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Q정전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37
루쉰 지음, 김택규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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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을 함께 마무리한 책은 바로 중국 현대 문학의 거장, 루쉰의 대표적인 작품 8편을 담은 푸른숲징검다리클래식 시리즈 37번째 도서 <<아Q 정전>>이다. 루쉰은 중국 현대문학의 선구자이기도 하지만, 오늘날의 중국을 사유할 만큼 위대한 혁명가이자 사상가이기도 하단다. 그런 탓인지 이 작품에는 그의 사상이 많이 드러난 듯 보였고, 결코 읽기 쉬운 내용들은 아니었다. 현직 국어 교사의 꼼꼼하고 풍부한 해설을 담은 [<<아Q 정전>> 제대로 읽기]가 아니었다면 작품을 오롯이 이해하지 못한 채 '단순한 읽기'에 만족해야했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 부록이 내가 이 시리즈를 유독 좋아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욕망과 이익을 위해 아무런 생각 없이 '혁명'을 지지하는 아Q의 모습과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미군을 대표하는 S소위의 비위를 맞추는 채만식 <미스터 방>의 방삼복이라는 인물과 비교하는 식의 작품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넓혀주는 설명 방식은 특히 마음에 든다.

 

<<아Q 정전>>에는 루쉰의 대표적인 작품 광인 일기, 쿵이지, 약, 고향, 아Q 정전, 복을 비는 제사, 여와가 하늘을 고치다, 노자가 관문을 떠나다 등 총 8편이 수록되어 있다. 봉건 제도의 폐해를 고발한 [광인 일기]는 피해망상류의 병을 앓고 있는 모 씨 형제의 동생의 일기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일기 속에는 옛날부터 내려온 식인의 관습을 버리고 참다운 사람이 되기위해 고쳐나가자와 아이들을 구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이는 봉건 관습을 바꾸는 것이 결코 쉽지 않으며, 이 구습이 아이들에게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모름지기 사천 년간의 식인 이력을 가지게 된 나는, 처음에는 몰랐을지라도 이제는 분명히 알게 되었다. 참다운 사람을 만나기 어렵다는 것을!

사람 고기를 한 번도 먹은 적 없는 아이가 아직 있을까?

아이들을 구해야 한다. (본문 29p)

 

격변하는 시대 흐름에 따라가지 못해 조롱당하는 지식인을 풍자한 [쿵이지]는 글을 잘 알지만 하급 시험에도 합격하지 못한 게으른 쿵이지가 봉건주의 사상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혼란을 겪은 채 죽음에 이르는 인물로 등장한다. 혁명가에 대한 중국 민중의 두려움과 증오심을 나타낸 [약]은 죽은 사람의 피와 장기를 먹으면 병이 낫는다는 미신으로 아들의 폐병을 낫게 하기 위해서 처형당한 혁명가의 피를 묻힌 찐빵을 구하여 먹이는 라오솬네 가족 이야기를 담았다. 하지만 아들 샤오솬은 죽음을 면치 못했다. [광인 일기]와 비슷한 느낌의 이야기였는데, 설명에 의하면 루쉰은 샤오솬의 어머니를 통해 주제 의식을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 미처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들도 있지만, 이렇게 설명을 함께 들여다보면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앎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루쉰의 결연한 의지와 희망을 엿볼 수 있다는 작품 [고향]은 이십 년 넘게 떠나 있던 고향을 찾아온 주인공이 어린시절 친구였던 룬투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친구였던 그를 나리라 부르는 룬투가 그릇과 접시를 몰래 숨겨 놓은 모습을 보면서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는데, 주인공은 아이들이 자신과 같지 않음을 바라는 내용을 통해 희망을 보여주고자 했다.

 

희망은 본래 있다고도, 없다고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땅 위의 길과도 같다. 사실 땅 위에는 본래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만 그게 곧 길이 되는 것이다. (본문 72p)

 

 

이 작품의 표제작인 [아Q 정전]은 작가가 이 작품을 어떤 형식으로 쓰여하는가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시작된다. 결국 작가는 성과 이름, 본적뿐만 아니라 과거 행복도 불확실한 아Q에 대해 정전 형식으로 쓰고자 한다. 이는 기존의 상식을 뒤엎는 것으로 당시의 틀에 박힌 규범에 과감히 문제 제기를 하고 비판을 가하는 행동이었다고 한다. 아Q는 그만의 독특한 정신적인 승리법으로 스스로 노예임을 인정하지 않다가 돈, 여자를 갖고자 가짜 양놈을 찾아가 굽신거리는 노예근성을 보여주었는데, 아Q는 낡은 세계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민중의 자화상을 그린 인물이었다. 설명에 따르면 루쉰은 혁명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죽어 가는 아Q와 같은 인물이 이십 년 뒤에도 다시 나타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런 아Q를 죽이는 무심한 눈빛도 여전히 존재할 거라고 여겼다(본문 215,217p)고 하는데, 작가는 이렇듯 작품을 통해 현 사회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던졌다. 이외에도 [복을 비는 제사]에서는 유교 중심 사회의 폭압에 희생당한 가련한 여성 샹린댁의 삶을 통해 자신의 무책임한 행동을 정당화하고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는 지식인의 나약함을 비판했으며, 인류를 창조한 여와 신화의 이야기를 본떠 만든 [여와가 하늘을 고치다]를 통해 현실을 꼬집었고, [노자가 관문을 떠나다]를 통해 봉건 사회의 계급적 압박과 서양 열강을 비롯한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으로 삶이 황폐해진 민중들에게는 유가와 도가 같은 사상은 억지로 참고 견뎌야 할 고통임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본문 232p).

 

 

<<아Q 정전>>은 서울대학교에서 선정한 '꼭 읽어야 할' 인문 고전 중 하나라고 하는데, 사실 나는 이 작품을 접하는 것은 부끄럽게도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의 시대적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탓에 작품을 이해하는 것이 무척이나 어렵게 느껴졌는데, 부록을 통해 설명이 아니었다면 작가 루쉰이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했던 세상의 부조리에 맞선 비판이나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루쉰의 가정 환경이나 작품을 쓰게 된 배경, 중국의 시대적 상황 등을 수록함으로써 작품의 의미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었는데, 이는 고전에 대한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을 고전으로 이끄는 역할을 해 줄 듯 싶다. 서양의 고전에 익숙했던 터라 중국의 고전은 다소 생소한 느낌이었으나, 다양한 작품을 읽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2013년의 마지막을 함께 한 작품으로 꽤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작품을 읽고나니 표지 삽화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겠다. 표지는 루쉰이 이야기하고자 했던 우월주의와 노예근성을 함께 가지고 있는 인간의 이중성을 너무도 잘 표현하고 있었다.

 

(사진출처: '아Q 정전'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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