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2084 라임 틴틴 스쿨 1
요슈타인 가아더 지음, 박종대 옮김 / 라임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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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2084>>는 기후 변화가 불러온 지구의 어두운 미래를 그린 과학 소설이다. 이 책에는 과학적 상상력과 문학적 상징이 촘촘하게 얽혀 있어서, 독자들에게 책을 읽는 재미를 넘어 생각의 깊이까지 더하게 한다. 미래의 지구에서 주인공으로 살아갈 청소년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_최재천 (표지 中)

 

책 제목만으로도 2084년의 지구의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는 흥미로움과 기대감이 겹쳐온다. 누구나 한 번쯤은 미래 지구의 모습을 상상해 봤을 것이다. 지금도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화하는 지구는 앞으로 70년 후인 2084년에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개인용 비행기가 날아다니고, 집집마다 로봇이 일을 도와주는 과학 상상화 그리기에 등장하는 모습과 같을까? 이렇게 나름대로의 신나는 상상을 하며 책을 펼쳤는데, 책 속에서 펼쳐진 2084년의 지구는 내가 생각하는 지구의 모습이 아니었다. 과학 상상화는 상상일 뿐, 2084년의 지구는 책 속의 모습 그대로일지 모른다.

 

첫 챕터를 읽으면서 이 책이 환경을 소재로 하고 있음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환경을 소재로 한 내용이니만큼 환경에 관한 다양한 정보들이 담겨져 있는데, 자칫 지루하거나 딱딱할 수 있을법한 내용에 작가는 상상력을 더해 흥미롭게 이끌어간다. 현재를 살아가는 노라, 2084년을 살아가는 그녀의 손녀 노바의 이야기가 중첩적으로 수록되면서 흥미를 더하고 있었다.

 

한 해의 마지막 날이 되면 마을 사람들은 항상 말이 끄는 썰매를 타고 가축을 놓아기르는 고원 지대의 오두막으로 올라가 아이건 어른이건 평상시와 달리 내키는 대로 행동했지만, 노라가 열 살이 되던 해 겨울은 달랐다. 무서운 추위로 대지는 꽁꽁 얼어붙었지만 낮은 지대뿐 아니라 높은 산에도 눈이 내리지 않았으며, 어른들은 지구 온난화니 기후 변화니 하며 수근거렸다. 그리고 칠 년이 지난 어느 날, 열일곱번째 생일을 이틀 앞둔 노라는 수니바 이모의 백 년도 더 된 오래된 반지를 물려받았다. 신비한 안개처럼 흥미진진한 이야기들로 둘러싸여 있는 이 루비 반지는 손끝을 화면에 살짝 대기만해도 인터넷으로 곧장 연결되는 예전부터 그렇게 갖고 싶어 하던 새 스마트폰보다 좋았으며, 신문 기사를 오리는 동안에도 이 귀한 반지가 자신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게 신기해 연방 내려다 보게 된다. 사실 로라가 신문 기사를 오리는 이유는 따로 있다. 올봄 로라의 머릿속에 마치 실제로 일어난 일처럼 생생하게 느껴지는 이야기가 자꾸만 떠올랐는데, 이는 다른 세계 혹은 다른 시간대에서 수신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로라는 이를 알게 된 부모님의 제안으로 심리 상담사를 만나게 되었고, 노라의 이야기를 듣던 벤야민 박사는 노라에게 친구 요나스와 환경 단체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떤지에 대한 제의를 했기 때문이다.

 

"나는 가끔씩 우리가 그런 중요한 진실을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문화 속에 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니?"

