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별 아이들
안드리 스나이어 마그나손 지음, 신수진 옮김, 토끼도둑 그림 / 양철북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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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얼음의 땅, 신화의 나라 아이슬란드에서 날아온 초대장

<모모>, <어린왕자>에서 이어지는 새로운 고전의 탄생! 

삶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일까에 대해 끊임없이 성찰하게 만드는 우리 시대의 우화! (표지 中)

 

아이슬란드 문학상, 야누슈 코르착 명예상, 아이슬란드 국립극장 공연작 <<푸른 별 아이들>>은 아이슬란드의 옛이야기 형식을 빌려 씌여진 작품이라고 합니다. 아이슬란드에는 '사가Saga'라고 하는 고유의 영웅담이 있는데, '사가'는 아이슬란드의 독특한 고전 문학 형식으로, 서양 문학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하네요. 이 작품은 현대식으로 쓴 사가로, 영웅이 있고, 모험이 있고, 아이슬란드의 장엄한 자연이 담겨 있는 이야기(옮긴이의 말 中)입니다. 독특한 표지삽화가 호기심을 이끄는 책입니다. 특별한 행성인 '푸른 별'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읽다보면 그 특별한 행성은 바로 '어린이' 자체는 아닐까 생각하게 하죠. 바로 지구에서 살아가는 우리 어린이들 말입니다.

 

옛날 옛적, 우주 저멀리에 푸른 별이 하나 있었어요. 푸른 별이 특별했던 이유는 단 하나, 아이들만 살고 있다는 것이었죠. 어른이라고는 한 명도 없었기 때문에, 아이들은 무엇이든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며 살았습니다. 왜 그런지 알 수는 없지만, 아이들 심장 속 젊음의 샘은 영원히 마르지 않아 영영 자라지 않는 야생의 아이들이 가득했지요. 푸른 별에는 끝도 없는 모험이 이어졌습니다. 어둠 속에서는 바딧불이를 쫓아 다니고, 험한 낭떠러지에 올라서는 따뜻한 바닷물로 텀벙 뛰어들었지요. 해마다 한 번씩 푸른 별에서는 눈이 휘둥그레지는 일이 일어났는데, 바로 나비들이 잠에서 깨어나는 나는 것이었지요. 나비들의 비행은 푸른 별에서 가장 경이로운 일이었고, 해마다 이날이 되면 아이들은 마음속 깊이 행복을 느끼곤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 푸른 별에 전혀 상상 못했던 가장 아슬아슬하고 가장 믿기 힘든 모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브리미르와 홀다가 모래 위에 앉아 지는 해를 바라보다 드러누워서 어둠이 짙어질수록 점점 더 밝아지는 별들을 바라보고 있을 때, 별 하나가 '인생을 즐겨라' 라는 글씨를 쓰더니 두 아이가 있는 곳으로 놀라 만큼 빠른 속도로 다가왔어요. 그것은 낡은 진공청소기 같은 우주선이었는데, 이 로켓을 타고 온 사람은 꿈을 이루어 드리고 행복을 배달한다는 별가루 전용 진공청소기 판매원인 니나니였지요. 꿈을 현실로 만들어준다는 그는 아이들에게 은밀한 거래를 제안합니다.

 

"너희들 날고 싶지 않니? 새처럼 자유롭게, 나비처럼 가볍게!" (본문 31p)

 

 

