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논이 들려주는 논리 이야기 ㅣ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27
오채환 지음 / 자음과모음 / 2006년 7월
평점 :
그리스의 유명한 철학자들인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가 모두가 이 사람의 영향을 받아 철학 사상을 펼쳤다고 합니다. 그는 바로 엘레아학파였던 제논입니다. 제논은 논리와 수학, 두 가지 학문에 큰 기여를 했는데, 하나는 피타고라스 수론의 잘못된 내용을 지적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잘못을 지적하는 방법 자체를 제공한 것이지요. 제논의 패러독스가 수론의 잘못된 내용을 수학적으로 정정하여 새로운 내용을 제시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첫 번째 기여는 높이 평가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두 번째 기여는 귀류법이라는 중요한 증명 기법을 직접 제공함으로써 수학에 결정적인 공헌(책머리에 中)을 했습니다. 여기서 귀류법이란, 상대방의 주장이 잘못되었음을 증명함으로써 자신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보이는 간접증명 방법을 말합니다.
요즘 우리는 다르게 생각하는 법에 대한 중요성을 이야기하곤 합니다. 이에 흔히 알고 있는 동화나 명작을 새로운 관점을 바라보고 새로운 동화나 영화를 창조해내기도 하지요. 오래전 모두가 '예'라고 할때 '아니로'라고 할 수 있는 용기있는 사람이 되자는 CF광고도 있었지요. 제논은 남들과 다른 생각, 즉 '거꾸로 생각하기'가 주특기였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과 다르게 생각하는 법, 그것이 논리적 사고력을 기르기 위한 시작이기도 합니다. '논리' '논증', 왠지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이야기지만 <<제논이 들려주는 논리 이야기>>에서는 조금 다르게 다가옵니다. 남들은 어렵다고 이야기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면 우리는 새롭다, 재미있다, 라고 남들과 다르게 이야기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논리대장이라 불리는 영준이는 사실 게임 대장이었습니다. 게임 대장에서 논리 대장으로 바뀌게 된 것은 초등5학년 때 특별한 친구를 만나면서였지요. 이제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그날도 어김없이 두 살 어린 동생 주호와 컴퓨터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컴퓨터게임의 영원한 맞수인 이웃집 남매의 협공을 이겨 내기에는 늘 역부족이었던 다른 때와 달리, 그날은 영준이와 주호가 이겼지요. 이웃집 남매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고, 져야 당연했던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영준은 '그때그때 달라요!'라며 약올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컴퓨터에 치명적인 논리적 오류가 발생하여 시대가 이동됩니다.』라는 이상한 문구가 뜨면서 컴퓨터가 멈춰버립니다. 할 수 없이 PC방으로 가기 위해 방문을 열자, 형제 앞에 고대 그리스가 펼쳐졌습니다. 영준은 재산은 많지만 식물인간이 되어 누워 있는 남자를 서로 자신의 남편이라는 두 여자의 주장에서 거짓말을 하는 여자를 가려낸 제논이라는 꼬마 아이를 만나게 됩니다. 영준은 제논이 자신들을 다시 미래로 보내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따라다닙니다.
제논은 거리를 돌아다니며 여기저기 모여 자신의 사상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아주 좋아했고, 제논은 아무도 피타고라스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증명해 내지 못하고 있기에 자신이 꼭 해내고 말겠다고 다짐하기도 했지요. 제논은 자신이 내는 퀴즈를 푼다면 영준을 도와주겠다고 했습니다. 그 퀴즈는 '날아가는 화살은 과연 움직일까?' 였습니다. 움직인다는 영준의 대답에 제논은 '날아가는 화살은 사실 움직이지 않는다'라고 말합니다. 제논은 이오니아의 피타고라스의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변화한다'는 주장에는 모순이 있으며, 존재와 변화의 모순을 통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주장했지요. 영준은 제논만이 자신을 도와줄 수 있을거라는 생각에 또 한 번 퀴즈에 도전하게 되고, 제논은 우리가 한 번은 들어봤음직한 '아킬레우스와 거북이의 경주'를 퀴즈로 냅니다. 발이 빠른 아킬레우스와 거북이가 경주를 하는데, 거북이가 조금 더 앞에서 출발할 경우 누가 이기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영준은 앞서 말했던 피타고라스의 이야기를 적용시켜 제논의 퀴즈를 맞히게 됩니다.
"존재를 인정한다는 것은 존재하는 것마다 일정한 크기를 갖는다는 것이고, 변화를 인정한다는 것은 그 크기를 끝없이 쪼갤 수 있다는 말이잖아. 그러한 주장대로 날아가는 화살을 생각해 봤을 때, 화살과 과녁 사이의 거리는 끝없이 쪼갤 수 있게 되지. 그런데 그렇게 화살과 과녁 사이의 거리를 무한 분할하다 보면 결국 화살은 그 쪼개진 공간마다 정지하고 있는 셈이 되어 버려. 그렇게 되면 변화 즉, 운동을 인정하는 그 주장에 모순이 생기게 되므로....존재하는 것은 변화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오게 되지!" (본문 150,151p)
그렇게해서 영준은 제논과 함께 거리에서 열리는 재판에 참여하면서 삼단논법, 직접논증, 간접논증, 오류, 전제 등을 이해하게 되고, 다르게 생각하는 법도 이해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때그때 달라요'라는 말 속에 엄청난 오류가 담겨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지요. 집으로 돌아간 영준과 주호는 <위대한 철학자 제논> 책을 통해 제논이 귀류법을 개발하여 위대한 철학자가 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두 아이는 제논과 함께 공부했던 논리를 잊지 않는다면 제논과 함께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에 논리를 공부하고 논리대장이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논리적 사고력을 중요시하고 있는 요즘, 제논은 우리 아이들이 알아야 할 철학자인 셈입니다. 이 책은 어렵게 느껴질 수 있을 논리에 관한 이야기를 재미있는 동화 속에 풀어내어 우리 아이들이 접근하기 쉽도록 구성하였습니다. 동화지만 청소년, 어른들이 읽어도 손색없는 알찬 내용은 연령을 아우르며 활용할 수 있어 더욱 마음에 드는 구성이기도 하지요. 논술을 중요시하는 요즘 우리 아이들이 꼭 읽어보기를 추천하는 책입니다. 부록으로 수록된 [통합형 논술 활용노트]는 제논의 논리 이야기와 딱 어울리는 구성이네요. 자신의 주장이 옳음을 설명하는 것과 달리 상대방의 주장이 잘못되었음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주장이 참임을 보여주었던 제논, 하지만 패러독스라 불리는 제논, 과연 그의 주장은 모두 맞는 것이었을까요? 제논의 주장에 대해 제논의 특기인 거꾸로 생각하기를 이용해 어린이들이 직접 논리적 사고를 펼쳐본다면 재미있는 독후활동이 될 듯 합니다.
(사진출처: '제논이 들려주는 논리 이야기' 표지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