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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라도 문구점 ㅣ 알이알이 창작그림책 7
이해인 글, 강화경 그림 / 현북스 / 2014년 4월
평점 :
어린시절, 학교앞 문구점은 어린 저에게는 큰 백화점같은 곳이었습니다. 연필, 공책, 지우개, 샤프, 볼펜 등등 하나하나 너무도 예쁜 디자인에 마음을 빼앗기곤 했지요. 볼펜 하나를 사는 것도 더 예쁜 디자인으로 사고 싶어 고르고 또 고르곤 했으니까요. 요즘은 지금보다 더 예쁘고 특이한 디자인을 가진 제품들이 많더군요. 아이들과 함께 문구점을 가면 아이들을 따라 저도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갖고 싶은 학용품들이 어찌나 많은지 말이에요. 이걸 들었다 놨다, 저걸 들었다 놨다, 마음을 정하지 못하지요. 아마 이런 경험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이해인 수녀님도 그런 경험이 있으신가 봅니다.
본문 중 '동네 문구점에 드를 때마다 나는 꿈꾸는 어린이가 됩니다.' 라는 글귀는 예쁘면서도 공감이 되는 말이었습니다. 문구점에 드를 때마다 반짝이는 제 눈은 어린시절의 그 눈과 닮아있었으니까요.
이해인 수녀가 가 보고 싶은 곳 중의 하나는 문구점이라고 합니다. 문구점에서 예쁜 편지지, 메모지, 노트, 볼펜, 포장지를 고르다 보면 즐거워지거든요. 물건을 찾는 어린이들을 지켜보는 것도 즐겁고, 열심히 물건을 챙겨 주는 주인을 바라보는 것도 즐겁기만 하니까요. 어느 날은 옛 친구와 함께 문구점에 갔다가 마음에 드는 편지지를 발견하고 너무도 기뻐했다고 합니다. 친구는 소녀의 모습 그대로를 가지고 있는 이해인 수녀에게 편지지를 열 묶음이나 사주었다고 하네요.
이해인 수녀가 있는 수녀원에서는 해마다 설날 아침에 세뱃값으로 문구용품을 준다고 해요. 커다란 소쿠리에 풀, 가위, 수첩, 색종이, 형광펜, 클립 등 온갖 것을 담아 두면, 세배가 끝난 아이들은 각자 원하는 것 한 가지를 가져가는 것이지요. 그럼 아이들은 어린시절 제가 그랬듯, 이해인 수녀가 그랬던 것처럼 어떤 것을 고를까? 라는 즐거운 고민에 빠지겠네요. 그 모습이 그려지는 것 같아 덩달이 즐거워집니다.
이해인 수녀는 가게 이름을 '누구라도 문구점'이라고 지은 상상 속의 문구점 주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 문구점에는 누구라도 들어와서 원하는 물건들뿐 아니라 기쁨, 희망, 사랑도 담아갈 수 있지요. '누구라도 문구점'안에는 항상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잘 보이는 곳에는 아름다운 시가 있으며, 모퉁이에 마련된 향기로운 들꽃을 꽂아 둔 작은 책상과 걸상에서는 손님들이 앉아서 편지를 쓸 수 있지요. 그뿐인가요? 좋은 벗과 이웃도 되어주지요. 물건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도, 새것만 좋아할 것이 아니라 자기가 사용하는 물건에도 정들어야 한다는 것도 잊지 않고 이야기 해 주지요. 물론, 꼭 사야 할 물건이 없더라도 길을 가다가 잠시 들어올 수 있는 곳이기도 하지요. 정말 멋진 문구점이 아닐 수 없네요.
이해인 수녀는 상상 속 '누구라도 문구점' 처럼 실제로는 방 안에 '누구라도 코너'를 마련해 두고 있다고 합니다. 새 노트, 연필, 고운 카드와 편지지를 놓아둔 선반에는 '누구라도 원하시면 가져가세요'라는 글도 붙여 있지요. 그럼 이해인 수녀는 기쁨을 파는 가게 주인이 됩니다. 그래서 더욱 행복해지지요.
<<누구라도 문구점>>을 통해 이해인 수녀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을 일깨우며, 물건의 가치를 깨닫게 해줍니다. 작은 물건이지만 함께 나누다 보면 소통을 하게 되고 행복해지지요. 이 그림책은 각 페이지마다 새로운 기분을 느끼게 하는 거 같아요. 처음에는 이해인 수녀처럼 어린 시절에 문구점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게 했지요. 그러다가 이해인 수녀의 상상 속 '누구라도 문구점'처럼 저 역시도 작은 문구점을 떠올리게 되네요. 상상 속 문구점은 이 그림책의 삽화처럼 예쁜 오솔길에 아담하게 서 있습니다. 그 즐거운 상상 끝에 이해인 수녀는 물건의 가치를 일깨웠고, 마지막에는 나눔의 의미를 깨닫게 해주었지요. 참 많은 것을 생각하고 느끼게 하는 그림책인 거 같아요. 이해인 수녀의 상상 속 문구점처럼 정말 행복하게 해주는 그림책이네요. 따뜻한 삽화도 정말 마음에 들었답니다.
(이미지출처: '누구라도 문구점'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