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내 일기 읽고 있어? 라임 청소년 문학 2
수진 닐슨 지음, 김선영 옮김 / 라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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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진정성 읽는 책을 펴내는 것을 목표'로 2014년 1월 푸른숲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새로 선보인 브랜드 <라임>. 라임청소년문학 시리즈 그 첫 번째 이야기 <해피 머시기데이>에 이은 두 번째 이야기는 캐나다도서관협회 선정 올해의 청소년 책, 캐나다 총독, 문학상, 루스 앤 실비아 슈와르츠 상 수상작인 <<형, 내 일기 읽고 있어?>>이다. 어떤 내용일까, 호기심을 일게하는 책 제목에 (얼마 전 읽은 글쓰기에 관련 책에서 책을 읽을 때는 앞표지→뒷표지→차례→본문의 순서대로 읽는 것이 좋다고 했다) 책 이곳저곳을 살펴보았다. 책 제목으로 인해 나는 조금 유쾌한 스토리가 아닐까 지레짐작 했었는데, 뒷표지를 보면서 숨을 크게 내쉬었다. 왕따, 학교 폭력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주제 중의 하나이다. 아이들에게 가장 큰 고민이자 상처인 이 문제가 여전히 사회적 문제이며, 큰 이슈에도 불구하고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싫어하는 주제임에도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이 주제를 담은 책을 또 찾아 읽는 편이다. 이 문제에 대해 대부분의 아이들이 무방비 상태인 탓에 책만이 그 해결책을 찾아줄 수 있으리라는 믿음 탓이다.

 

이처럼 가슴 아픈 주제를 이렇게 경쾌하게 읽을 수 있게 해 주다니.....유머와 연민 사이에서 끝까지 균형을 잃지 않는 작가의 글 솜씨에 경의를 표한다. 상상하기 힘든 비극 앞에서 상대방을, 그리고 자기 자신을 원망하면서도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해 나가는 가족과 친구, 이웃들의 모습이 사뭇 따뜻하게 담겨 있다.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 (표지 中)

 

<<형, 내 일기 읽고 있어?>>는 1월 18일을 시작으로 한 일기로 구성된 책이다. 열네 살인 헨리가 이 일기를 쓰게 된 것은 심리 치료사인 세실 선생님의 권유에서 였다.

물론 헨리가 "네 생각과 느낌을 기록할 수 있는 은밀한 공간을 좋아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일기 쓰기는 상당히 좋은 치료법 중 하나야." 라며 건넨 세실 선생님이 준 일기장을 집에 오자마자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었다는 것은 현 헨리의 상태를 고려해볼 때 당연한 일이었다. 너무나 심심한 탓에 일기장을 다시 꺼내기는 했지만 말이다. 헨리는 사건이 발생하고 칠 개월이 지난 후에야 아빠와 함께 심리 치료사를 방문했다. 그가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로봇 목소리를 내었기 때문이다.

 

동네 사람들이 서로 다 아는 사이였던 포트살리시에 살던 헨리가 가족은 '그 사건'이 저주가 되자, 흉물스럽다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 아파트지만 아무도 헨리네 가족을 알지 못하는 밴쿠버로 이사를 했다. 아! 헨리네 가족이 모두 다 같이 이사온 것은 아니었다. 엄마는 그 사건 이후로 정신 병원에 입원했기에 아빠와 헨리만 벤쿠버로 오게 되었다. 그렇다면 형은....? 헨리의 일기장에는 '그 사건'에 대한 이야기도 '형'에 대한 이야기도 한동안 드러나지 않았다. 헨리는 새로 이사 온 아파트의 이웃들이 불편했다. 311호 캐런 아줌마는 아빠에게 추파를 던지는 듯 했고, 213호 아타파튜 할아버지는 음식을 가져다 주는 등 관심을 주기 때문이다. 헨리는 그저 그냥 내버려 두길 바라는데. 헨리는 자신의 인생이 이렇게 꼬여버린 것은 형 탓이라 생각했고, '놀이터에서의 일'로 인해 스스로를 자책했으며 자신을 버려둔 엄마는 형을 더 사랑하고 있다고 믿었다. 엄마는 총을 가지고 있던 아빠를 탓했으며 아이를 지키지 못했던 스스로를 자책했다. 아빠도 역시.

