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플갱어를 잡아라! - 제7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단편 부문 대상 수상작 웅진책마을
이윤 지음, 홍정선 그림 / 웅진주니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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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흥미로워 읽어보게 된 책이었는데, 제가 생각했던 스토리와는 전혀 달랐지만 의외로 굉장한 주제를 포함한 의미있는 책이더군요. <<도플갱어를 잡아라!>>는 제7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단편 부문 수상작인 표제작 외에도 작가의 또다른 유머와 비판이 어우려진 세 편의 단편 동화가 함께 담긴 모음집입니다. 표제작인 [도플갱어를 잡아라]가 주는 놀라운 반전과 의미는 정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지금 우리 아이들의 모습은 진짜일까요? 가짜일까요?

 

 

주인공 우빈이는 '장래 희망 이야기' 숙제 때문에 골치가 아픕니다. 엄마는 의사가 되라고 하고, 아빠는 외교관이 되기를 바라지만 정작 자신은 무엇이 되고 싶은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숙제에 신경을 쓰고 있을 때, 두치에게 메시지가 왔습니다. 오늘 도플갱어를 소탕하기 위해 만나기로 했거든요. 두치는 천둥 영감인 교장 선생님의 도플갱어를 놀이터에서 보았다고 했습니다. 올해 초부터 나가나기 시작한 도플갱어들이 요즘 들어 마치 공포 게임의 좀비처럼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거든요. 어른들 중에는 이런 심각한 도플갱어 현상을 두고 '도플갱어는 자신의 숨겨진 본심이 밖으로 드러난 모습인지도 모릅니다. 우리 현대인들은 타인의 시선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드러내기가 몹시 어렵거든요.' (본문 21p) 라고 어려운 이야기를 하기도 했지요. 그렇게 교장 선생님의 도플갱어를 기다리던 중 두치의 도플갱어를 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녀석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빨리 달아나버렸지요. 친구와 헤어진 우빈이는 우연히 두치의 도플갱어를 다시 만나게 되는데, 두치의 도플갱어는 오히려 두치를 허깨비라고 말합니다.

 

"내가 진짜 두치야. 네가 아는 두치야말로 허깨비, 그림자란 말이야. 왜 그런지 알아? 난 적어도 주위 눈치를 보면서 자신을 속이지는 않으니까. 너희는 모르겠지만 난 사실 아주 어릴 때부터 꽃을 좋아했어. 강아지나 다람쥐 같은 귀여운 동물도 좋아했어. 심지어 바느질을 하거나 색종이로 장식을 만드는 것도 좋아해! 계집애 같다고? 그럼 어때? 혹시 주위에서 놀릴까 봐 두려워 일부러 남자다운 척 허세 부리는 것보다는 낫지. 주위 사람들의 쑥덕거림 따위에는 아랑공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당당한 사람이 진정한 '나'이지 않을까?" (본문 27p)

 

녀석의 말에 갈팡질팡하던 우빈이는 결국 두치의 도플갱어를 잡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온 우빈이는 이번엔 자신의 도플갱어와 마주하게 됩니다.

 

"이제 알겠냐? 어느 쪽이 진정한 '나'이고 어느 쪽이 '도플갱어'인지 말이야. 자신이 진짜 무엇을 꿈꾸는지도,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깨닫지 못하는 녀석이 가짜가 아니면 뭐겠어?" (본문 34p)

 

정말 무시무시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네요. 진정한 자신을 찾아야한다는 메시지를 작가는 도플갱어라는 흥미로운 소재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요즘 우리 아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어른들이 만들어준 목표에 맞추어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마치 공부하는 로봇처럼 살아가지요. 마치 허깨비처럼....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은 스스로 진짜 자신의 모습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꼭 만들어보기를 바랍니다. 진짜 자신의 모습은 자신 아닌 그 어떤 누구도 만들어 줄 수 없으니까요. 대상 수상작다운 놀랍고도 의미있는 이야기였습니다.