"알 것 같아요. 불편한 진실은 되도록 잊거나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는 뜻이죠?" (본문 26p)

 

2084년의 노바는 동식물의 멸종상황을 시간마다 알려 주는 앱 <사라진 종>을 깔아놓은 단말기에서 '딸꾹'하는 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 있다. 비단원숭이, 이구아나, 아프리카 영양 등 멸종되고 있다. 많은 동식물이 멸종한 데는 몇 년 전부터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 지구 온난화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백 년 전만 해도 지구는 여전히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행성이었으나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서서히 매력을 잃어 갔다. 이제는 누구도 지구 온난화의 속도를 재촉하는 행동을 하지 않지만, 이미 인간이 불러일으킨 자연의 재앙은 착착 진행되는 중이다. 노바는 생태계의 본격적인 붕괴가 시작되는 2013년 12월 12일을 검색 조건으로 한 지구의 야생 상태를 살펴보았다. 그러다 우연히 2013년 12월 11일 증조할머니가 자신에 쓴 편지를 찾게 된다. 노바는 자신의 방을 찾아온 증조할머니에게 옛날 세상을 돌려달라고, 국립 공원을 활보하는 야생 순록떼를 돌려 달라고 때를 쓴다. 인간을 비롯해서 지구상에서 날고 기어다니는 모든 동물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고. 할머니는 빨간 루비 반지를 부드럽게 쓰다듬더니 마치 마법사처럼 엄숙한 목소리로 말한다.

 

"너는 곧 내가 열여섯 살 때 살았던 지구를 건네받게 될 거야. 하지만 분명히 약속해야 해! 지구를 정말 잘 관리하겠다고. 이건 두 번째이자 마지막 기회야. 지금부터는 아주 조심해야 해. 이런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테니까. 정확히 칠십일 년 후에 다시 만나자. 그때는 바로 네가 지구의 모습에 책임을 져야 해" (본문 55,56p)

 

꿈에서 깨어난 노라는 꿈속의 노바는 자신의 증소년이고, 그 증손녀의 눈으로 증조할머니인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노바가 사는 세상은 하염없이 비만 내리는 지긋지긋한 날씨에다 벌의 멸종으로 수십억 마리의 벌이 하던 일을 사람이 직접 해 줘야 한다. 노라는 2084년의 지구에서 살아가는 노바가 되어 미래를 경험한 뒤 직접 행동에 나서기로 결심하면서 남자친구인 요나스와 함께 동식물의 멸종을 구할 방법을 강구하게 된다.

 

<<지구, 2084>>는 현재를 살아가는 노라, 2084년을 살아가는 노바의 이야기를 중첩적으로 전달하면서 환경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다소 딱딱한 정보들이지만, 스토리 속에 잘 스며들어 읽는 부담감은 없었다. 무엇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변해버린 2084년의 지구의 모습을 비록 상상이지만 엿보게 되면서 환경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준다는 것이 이 책의 큰 메리트가 아닐까 싶다. 지금도 우리는 환경을 생각해야한다는 수많은 이야기를 듣고 있지만 여전히 자신의 특권을 내려놓지 못하는 인간들은 귀를 닫고, 눈을 감고 있다. 작가는 말한다. 우리 청소년들은 2084년의 세계에서도 살아야 하기에 그때의 기후를 위해 지금 우리가 나서야 한다고. 지구 온난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서 몸속에 가두어 두는 유일한 생명체는 바로 '나무'라고 한다.  말은 그만하고 지금 바로 나무를 심을 때다.

 

"아직 세상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에 쉽게 합의하지 못하고 있어. 석유가 나는 국가들은 마지막 한 방울가지 죄다 퍼 올릴 생각만 하지. 그냥 남겨둘 생각은 하지 않아. 잘사는 나라들도 자신의 특권을 내려놓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건 마찬가지고. 우리가 기후 재앙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대가가 더 혹독해질 거야."
"그런 재앙으로 벌써 상당한 비용을 치르고 있지 않나요?"

"그래.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지구의 기후에 나쁜 영향을 주는 첫 세대이면서, 동시에 그 대가를 직접 지불하지 않는 마지막 세대일 거라고 말해 왔어. 하지만 그건 이제 틀린 말이 됐어. 난 기후 재앙을 두 눈으로 목격하고, 가뭄의 재앙을 직접 몸으로 겪었지. 가뭄으로 죽어 가는 아이들을 품에 안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어. 노라, 진짜로 슬픈 건 우리 스스로 우리 자신을 죽이고 있다는 사실이야." (본문 225,22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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