이미 재미있게 살고 있었던 아이들이었지만, 니나니가 나비 가루로 날 수 있도록 해주자 아이들은 그동안은 너무 따분하고 지루했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비 가루가 태양을 비추는 동안에만 효력을 발휘하자 아이들은 지루해졌고, 곧 니나니는 아이들의 젊은 한 방울을 댓가로 받고 해가 가장 높이 떠오르를 때, 해를 고정시켜 놓아주죠. 아이들이 살고 있는 섬에는 영원히 환한 햇살만 드리워지게 되었고, 아이들은 쉴 새 없이 놀고 즐기느라 지루할 틈도 없었으며, 황홀하리만치 행복했어요. 니나니는 구름이 해를 가려 버리자, 젊음을 받고 구름을 없애주었으며, 나비 가루가 씻겨 나갈까봐 목욕을 하지 않은 아이들을 위해 폭포를 이용해 신비의 물질을 만들어 냄새가 씻겨 나가도록 해주었죠. 미끌이라는 이 신비의 물질로 아이들은 씻지 않아도 산뜻해졌지만, 서로의 손을 쥘 수가 없었으며 껴안을 수도 없었지요. 그래도 아이들은 여전히 날 수 있는 탓에 상관하지 않았어요. 니나니는 날기 대회를 열어 서로의 경쟁심을 유도했는데, 사이가 좋던 훌다와 브리미르는 서로 최고라고 우기고 싸우다가 결국 추락하여 아주 먼 곳으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그곳은 태양이 떠오르지 않은 곳이었는데, 길을 찾아 나선 두 아이는 사나운 곰, 털북숭이 거미와 독벌레를 만나 죽음의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곰은 두 아이가 달콤한 살 냄새가 나는 사람이 아니라고 했으며, 미끌이 덕분에 거미줄에 걸리지도 않았지요. 두 아이는 더 이상 짐슬들이 두렵지 않았고, 자신들을 사나운 나비 괴물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동물들을 이용해 먹이를 구하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하이에나는 먹이로 어린아이를 잡아오고 두 아이는 어린 아이 오르바르를 구해줍니다. 오르바르가 살고 있는 곳에 가게 된 두 아이는, 어느 날부터 해가 떠오르지 않은 탓에 어둡고 추워져 아이들이 배고픔과 추위에 힘들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양심의 가책에 고통스러웠던 두 아이는 진실을 털어놓을 수 없었고, 창백한 아이들의 도움으로 열기구를 타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됩니다. 두 아이가 집으로 돌아갔지만, 어느 누구도 그들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지 못했어요. 두 아이는 어둠 속에서 사는 아이들을 도와주기 위해 니나니와 아이들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어느 누구도 두 아이의 이야기에 귀기울여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들이 사는 곳 바다에 시와 선물이 배달되어 집니다. 브리미르와 훌다의 거짓말로 어둠 속에서 살고 있을 아이들을 위해 어둠 속에서 사는 아이들이 보내준 것이었죠. 그리고 아이들은 이제 깨달아갑니다.

 

 

이제 아이들에게는 한 방울의 젊음 밖에 남지 않았고, 해를 고정시킨 못을 뽑기 위해서는 그 젊음을 댓가로 내놓아야 합니다. 브리미르가 기꺼이 마지막 남은 젊음을 주려할 때, 훌다는 멋진 생각을 떠올립니다. 왕이 되고 싶은 꿈을 가진 니나니가 이 별의 왕이 되도록 해 준 것이죠. 아이들은 젊음을 되돌려 받았지요. 물론 니나니가 진짜 왕처럼 될 수는 없었어요. 하지만 니나니는 왕보다 더 멋진 삶을 알게 되지요.

 

"아, 가슴 벅차도록 아름답구나." (본문 173p)

 

아이들만 사는 별에 나타난 어른은 존재하는 것만으로 행복했던 아이들에게 욕망과 경쟁으로 젊음을 빼앗아 갑니다. 그렇게 아이들은 끝없은 욕망 속에서 자라고 있었습니다. 오로지 자신의 즐거움만을 생각하며 살아가던 아이들을 변화시킨 것은 타인의 사랑이었습니다. 욕망이 가득했던 니나니는 아이들을 통해서 삶의 가치를 알아가게 되지요. 니나니는 바로 아이들에게 욕망을 키우는 어른의 모습을 가진 우주 괴물이었습니다. 타인에 대한 사랑이나 배려 따위는 필요없이 오로지 자신의 욕망만을 채우도록 가르치는 우리의 자화상이었지요. 우리는 아이들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매일매일이 행복하고 즐거웠던 아이들에게 욕망, 경쟁을 가르치면서 아이들의 젊음을 조금씩 뺏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푸른 별 아이들>>은 우리 어른들도 아이들과 꼭 함께 읽어야 할 동화책입니다. 자신의 삶을 둘러보게 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죠.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으며,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지 곰곰 생각해보게 됩니다. 저도 니나니처럼 아이들에게 욕망과 경쟁만 심어주고 있으며, 니나니처럼 왕(최고)이 되고픈 욕망만 가득한 사람은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독특한 삽화와 재미있는 상상력이 재미있는 동화책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 속에 담아낸 삶의 성찰로 이끄는 마력이 압권인 작품이기도 하지요.

 

(사진출처: '푸른 별 아이들'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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