 

나는 형이 하라는 대로 한 거잖아! 나는 그놈한테 소리치고 싶었어! 내 잘못이 아니잖아! 4월 30일 밤에 공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했잖아! 형이 약속하라고 그랬잖아! (본문 178p)

 

새로운 학교에서 헨리에게 팔리라는 친구가 접근한다. 왕따를 당하는 팔리를 보면서 헨리는 형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 사건의 정체가 드러난다. 학교 폭력으로 힘들었던 형은 아빠가 가지고 있던 총으로 자신을 괴롭혔던 스콧을 죽이고 자신도 자살한다. 하지만 세상은 형이 당한 괴롭힘에는 관심이 없다. 살아 있었을 때 형은 착한 소년이었고 스콧은 비열한 놈이었지만, 형이 아빠의 총을 학교에 들고 간 날, 스콧은 착한 소년이 되고 형은 비열한 놈이 되고 말았다.

 

팔리로 인해 '도전! 전국 퀴즈왕' 팀에 합류하게 된 헨리는 앨버타라는 여학생을 알게 되고 관심을 갖는다. 물론 헨리는 일기장에서 조차 자신의 마음을 극구 부인하지만 말이다. 헨리네 가족은 <토요일 밤의 스매쉬업>프로를 좋아했고 그 중에서도 '더 크레이트 데인'을 좋아했다. 팔리 역시 이 프로를 좋아했는데 GWF 경기가 시애틀에서 열린다는 소식에 헨리에게 함께 가자고 권했고, 헨리는 엄마와 아빠가 다시 재회하고 함께 살 수 있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두 사람은 입장권을 모으기 위해 학교의 재활용품을 모아 팔기 시작하지만, 헨리는 엄마는 여전히 형만을 사랑했다고 믿었으며 집으로 돌아올 수 없었다. 그렇게 헨리의 분노가 폭발하고 만다.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새로 이사 온 곳에서는 아무도 자신의 가족이 겪은 일을 모르기 바랐던 헨리는 아빠가 캐런 아줌마에게 사실을 말한 것에 분노했고, 퀴즈왕 대회에서 스콧의 동생 조디를 만난 것에 당황한다. 그러나 캐런 아줌마로부터 듣게 된 이야기로 헨리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낼 수 있게 되고, 늘 괴롭힘을 당하는 팔리를 도와줌으로써 형에 대한 미안함, 자책을 조금씩 벗어버리게 된다. 그리고 드디어 의문이었던 공원에서의 사건의 전말이 모두 드러난다. 총기 사건보다 더 끔찍한 그 사건은 정말 마음을 아프게 했다. 헨리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다행이도 귀찮게만 여겼던 이웃과 친구들은 헨리의 아픔을 이해해주었고 용기를 주었다.

 

학교 폭력으로 얼룩진 헨리네 가족의 상처를 보둠어주는 가족, 친구, 이웃이 있어 그들은 살아갈 용기를 얻었고, 헨리는 진짜 친구를 얻었다. 타인이 있기에 우리는 살아갈 힘을 얻는 것은 아닐런지. 형을 도와주지 못했던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헨리는 팔리를 도왔다. 그리고 깨닫는다. 형 역시 학교를 좀 더 믿었어야 했다고. 학교 폭력에 대응하는 두 인물을 통해 우리 아이들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이웃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으며 학교와 어른들을 믿어야 한다는 것을. 굉장히 가슴 아프고, 슬픈 주제임에도 저자는 결코 어둡게 이끌어가지 않았다. 아무리 튕겨내어도 바로 돌아오는 고무공 같은 팔리, 연륜으로 세상을 포용하는 넓은 마음을 가진 아타파튜 할아버지와 캐런 아줌마 등과 같은 캐릭터로 유머를 잊지 않았다.

 

<<형, 내 일기 읽고 있어?>>는 학교 폭력으로 얼룩진 문제점을 잘 꼬집어냈다. 학교 폭력, 자살 그리고 남은 가족들의 상처 등이 헨리의 일기를 통해 청소년의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다. 그 속에 우정, 가족의 의미도 함께 잘 버무려놓았다. 상처를 치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상처와 조우하는 것이라 했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 오래 전에 읽는 <남자 때문에 일기쓰는 여자>라는 책에서도 심리 치료사가 일기 쓰기를 권했는데, 일기 쓰기는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상처와 조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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