 

 

지구인들이여, 부디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기를. 평화가 끝없이 이어지기를. 그리하여 우리 달토끼들이 지구를 관찰하는 즐거움도 영원하기를....(본문 61p)

 

[지구 관찰자들]은 2020년 달에 살고 있는 토끼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지구를 관찰하는 아빠는 50년 만에 다시 달을 찾아온 지구인들을 보게 되지요. 그들은 왜 달을 찾아와 깃발을 꽂았을까요? 지구는 지금 가장 강대한 두 나라인 독수리 나라의 사람들과 반달곰 나라의 사람들이 서로 미사일을 발사하여 파괴적인 전쟁을 시작했습니다. 어두컴컴한 우주에서 오직 하나, 푸른 광채를 뽑내는 별 지구가 잿빛 황무지로 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기 토끼 도도는 걱정하게 되고 지구를 우러러보며 소원을 빌어봅니다.

지구촌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내전, 핵 소식 그리고 환경오염에 따른 지구의 파괴 등으로 지구는 점점 잿빛 황무지로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야 할 터전 지구, 지금 우리는 우리의 터전을 스스로 파괴하면서 자신을 위협하고 있음을 알고 있는 것일까요?

 

 

 

2030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할아버지와 꽃신]은 참 서글픈 이야기입니다. 가족의 해체로 혼자 살아가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늘어나자 첨단 인공지능 칩이 들어있어 말동무가 되어 적적함을 달래주는 반려 상품들이 속속 등장하지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젠틀맨'은 바로 그런 신발입니다. 5년 전 할머니가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돌아가시면서 홀로 된 할아버지는 몹시 외로운 분이지요. 아들은 결혼한 뒤 중국 상하이에 가서 살고 있어 1년에 한 번 얼굴 보기도 쉽지 않아 할아버지는 더더욱 외롭습니다. 그런 할아버지가 어린 소년 대하듯 소중히 다루는 것은 바로 꽃신. 인공지능 칩도 없는 꽃신을 소중히 여기는 할아버지로 인해 질투를 느끼던 젠틀맨은 60년 전 오늘 할머니에게 청혼했던 곳으로 할아버지와 여행을 하게 되고 꽃신에 얽힌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리고 젠틀맨은 할아버지와 작별하게 되지요. 폐암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게 치료할 수 있는 미래, 하지만 수명만 늘어나는 것이 노인들에게는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요? 할아버지는 우리에게 그 물음을 던집니다.

 

 

[집으로 가는 아주 먼 길]은 가보인 백자 달 할아리를 깨드리는 영도가 엄마에게 혼나는 것이 무서워 집으로 가는 가장 멀리 돌아가는 길을 택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담았습니다. 하지만 집으로 가는 그 길에 엄마에게 혼날 일들이 점점 늘어나고 영도는 가출을 하기로 결심하게 되지만 곧 두려움과 후회를 갖게 되지요. 그러던 중 영도는 유리로 만든 미로 안에서 가는 길을 찾지 못하는 흰쥐를 보게 되고 영도는 흰쥐에게서 자신을 모습을 발견하고 두려움 앞에서 더 이상 도망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기로 결심합니다. 영도의 용감한 발걸음은 독자 어린이들에게도 힘이 되어주리라 생각되네요.

 

4편의 단편은 모두 우리에게 생각거리를 제공합니다. 자아, 평화, 가족 그리고 두려움과 맞서는 용기까지. 대부분 미래를 배경으로 작가의 상상력으로 그려낸 이야기지만, 어쩌면 가까운 미래의 진짜 모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도플갱어를 잡아라>>로 작가된 이윤. 앞으로 그가 보여 줄 또다른 이야기들에 기대가 되네요.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표제작 [도플갱어를 잡아라], 이 이야기는 저에게 긴 여운을 남겨주었습니다. 제 아이들은 지금 진짜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아니면 도플갱어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곰곰 생각해봐야 겠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진짜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말입니다.

 

(이미지출처: '도플갱어를 잡아라!' 본문에서 발췌 / 도서제공: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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