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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자격 - 내가 제대로 키우고 있는 건가
최효찬.이미미 지음 / 와이즈베리 / 2014년 2월
평점 :
한계에 달한 입시경쟁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부모의 역할에 초점을 맞춰서 찾아보고자 방영되었던 2014년 신년특집 SBS 스페셜 3부작 [부모 VS 학부모] 프로그램이 소개되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프로그램은 자녀의 의지에 반하는 부모의 강압이 어떻게 부모 자녀간의 관계를 훼손하며 왜 입시경쟁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얻지 못하는지를 분석하고 불안한 교육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한편, 경쟁 지향적 교육의 문제점을 찾아보고 우리의 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에 대한 화두를 제시하고자 했다. (http://wizard2.sbs.co.kr) 올해 큰 아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면서 이 문제는 곧 나의 문제가 되어 이에 대한 해답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던 차에,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의 고민과 바람직한 자녀교육의 길을 모색하는 <<부모의 자격>>이라는 책을 찾아보게 되었다.
책 읽기에 앞서 나는 표지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자식 문제로 상처받은 당신을 위한 리얼 공감 스토리'라는 부제와 함께 수록된 표지삽화에서 마음이 힐링되는 느낌이 든 탓이다. 한참을 바라보게 만든 이 그림은 2008년 作 '이수동화백'의 '행복나무'로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나는 지금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큰 아이, 공부에는 영 관심이 없는 작은 아이로 인한 고민으로 머리가 지끈거리는 듯 했는데, 그 두통이 해소되는 기분이랄까. 그렇게 나는 한참동안이나 그림을 바라보았다. <<부모의 자격>>이 내게 그림을 통해 힐링을 주었다면, 글을 통해 고민에 대한 해답을 주었다. 늘 들어왔던 이야기이며, 늘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던 이야기임에도 다양한 사례들은 공감과 위로를 주었으며 그동안 안개에 덮여했던 부모인 내가 가야할 길이 조금씩 보이는 듯 했다. 여기에 등장하는 사례 중에는 내가 겪었던 이야기, 내 딸과 같은 아이들이 많이 등장한다. 어릴 때는 내가 이끄는 대로 따라왔던 아이는 사춘기가 되면서 외모에 신경쓰기 시작하고, 연예인과 펜픽에 빠지고, 반항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다른 아이들의 경우에 비추어보면 그리 심각한 경우는 아니었을지는 몰라도, 달라진 모습에 우리 부부는 당황스러웠다. 이제 그 '중2병'이 조금씩 치유되어가고 있는 탓에 한시름 놓으려 했더니 대학입시라는 새로운 고민과 마주하게 되었다. 세상에 가장 어려운 일이 바로 이 부모 노릇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두 아이를 키우면서 수시로 하게 된다. 내가 두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 것인지, 항상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나는 정말 부모로서의 자격이 있는것인지 의문이 든다.
[01 대한민국은 지금 '교육피로 사회']에서 보여준 '교육에서도 빈익빈 부익부'는 나를 절망하게 했다. 큰 아이가 고등학교 원서를 쓰기에 앞서 과학고에 진학하는 게 어떻겠냐는 교장 선생님의 권유가 있었다. 공부 하기 싫어하는 큰 아이는 조금의 고민도 없이 NO였고, 그런 딸을 잘 아는 탓에 생각 끝에 일반고에 진학했다. 일반고에서 내신을 높이자는 생각도 있었지만,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못한 탓에 아이를 뒷바라지 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었다. '개천에서 용 나지 못하는 사회'가 되어버린 이 시점에서 내 아이에게 차선책을 마련해주지 못한다는 점이 나를 절망하게 했다. 물론 교육 미아를 만드는 조기유학 후유증도 문제가 되고 있지만 부모의 마음은 또 그렇지 못하니 말이다.
고민 끝에 일반고를 보냈는데 [02 학부모라서 불안하다]에서' 90퍼센트 일반고 학생들이 위험하다'를 읽으면서 난 또 불안해졌다. 이랬다 저랬다, 아이의 양육에 대한 확신이 없는 탓인가보다. 사실 직장을 다니는 탓에 아이들의 교육에도 제대로 신경을 못 쓰고, 학원은 다니기 싫다는 아이의 말에 학원도 안 보내고 있는 무모한 엄마인지라 이 얘기, 저 얘기에 자꾸만 흔들린다. 다행이 이 책 1,2장을 보면서 요즘 교육현실을 인지할 수 있었고, 다양한 사례를 통한 부작용을 접하면서 조금씩 내가 가야할 길이 무엇인가를 그려보게 되었다.
