅크 스트릿 교육대학 선정 올해의 아동 도서상 수상, IBBY(국제아동도서혀회) '장애 어린이를 위한 좋은 책'에 선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오스트레일리아 가족 심리치료사상을 수상하는 등 많은 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작가는 이 작품에 대해 화상 생존자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그 안에서 유머와 용기, 희망을 발견했던 여정의 기록이라 말했다고 한다. 세상에 상처없는 사람은 없다. 꽃으로 맞아도 눈송이와 부딪쳐도 상처 입는 게 사람이라고 하니 말이다. 이렇게 저마다 가지고 있는 상처를 열일곱 살의 소녀가 아픔을 극복해가는 희망의 여정이 담긴 이 책을 통해서 타인의 상처에 공감하고 자신의 상처를 극복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이것 봐라. 드라큘라잖아. 야, 넌 어떻게든 한 입이라도 맛 좀 보게 해달라고 사랑을 구걸하려면 종이봉지로 얼굴부터 가려야겠다." (본문 11p)

 

스물일곱 번의 수술에도 여전히 화상의 흔적들을 몸에 지니고 있는 캐서린은 버스 정류장에서 친구 제시가 내려놓은 가방에 발이 걸려 넘어질 듯 비틀거리게 되고, 그런 캐서린에게 마크는 자신의 재치 있는 농담에 흡족한 듯 미소를 짓는다. 몇몇 친구들이 웃음을 터트리지만 캐서린에게 그 말은 여전히 회복되지 않은 피부의 흉터처럼 마음에 심한 흉터로 자리잡았다. 세 번째 생일을 앞둔 갈색 눈을 가진 통통하고 예쁜 아이였던 캐서린은 아파트 앞 잔디밭에서 언니인 레이첼과 놀다가 발을 헛디디며 정원의 쓰레기 더미와 화학약품 연기 속으로 떨어졌고 휘발유로 인한 불꽃은 더없이 맹렬하고 빠르게 캐서린의 갈색 머리카락와 머리팅을 집어 삼켰으며 그녀의 두 팔과 포동포동하고 보드라운 몸뚱이를 휘감았다. 하지만 엄마는 남들의 시선에서 제 아이를 감추기에 급급한 사람들과는 달랐다.

 

"캐서린, 넌 네 흉터들을 감춰서는 안 돼. 그러면 앞으로 넌 영원히 그걸 감추려고 하게 될 거야." (본문 30,31p)

'난 왜 모든 것에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거야? 엄마는 내가 운이 좋다고 늘 얘기하지. 난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구역질이 나. 내가 뭐가 운이 좋다는 거야, 대체.' (본문 59p)

 

댄스파티에 입고 갈 드레스를 찾는 캐서린은 끈 없는 검은 벨벳 드레스를 입어보지만 점원은 긴 소매에 흰색 단추가 목까지 달려있는 무늬 없는 검정 면 드레스를 내민다. 함께 댄스파티에 가기로 한 제시는 평소에 마음에 두고 있던 그렉으로부터 같이 가자는 제안을 받고 캐서린에게 양해를 구한다. 캐서린은 배신감이 드는 마음과 달리 허락을 하지만 혼자 댄스파티에 가는 것을 두려워한다. 도망치고 싶지 않지만 댄스파티에 홀로 갈 수 없었던 캐서린은 엄마의 설득에 댄스파티에 가게 되고, 윌리엄을 만나게 되고 첫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윌리엄에 대한 엄마의 지나친 간섭으로 윌리엄은 캐서린의 흉터에 대해 알게 되고 캐서린을 피하게 되는데, 그런 윌리엄의 태도에 캐서린은 큰 상처를 입게 된다. 캐서린은 엄마를 사랑하지만 여전히 자신을 엄마의 꼬마 공주님으로 생각하는 것에 대해 갑갑함을 느끼고 스스로 뭔가 선택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드러내지 못한 채 혼자 아픔을 끌어안고 있던 캐서린은, 점점 가족에 대한 사랑과 연민, 친구와의 우정, 첫사랑 그리고 미래에 대한 고민 등 자신의 아픔을 점차 드러내기 시작한다. 캐서린은 다른 친구들과 같아지고 싶은 열망에 재수술을 결심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통해 캐서린은 아픔을 딛고 희망을 갖게 된다.

 

'난 숨지 않을 거야. 나에겐 엄마와 레이첼이 있어. 내가 헤쳐 온 게 어딘데 이제 와서 숨는다니 말이 돼? 그런데 사실은, 숨고 싶어. 꽁꽁.' (본문 316p)

'내가 왜 울고 있는 거지? 의사 선생님, 저는 꼭 선생님처럼 누군가의 영웅이 될 거예요. 내 흉터들이 모두 깨끗하게 사라지는 날은 오지 않겠지만 이제는 전처럼 두렵지 않아요. 더 이상 내 자신이 괴물처럼 느껴지지 않고요.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말이에요.' (본문 341p)

 

<<버터플라이즈>>는 열일곱 살 사춘기 소녀의 일상과 과거의 회상이 중첩적으로 수록되어 있는데, 캐서린이 화상으로 인해 겪어야하는 아픈 상처와 그로 인해 가족, 친구들과 빚어지는 갈등이 잘 드러나 있다. 이런 아픔을 이겨내는 캐서린의 용기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지만, 무엇보다 나는 사춘기 딸의 부모로서 캐서린을 평범한 소녀로 있는 그대로 대하고 사랑과 용기와 격려를 주는 엄마와 언니 레이첼을 눈여겨 보게 되었다. 세상에 상처 없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그리고 모든 상처를 혼자서 다 이겨낼 수 있는 사람도 없다고 했다. 그래서 가족의 사랑과 격려가 필요한 것일 게다. 열일곱 살 캐서린의 고민은 열일곱 살 딸아이의 고민과 다를 바 없었다. 캐서린과 닮아있는 딸, 지금 딸에게 필요한 건 가족의 사랑과 격려가 아닐까?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상처가 존재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이 책은 캐서린의 상처를 통해 공감하고 함께 극복할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으며, 가족과 친구의 사랑을 생각해보게 한다.

 

따뜻한 기후를 찾아 장거리를 이동하는 나비들처럼, 화상 생존자들은 저들의 연약함을 거부한다. (작가의 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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