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마자 가래나무 방귀 뀌어 뽕나무 - 나무 박사 박상진 교수가 들려주는 재미있는 나무 이야기
박상진 지음, 김명길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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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자세히 살펴보게 되지는 않지만, 우리 주변에는 참 많은 나무들이 있습니다. 우리의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나무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다른 모습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지요.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나무를 살펴보게 되는 날이면 나무의 이름을 제대로 알고 있는 나무가 몇 그루 없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집에서 가까운 아차산에 참 많은 나무가 있는데, 아이들이 물어보면 제대로 답해줄 수 있는 나무가 없더군요. 나무 명찰 덕분에 집에 와 식물도감을 찾아본 적도 있지만, 실제 그 나무를 다시 보게 되도 제대로 기억하기 어렵더군요. 저자 박상진 교수는 나무 문화재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연구하여 해인사 고려대장경판, 무령왕릉 관재 등의 재질을 분석하였으며 2002년 대한민국 과학문학상을 수상하였으며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으로도 일한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 나무 문화재 연구 최고 권위자인 이른 바 '나무 박사'이지요. 이 책은 바로 나무 박사가 들려주는 30종의 나무를 70여 장의 사진으로 보다 생생하게 만나는 우리나라 나무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책 제목처럼 나무에 관한 이야기가 정말 재미있게 수록되어 있답니다.

 

 

이 책, 1장에서는 나무의 생태에 대해서, 2장에서는 역사 속에서 나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쓰임이 어떤지를 담았으며, 3장에서는 나무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담겨있습니다.

지구 상에 살고 있는 식물의 수는 자그만치 50만 종이 넘는다고 해요. 이들 가운데 종자를 생산하는 식물은 크게 나무와 풀, 둘로 구분을 하는데 풀은 나무와 달리 관다발은 있지만 부름켜가 없어서 지름을 키우지 못한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지름이 없는 대나무는 나무일까요? 풀일까요? 저는 대나무를 나무가 아니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데, 대나무는 부름켜가 없고 120년에 한 번 꽃을 피우고 열매 맺고 바로 죽어 버리기 때문에 식물학적 기준으로는 풀에 더 가깝다고 하네요. 동물의 겨울잠과 같은 현상인 '휴면'을 하는 나무도 있고, 눈주목, 눈잣나무, 눈향나무 등처럼 누워서 옆으로 자라는 나무들도 있답니다. 나무마다 가지를 뻗는 방식은 어긋나기, 마주나기, 돌려나기 등으로 나뉘어지고, 나무의 몸을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하는 나무의 껍질도 다양하지요.

 

 

동물들처럼 나무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잎이나 가지, 껍질 등을 가시로 변형시키기도 하는데, 그 종류에는 탱자나무, 갈매나무 등이 있어요. 하지만 가시나무, 참가시나무, 붉가시나무, 종가시나무는 실제 가시는 없답니다. 마치 붕어빵에 붕어가 없는 것처럼 말이죠. <SBS 정글의 법칙>을 보면 물을 마시기 위해 나무를 찾는 걸 본 적이 있을 거에요. 고로쇠나무는 2월경 나무 줄기에 V자로 홈을 파거나, 구멍을 뚫고 파이프를 꽂아 두면 샘처럼 나무 물이 쏟아지는데, 이 물에는 미네랄을 비롯해 약간의 당분이 들어 있어서 물맛이 달콤하고 건강에도 좋다고 하네요. 나무의 생태를 이렇게 재미있게 읽는 것은 처음있는 일인 거 같아요. 나무의 신비로운 면을 많이 보게 되었구요. 2장에서 풀어낸 나무들이 저마다 가지고 있는 이야기는 더욱 재미있답니다.

 

 

조선 시대에는 한 소나무가 세조 임금이 지나갈 때 가마가 걸리지 않도록 가지를 들어 올렸다고 하여 '정이품'이란 벼슬을 받았는데, 지금도 '정이품 소나무'라는 이름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대추나무는 양반나무라는 별명이 있는데, 글을 읽는다며 일은 않고 게으름을 피우는 양반을 나쁜 뜻으로 빗대거나 양반을 대표하는 선비들은 경거망동하지 않고 천천히 신중하다는 뜻을 담았다고 합니다. 복숭아나무는 귀신을 쫓는다고 믿었다고 하네요. 그런데 나무 이름은 어떻게 지어진걸까요? 아득한 옛날 우리 선조들은 처음 만나는 나무마다 우선 눈에 띄는 생김새의 특징을 살려서 이름을 붙었다고 하네요. 옛날 사람들은 힘든 일을 할 때며 피곤함을 잊기 위해 노래를 불렀는데 그 중에 나무 타령도 있었답니다. 이 책의 제목도 타령 중의 일부분이었네요.

 

오자마자 가래나무, 불 밝혀라 등나무, 대낮에도 밤나무

칼로 베어 피나무, 너랑 나랑 살구나무, 십리 절반 오리나무

열의 갑절 스무나무, 방귀 뀌어 뽕나무, 깔고 앉아 구기자나무

거짓 없어 참나무, 그렇차고 치자 치자나무, 하느님께 빌어 비자나무 (본문 66p)

 

 

그러나, 이렇게 아주 오랜시절부터 우리 주변에서 산소를 공급하고, 홍수를 막아 주는 등 우리가 생활하는 데 아주 큰 역할을 해주었던 나무가 점점 사라지고 있어요. 세계에서 가장 넓은 규모의 아마존 강 일대의 숲은 우리나라 숲 면적이 94배나 된다고 합니다. 아마존 숲을 가르켜 '지구의 허파'라고 할 정도로 이곳에서 자라는 식물들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보내는 양이 엄청나서 모든 지구인이 숨 쉬고 살아갈 수 있게 하지요. 하지만 아마존 숲 면적의 약 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브라질은 경제 개발을 하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숲을 파괴하고 있답니다. 더군다나 중국이나 몽골의 매우 건조한 지역에서 발생하는 황소를 막기 위해서도 나무를 많이 심어야 하지요. 그만큼 숲은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서 지키고 보존해야 하지만, 문명의 발달로 점점 숲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3장에서는 살아 있는 방음벽이 되어주고,  거대한 녹색 댐이 되어주기도 하며, 사람에게 꼭 필요한 사소를 내놓고, 독이 되는 이산화탄소를 가져가는 나무와 우리 생활의 밀접한 관계를 수록함으로써 그 중요성을 더욱 이해할 수 있게 된답니다.

 

 

나무에 관한 지식, 나무에 얽힌 이야기, 우리 삶과 나무의 관계 등을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서 알게 되면서 자연의 소중함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됩니다. 나무가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학습적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나무 박사를 통해 더 많은 내용을 접하게 되면서 주변에 있는 나무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될 듯 합니다. 푸른 나무들의 생생한 사진을 보니 몸에 좋은 삼림욕을 하고 온 듯, 맑은 공기를 마시고 온 듯 정말 기분 좋은 독서가 된 거 같아요.

 

(사진출처: '오자마자 가래나무 방귀 뀌어 뽕나무'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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