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눈이 오기까지 상수리 큰숲 3
최정원 지음, 박해랑 그림 / 상수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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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백구 한 마리가 행복한 듯 누워있는 삽화가 눈길을 끄는 책이었습니다. 서정적인 느낌의 제목 또한 마음에 와 닿았지요. 마음이 참으로 따뜻해지는 이야기였습니다. 반려동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애완동물이라 칭하면서 마치 사람들의 장난감처럼 여겨지곤 했는데, 이제는 사람과 더불어 사는 동물로 그들이 인간에게 주는 여러 혜택을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반려동물이라 부르게 되었다지요. 사실, 저는 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어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사전적 의미로만 알고 있을 뿐이었죠. 요즘 반려동물에 관한 책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는 탓에 책을 통해서 많이 접해오긴 했지만, 사람과 동물 사이의 우정에 대해서 마음으로 이해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흰눈이 오기까지>>를 읽으면서 그 의미를 어렴풋이 이해하게 되었지요. 반려동물의 의미, 사람과 동물사이의 우정이라는 것이 바로 이것이구나! 싶었습니다. 읽은 동안 가슴이 뭉클했던 순간도 있었고, 긴장감이 느껴지지는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어른들이 읽어도 정말 좋을 따뜻한 동화였지요.

 

 

세상에 태어난 지 보름이 되는 날, 아가 강아지는 눈꺼풀을 살짝 올렸고 밝은 빛살이 눈을 파고 돌어오는 걸 느꼈지요. 처음 눈을 뜬 아가 강아지는 세상에 대해서 모든 게 신기했고, 커다란 가방을 멘 더벅머리 아이는 아가 강아지가 마냥 신기했지요. 집에 강아지가 많은 더벅머리는 이 흰둥이가 마음에 들어 며칠씩이나 떼를 썼고, 주인아저씨의 커다란 손에 덥석 안긴 아가 강아지는 그렇게 엄마와 헤어져 더벅머리와 함께 낯선 집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그 더벅머리의 소년 이름은 솔이였어요. 솔이는 흰 눈처럼 하얀 이 아가 강아지에게 '흰눈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흰눈이는 낳은 지 얼마 안 되어 새끼를 잃은 베스의 젖을 먹으며 자라게 되었고, 베스 역시 흰눈이를 자식처럼 다정하게 핥아주었습니다.

 

 

솔이네 집에는 두 종류의 개가 살아요. 하나는 흰눈이처럼 솔이가 키우자고 졸라서 데려온 강아지들로 너무 순한 조선개 순돌이와 음식을 먹어치워 주는 일밖에 하지 않는 잡종견 왈순아지매이지요. 다른 한 부류는 사냥을 하는 개들이입니다. 엄마 베스는 바로 이 집 모든 개들의 대장입니다. 아, 그리고 개탈이라고 부르는 방울이도 있네요. 입에서 지독한 담배 냄새를 풍기는 사람은 베스를 탐내곤 합니다. 하지만 솔이 아버지는 많은 돈을 주어도 절대 베스를 팔지 않았습니다. 베스는 주인 집 부부가 각별히 예뻐했습니다. 심부름을 잘하는 탓도 있겠지만, 자신의 부모님이라 생각하며 부모에 대한 효를 한다고 생각하는 베스의 마음이 두 부부에게 전달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베스의 그런 마음을 흰눈이도 배우며 자랐지요.

 

 

하지만 행복한 순간도 잠시, 사냥을 나갔던 솔이 아버지는 사냥터지기의 사기에 걸려들어 많은 손해 배상을 하게 되었지요. 설상가상 베스를 탐내던 그 사람은 심부름 가던 베스를 공격했고, 흰눈이를 지키려던 베스는 큰 상처를 입고 죽고 맙니다. 그러나 엄마 베스를 잃은 흰눈이에게 더 큰 시련이 닥쳐오게 됩니다. 어려운 솔이네는 이사를 하게 되고, 흰눈이를 제외한 개들이 팔려가게 되었습니다. 형처럼 따르던 순돌이가 트럭에 갇히자 흰눈이는 트럭을 쫓아가게 되고 흰눈이 역시 잡히게 되지요. 다행이 흰눈이를 마음에 들어한 수의사는 흰눈이와 순돌이를 정성껏 치료해주었지만, 수의사의 속셈은 따로 있었습니다. 흰눈이는 자신으로 인해 다친 순돌이의 안전을 위해 수의사가 시키는대로 싸움개가 되어갑니다. 결국 사람을 위해서는 목숨도 아까워하지 않았던 베스가 사람의 손에 죽게 된 것에 대한 슬픔은 나쁜 사람들에 대한 분노로 바뀌어갔지요. 다행이 흰눈이는 탈출을 하게 되고 솔이와 함께 살던 집을 찾아갑니다. 하지만 이미 이사간지 3년이 지난 솔이를 만날 수 없었지요.

 

 

흰눈이는 북한산의 한 주막에서 터를 잡고 살아가게 되었고, 흰눈이가 길 잃은 아이를 찾아내면서 북한산의 지킴이 노릇을 하는 백구를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주막은 이른 아침부터 붐볐지요. 그렇게 북한산 흰둥이로 살아가던 어느 날, 흰눈이는 밤마다 꿈에서 보던, 청년이 솔이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솔이와 같이 살게 된 흰눈이는 엄마 베스를 쇠꽁챙이로 찌른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됩니다. 복수를 꿈꾸었던 그 사람을 만났지만 늙고 병들어서 추레한 모습을 보고 흰눈이는 오랫동안 지고 있던 복수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습니다. 그 짐을 내려놓자 흰눈이는 기운이 빠집니다.

 

<<흰눈이 오기까지>>는 강아지인 흰눈이를 통해 세상을 이야기 합니다. 악이 가득한 사람들과 달리 강아지들의 세상은 참 깨끗합니다. 주인을 위해 목숨을 내거는 베스, 팔려가는 친구를 위해 달려가는 흰눈이, 주인이 보여준 관심과 사랑을 잊지않고 찾으려는 희눈이, 그 주인의 냄새를 오랫동안 잊지 않은 흰눈이는 진한 감동을 전합니다. 이런 것이 바로 사람과 동물사이의 우정이구나, 이것이 바로 반려동물의 의미구나, 라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흰눈이가 보여준 분노와 용서, 우정, 사랑 등의 감동이 너무도 벅차네요. 언뜻 영화 <마음이>가 떠올라 독창성은 조금 부족한 듯 했지만 그 감동만은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정말이지, 참 아름다운 동화였습니다.

 

(아미지출처: '흰눈이 오기까지'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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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인 2014-03-20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글은 2005년에 쓰였습니다. 2006년 개 해를 맞으며 출시하기 위해서였지요. <마음이> 영화는 2006년 10월 25일에 나온 것으로 되어 있네요. 아마 그 영화도 개 해 안에 개봉하려고 준비했을 것입니다. 그 해에 우후죽순 격으로 강아지에 대한 동화가 무척 많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따라서 개 해 끝무렵에 나온 마음이 영화가 다른 글에 영향을 끼쳤을 확률은 없을 듯합니다.

동화세상 2014-03-24 21:37   좋아요 0 | URL
아...그랬군요. 몰랐네요...좋은 지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