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비행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38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박상은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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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은 작품이 본디 지닌 맛과 재미를 고스란히 살리면서 우리 청소년들이 읽고 소화하기 쉽게 글을 다듬었다. (기획의원의 말 中)

 

이 시리즈는 즐겨보는 명작 시리즈 중 하나로 이번에 읽어보게 된 작품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야간 비행>>이다. 앙드레 지드는 이 작품에 대해 문학적인 가치도 기꺼이 칭찬하지만, 더불어 기록으로서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고 하였으며, 이 두 가지 면이 기대 이상으로 절묘하게 어우러진 덕분에 <<야간 비행>>은 더할 나위 없이 위대하고 특별한 작품이라 평가했다. 남아메리카 우편 항로가 시작된 1920년대 말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작품은 작가가 실제로 프랑스 항공사에 입사하여 남아메리카 우편 항로를 개척하는 일을 맡아서 진행한 바 있는 작가의 삶이 오롯이 담긴 작품이라 할 수 있으며, 그해에 이 작품은 콩쿠르상과 메디치상을 수상하였을 뿐만 아니라 프랑스 3대 문학상으로 불리는 페미나상까지 수상함으로써 프랑스 문학에서 걸작 중의 걸작으로 자리 매김하였다 한다.

 

<어린 왕자>외에 생텍쥐페리의 작품을 읽게 된 것은 부끄럽게도 비행기 조종사였던 생텍쥐페리의 인생관이 담긴 이 책 <<야간 비행>>이 처음이다. 앙드레 지드는 그의 처녀작 <남방 우편기> 보다 개인적으로 <<야간 비행>>을 더 선호한다고 하였는데, 기회가 된다면 <남방 우편기>도 읽어봄으로써 두 작품의 차이를 느껴보고 싶다. <<야간 비행>>은 남아메리카 우편 항공의 세 가지 노선, 즉 칠레 노선과 파타고니아 노선, 파라과이 노선 비행기의 도착을 기다리는 리비에르의 이야기와 파타고니아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 야간 비행을 하며 폭풍우에 휘말리는 조종사 파비앵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지시를 내리고 책임을 져야 하는 리비에르, 명령을 수행해야하는 파비앵, 서로 하는 일은 다르지만, 위험한 순간에 열정적으로 온 힘을 다하는 결코 다르지 않은 두 사람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앙드레 지드가 리비에르에게서 감동을 받았듯이 나 역시 리비에르의 모습에서 강한 인상을 받았는데, 그의 고뇌가 잘 묘사된 작품이다.

 

나는 이 작품이 평소에 내가 중요히 여기는 역설적 진실, 즉 인간의 행복은 자유에 있지 않고 임무를 받아들이는 데 있다는 것을 조명한 일에 특히 더 고마움을 느낀다. (본문 12p)

 

리비에르는 매일 밤하늘에서 일어나는 행위가 한 편의 드라마를 만들어 낸다고 생각했고, 의지력이 약해지면 실패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에 직원들을 혹독하게 대하였으나, 그로인해 그들이 그 일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자신들이 직원들을 몹시 힘들게 하는지도 모르지만, 그와 더불어 강렬한 기쁨도 안겨 주고 있다고 말이다. 그는 가혹하리만치 엄격한 인물이다.

 

'저들을 강한 삶 속으로 밀어 넣어야 해. 그래야 고통과 기쁨을 제대로 훈련할 수 있지. 그것만이 유일한 가치를 지니니까.' (본문 44p)

 

파타고니아 노선 우편 항공기를 조정하며 부에노스아이레스로 향하던 파비앵은 폭풍우롸 맞딱드리게 되는데 설상가상 휘발유까지 얼마 남아 있지 않다. 한편 리비에르는 파비앵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면서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자신의 일을 처리하고 파비앵이 끝내 돌아오지 않자 다음 비행기에 우편물을 실으면 된다고 생각하며 유럽행 우편 항공기의 출발을 지시한다. 생텍쥐페리는 그런 리비에르를 최후의 승리자로 표현했다.

 

리비에르는 직원들 사이를 천천히 걸으며 자신의 방으로 걸어갔다. 그의 굳은 시선에 직원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몸을 숙였다. 무거운 승리를 한 몸에 짊어진 그는 위대한 리비에르, 승리자 리비에르의 모습이었다. (본문 150p)

 

이 책의 말미에는 부록으로 작품을 제대로 읽기 위한 현직 국어 선생님의 설명이 소개되어 있다. 작품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들도 함게 수록되어 있는데, 이 작품을 통해 개인의 행복과 공익의 상관관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도록 이끈다.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야간 비행이라는 커다란 흐름에 치여 개인적인 행복을 빼앗기고 불행에 빠지지만 작가는 라비에르를 통해  절대적인 의미가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 개인의 불행과 희생을 딛고 만들어진 것이지만, 공익적인 일로서 많은 사람에게 행복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 인간의 생명을 희생하고 이뤄야 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생각해보길 권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날, 교량 건설 현장에서 인부 하나가 큰 부상을 당했다. 그 소식을 들은 정비사가 리비에르에게 이렇게 말했다.

"한 인간의 얼굴을 저렇게 묵사발로 만들면서까지 다리를 놓을 가치가 있을까요?"

마침내 다리가 완공되어 그 위를 무시로 지나다니는 농부들 중에, 사람의 얼굴에 끔찍한 상처를 내면서까지 다리를 건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다리는 건설되고, 사람들은 그 다리를 건너 다녔다.

정비사는 다시 이렇게 덧붙였다.

"공익이란 결국 개인적인 이익들이 모여서 이루어지는 거죠. 그 외엔 아무것도 정당화되지 않습니다."

나중에 리비에르는 그 정비사에게 되물었다.

"인간의 목숨이 가치를 매길 수 없을 만큼 소중하다 해도, 우리는 늘 생명보다 더 존귀한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생각하며 행동하지 않는가? 만약에 진짜로 그런 게 존재한다면 그것의 정체는 무엇일까?" (본문 112p)

 

이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개인의 행복과 공익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삶의 가치, 의미까지 더불어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삶에는 어쩌면 더 지속적인 무언가가, 구해 내야 할 다른 무언가가 존재하고 있을 수도 있다. 생텍쥐페리는 삶의 의미와 가치를 그렇게 리비에르라는 인물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처음 책을 읽을 때는 조금 어려운 듯 느껴졌으나, 현직 국어 선생님의 해설로 인해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며, 작품을 다시 읽을 때 느껴지는 감동은 또 달랐던 거 같다. 청소년들에게 명작이 주는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시리즈는 나에게도 명작의 깊이를 가늠케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이기에 청소년을 비롯한 성인들에게도 강추하고 싶은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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