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가께 한림 고학년문고 31
기시모토 신이치 지음, 강방화 옮김, 야마나카 후유지 그림 / 한림출판사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옳고 그르다, 할 수 있느냐 없느냐, 동그라미냐 가위표나로 나눌 수 있는 것들이 세상에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사람'에 대해서 생각할 때는 소중한 것을 빠뜨리기 십상이지요. (본문 173p)

 

이 책을 읽다보면 하이타니 겐지로의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라는 작품을 떠올리게 된다. 이토 미나코가 전학오면서 고다니 선생님은 시련을 겪게 되고, 반 아이들도 불편한 일이 생겨났다. 하지만 고다니 선생님은 미나토를 통해 아이들이 달라지고 있으며 배려하고 성장하리라는 것을 믿었고, 아이들은 그 바람처럼 미나코를 통해 함께하는 것을 배우고, 선생님 역시 미나코를 돕는 아이들을 통해 배우고 성숙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책이었다. 정말 감동적인 동화였는데 이 책이 창작을 통해 보여준 감동이라면, <<봄이 오면 가께>>는 23년 동안 초등학교 교사로 일했던 저자가 유타의 모델이 된 치아키라는 무척 사랑스러운 아이와 만나면서 겪은 일이 바탕이 된 실화가 주는 감동을 보여주고 있다. 그저 동화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닐까 싶었던 감동을 실화를 통해 그 감동을 다시 느끼게 되는 기분은 정말 묘했다. 어디선가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였구나! 라는 생각으로 마음이 더욱 따뜻해짐을 느끼게 된 탓이다.

 

 

종이 울리고 10분도 더 지난 시간, 전학생이 오지 않음에 의아해하던 미나미다 선생님은 아무도 없는 운동장을 어머니에게 끌리다시피 하며 남자아이가 느릿느릿 걸어오는 걸 보게 된다. 선생님께 인사 드리라는 어머니의 재촉에도 유타는 대답도 하지 않고 옆에 있는 새장에 달라붙었다. 교실로 들어가자는 말에도 돌아보지 않는 유타의 옷소매를 당긴 선생님은 목청껏 고함을 지르는 유타의 목소리에 놀라고 만다. 이것이 유타와 미나미다 선생님의 첫 만남이었다. 아이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결심으로 교사가 된 지 올해로 4년째인 미나미다 선생님은 조금은 다른 유타의 전학 소식에 느슨해진 신경이 다시 팽팽해지는 것 같아 기뻤으나 유타가 온 지 채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몇 번씩이나 한숨을 쉬고 있다.

 

전학 온 지 2주가 지난 체육 시간에 유타는 심장이 아파 체육을 할 수 없는 사유에게 일등을 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반칙을 하기도 하고 일등을 한 찍이에게 소리를 지르며 쫓기도 했다. 선생님은 유타에게 글자를 가르치기로 하고 카드를 내밀지만 시작한 지 사흘째 되던 날은 이름을 부르자 도망가 버렸다. 유타가 키우던 개구리를 가지고 놀다 죽게 한 찍이와 싸우던 유타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겐지는 아빠가 없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고, 물을 겁내하는 유타의 눈높이에 맞추어 유타에게 용기를 주는 사유가 있는가 하면, 유타를 불쌍히 여기고 친절하게 대해 줘야한다는 걸 알면서도 정작 유타를 도와주지 않는 다케시장, 유타를 놀리는 찍이 등 유타를 대하는 아이들의 마음은 제각각이었다.

 

"친절하게 대해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불쌍하니까요."

"하지만 선생님, 저는 유타가 나쁜 아이라는 생각은 안 들어요."

"무슨 말이야. 저렇게 제멋대로 행동하면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거야."

"저는 유타를 보면서 가끔 부러울 때도 있어요. 유타처럼 마음이 가는 대로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 선생님, 유타는 우리가 공부하는 데에도 피해를 많이 줘요. 유타 때문에 진도가 늦어지고 헷갈릴 때가 있어요." (본문 71,72p)

 

 

사유가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서 유타는 사유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 글을 배우자 했고, 글을 제대로 익히지 못하는 유타에게 아이들은 이야기를 통해서 글자를 익히는 방법을 생각해내고 함께 글을 익힐 수 있도록 돕는다. 체육 대회 연습이 시작되면서 반칙이 난무하는 달리기를 하는 유타 때문에 골치 아파하는 아이들에게 겐지는 유타가 함께 달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내고, 유타는 오래전 사유에게 일등을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게 하나가 되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은 잔잔한 감동을 몰고 왔다.

 

미나미다 선생님은 박수를 치면서 가슴이 몹시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눈물을 참으려고 온몸에 힘을 줬다. 그러나 저만치에서 주먹을 치켜들며 승리를 만끽하는 겐지의 활짝 웃는 얼굴을 보니 참았던 감정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온몸에 힘이 빠지면서 끝없이 눈물이 흘렀다. 미나미다 선생님은 아이처럼 소리 내어 울면서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고마워. 정말 고마워." (본문 166p) 

 

이혼으로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유타의 어머니는 늘 혼자 있어야하는 유타를 위해 시골로 이사를 가기로 결심하고 체육대회를 끝으로 유타는 아이들과 헤어졌다. 그리고 체육 대회가 끝나고 2주가 지난 어느 날, 5학년 3반에 편지가 한 통 날아왔다.

 

 

유타는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과 고마운 마음을 이렇게 편지로 대신했다. 유타는 아이들에게 글을 배우고 달리기하는 법을 배웠지만, 아이들과 선생님은 유타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과 함께하는 법을 배웠으며 서로를 배려하는 방법을 배웠다. 어느 책의 글귀에서 본 적이 있는 '중요한 것은 가르치고 이끄는 것이 아니라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라는 말처럼 5학년 3반은 함께 하면서 서로 배우고 성장하고 있었던 게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선생님까지도. 그리고 책을 읽는 나 역시도 많이 배우고 많이 느끼게 되었다.

맞춤법은 틀렸지만 정성가득 쓴 짧은 편지에 눈물이 핑 돈다. 감동이 있는 이야기 <<봄이 오면 가께>>였다.

 

(이미지출처: '봄이 오면 가께'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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