아이와 부모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강'이 흐른다. 때로는 그 강은 아이와 부모 사이에 건널 수 없는 강이 되기도 한다. 아이와 부모는 그 강 위에 '가족의 배'를 띄우고 함께 가는 존재일 것이다. 가족의 배는 순항하기도 하고, 때로는 기우뚱하기도 하며, 때로는 격랑을 만나 위기에 처하기도 할 것이다. 아이의 욕망과 부모의 욕망이 비슷하다면 순항할 것이다. 반면 아이가 부모의 욕망을 채우지 못하거나 부모의 욕망을 아이에게 강요할 경우 기우뚱거리거나 격랑의 위기 속으로 뺘져들 수 있다. 부모가 아이의 잠재능력이나 재능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기보다 부모의 욕망에 따라 아이의 잠재력이나 재능을 재단할 경우 특히 위험하다. 우리 사회에서 아이와 부모 사이에 벌어지는 불행의 대부분은 바로 여기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문 189p)
[03 사춘기, 이 또한 지나가리라][04 부모 욕심을 버려야 아이는 비로소 꿈꾼다][05 명문대 아니면 어때요, 행복한 게 최고야]를 통해 내가 가진 욕심을 내려놓자는 생각을 또 하게 된다. 버리자, 해서 버려지는 것이 결코 아닌 탓에 몇 년동안 버리겠다는 결심만 수십 번 해왔지만 다시금 '버리자'라는 결심을 굳혀본다. 무엇보다 내가 이 책을 통해서 깨달은 것은, 그동안 딸아이를 너무 유별난 아이로만 생각해왔던 것이다. 나 역시도 사춘기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변해버린 딸이 좀 유별나다고 생각했는데 다양한 사례를 보면서 내 아이가 겪는 과정이 당연한 과정임을 인식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 인식이 내 아이를 이해하는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면, 나는 이제야 비로소 아이를 이해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을 셈이다.
교육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나는 우리 사회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녀가 공부를 잘하거나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것은 아님을 사례를 통해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의 도전을 응원하고 원하는 것을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와 아이들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이었다. 과잉 육아, 과잉보호, 과잉 교육으로 아이들을 힘들게 하고 부모를 지치게 하고 가족과 사회를 멍들게 하는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결핍과 끈기가 아닐런지. 부모가 된다는 것은 끊임없는 인내와 기다림의 연속이라고 한다. 인내하고 기다림을 잘하는 부모가 훌륭한 부모가 될 수 있다는 말이란다. 얼마 전, 고등학교 입학식에 앞서 성적 우수자를 뽑힌 딸아이와 함께 교장선생님 면담을 하고 왔다. 함께 참석한 아이들을 보면서 엄마인 나의 마음은 한없이 조급해졌고, 결국 요 며칠동안 아이에게 공부하라는 말만 하고 있었다. 얼굴을 붉히는 딸을 보면서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부모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내 고민에 대한 답을 찾을 실마리도 얻었다. 저자가 법륜 스님이 쓴 <엄마 수업>책에서 인용한 글귀를 읽고 또 읽으며 생각해본다. 부모의 자격과 그 사랑에 대해...!
법륜 스님이 쓴 『엄마 수업』에는 사랑을 단계별로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첫째, 정성을 기울여서 보살펴주는 사랑이다. 아이가 어릴 때는 정성을 들여서 헌신적으로 보살펴주는 게 사랑이다. 둘째, 사춘기 아이들에 대한 사랑은 가섭하고 싶은 마음, 즉 도와주고 싶은 마음을 억제하면서 지켜봐주는 사랑이다. 셋째, 성년이 되면 부모가 자기 마음을 억제해서 자식이 제 갈 길을 가도록 일절 관연하지 않는 냉정한 사랑이 필요하다. 그는 "우리 엄마들은 헌신적인 사랑은 있는데, 지켜봐주는 사랑과 냉정한 사랑이 엇다. 이런 까닭에 자녀교육에 대부분 실패한다"고 말한다. (본문 133p)
(이미지출처: '부모의 자격' 표지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