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속삭여 봐 푸른도서관 63
강숙인 지음 / 푸른책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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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죽음에 대한 상상으로 풀어내어 삶과 나를 둘러싼 모든 이들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우는 <푸른 하늘 저편>이라는 청소년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푸른 하늘 저편 어디에선가는 살아있는 자의 불행까지도 부러워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살아있다는 건 아주 큰 축복임을 일깨운 이 작품은 누나와 심하게 다투고 교통사고로 죽게 된 소년이 누나에게 못다한 말을 하기 위해 이승으로 내려와 노력끝에 누나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한다는 이야기였다. <<나에게 속삭여 봐>>를 읽으면서 문득 이 작품을 떠올리게 된 것은, 죽음이라는 소재로 삶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우는 방식 탓이었다. 뜻하지 않은 죽음으로 못다한 이야기, 못다한 일로 세상 저편으로 가지 못한 채 이승을 떠도는 주인공의 모습은 오래 전 흥행했던 영화 '고스트'를 통해서도 이미 본 적이 있다. 세 작품의 공통점에서 우리는 귀신이 되어 이승을 떠돈다는 것은 무언가 못다한 일(말)들이 남아있다는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기억해야 할 말이 있다. 이 책에서 서준이 말하는 '카르페 디엠' 이다.

 

 

'엄친아' 혹은 고리타분한 '범생'이라 불리는 서준에게는 8분 늦게 태어난 이란성 쌍둥이 동생 유주가 있다. 사극 스타일인 서준과 달리 가수가 되기를 꿈꾸는 유주는 아빠 엄마의 반대로 꿈꾸던 예술고가 아닌 일반 고등학교에 입학할 수 밖에 없었다. 어릴 때부터 사이가 좋았던 쌍둥이었지만, 개인적인 문제로 유주하게 까칠하게 굴었던 서준은 개인적인 문제를 정리한 터라 그동안 냉랭하게 굴었던 것을 해명하고 화해도 할 겸 유주에게 빛예고 편입을 적극 권하려 했는데, 때마침 유주에게 동네에 있는 커피숍 에서 만나자는 전화가 걸려온다. 엄마에게 유주의 예술고 편입을 복선으로 깔아두고 유주와 만나고 오겠다며 나간 서준은, 교통사고로 끝내 돌아오지 못한다.

 

새벽 2시 38분, 아리는 지난 며칠 동안 잠결에 으스스한 기운을 느꼈고, 어제와 똑같은 시간에 깨어났다. 치귀지사 사주를 가진 아리는 민속 문화를 연구하는 이모의 도움으로 귀신이 왜 자신을 찾아왔는지 알아보기로 결심한다. 죽은 서준은 빛의 길을 따라 저승으로 가려했지만 가슴 속에 있는 그 어떤 것 때문에 일반 혼의 중량보다 무거워져 빛의 길에 오르지 못한다. 49일 뒤에도 이 길에 오르지 못하면 떠도는 원혼이 될 수 밖에 없는 서준은 그 무게가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을 유주와, 유주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하고 용서하지 못할 엄마, 슬퍼하고 있을 아빠에 대한 걱정 때문임을 깨닫는다. 서준은 앞으로 46일 동안 서로 사랑하면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는 자신의 뜻을 전하고 편안하게 저승으로 갈 수 있을 방법을 모색하게 되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를 찾다가 아리를 발견하고 매일 밤 찾아가게 된다.

 

"카르페 디엠. 라틴어야. 현재에 충실하라는 뜻이지. 지금 슬프면 맘껏 슬퍼하고 기쁘면 맘껏 기뻐하라, 뭐 그런 뜻. 죽어 보니까 알겠더라. 우린 다만 순간을 사는 것이고, 그게 어떤 순간이든 소중히 여기고 충실히 살아야 한다는 걸 말이야." (본문 143p)

 

이제 이야기는 아리와 서준의 이야기가 중접척으로 전개되어가고, 아리는 서준의 이야기를 유주에게 전한다. 그리고 이야기는 유주까지 더해져 세 명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떠나는 시간동안 매일밤 아리를 찾아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둘은 친구가 되고, 서준은 아리에게 첫사랑의 느낌을 갖게 되면서 고민하지만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긴 여운을 남겼던 '현재를 붙잡으라'을 통해 매순간마다 찾아오는 감정에 충실하기로 한다. 반면 유주는 서준에게 서준이 작곡했던 '작별'을 불러 주고 싶은 마음에 노래를 하려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음에 절망한다. 서준은 유주한테 하고 싶은 말을 아리를 통해 편지로 남긴다. 그 편지를 전해받은 유주는 엄마와의 갈등을 풀게 되고, 유주는 아리의 도움으로 보이지 않는 서준 앞에서 서준의 용기를 받으며 다시 노래할 수 있게 되는데, 어려서부터 둘이서 해 오던 수신호였던 가위바위보 놀이로 힘을 주는 오빠의 모습을 보게 된다. 반면 유전자 공부하고 싶은 자신과 의사가 되기를 바라는 엄마와의 갈등 속에서 아리는 서준의 '카르페 디엠'을 통해 용기를 얻게 되고, 서준과의 만남으로 진로를 결정하게 되고, 생각지도 못한 반전을 털어놓고 서준은 세상 저편으로 가게 된다.

 

<<나에게 속삭여 봐>>는 기존에 읽었던 <푸른 하늘 저편>과 같은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를 사는 삶의 소중함'이라는 큰 줄기 속에 서로 다른 이야기 전개와 요소들을 가미함으로써 다른 느낌으로 감동을 전한다. 무엇보다 17살에 죽은 서준이 보여주는 첫사랑의 감정과 두 소녀가 보여주는 꿈에 대한 이야기는 청소년들에게 삶에 대한 의미의 크기와 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이끌어 줄 듯 싶다. 저자는 이렇듯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자신의 자리를 돌아보고 삶을 반추해 보도록 하였다.

 

"난 이렇게 일찍 죽었기 때문에 다시 태어나서 해 보고 싶은 게 많아. 난 무엇보다 첫사랑을 제대로 해 보고 싶어. 그냥 바라만 보는 게 아니라 햇빛 찬란한 야외로 나가 데이트를 하고 싶어..." (본문 233p)

 

요즘 우리 아이들은 잉여의 삶을 추구하기도 하고, 앞에 놓인 장애물에 버티고 이겨내려고 하기보다는 너무도 쉽게 무너지고 삶을 포기하려고 한다. 살아있는 자의 불행까지도 부러워하는 세상 저편의 사람들(아니..귀신들?)이 있다. 살아 있음에 우리는 꿈을 꾸고, 또 사랑하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이리라. 너무도 일찍 죽음을 맞이한 서준을 통해 지금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현재에 충실하기를...바래본다. 그리고 다 같이 되내여보면 좋겠다. '카르페 디엠'

 

(사진출처: '나에게 속삭여 봐'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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