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이네 여덟 식구
조성자 지음, 채진주 그림 / 현암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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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의 추억을 떠올리면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떠오릅니다. 엄마한테 혼났던 기억도 지금은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지요. 엄마가 직장을 다녔던 탓에 두살 터울의 남동생과 하루종일 골목을 쏘다녔던 기억, 집 앞 고랑에서 놀다가 옷을 다 적셔서 엄마한테 꾸지람을 받았던 기억, 예쁜 원피스가 입고 싶어 옷 가게 앞에서 하루종일 엄마를 울면서 졸랐던 기억들은 어른이 된 지금, 제 인생의 가장 행복했던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이는 저 뿐만이 아니겠지요? 한탄강의 한줄기인 개울 자락이 휘돌아 나가던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이 책의 저자 조성자 작가님도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행복한 동심의 바다 속에 빠지곤 한답니다. 여섯 형제 속에서 자라면서 불만을 가지곤 했지만, 이 어린시절 속에서 많은 것을 얻었음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네요. 저자는 그 아름다운 추억을 <<송이네 여덟 식구>>속에 고스란히 담아두었습니다. 읽는내내 저 역시도 어린 시절을 추억하게 되었고, 형제 많은 작가님을 부러워하기도 했답니다.

 

굳이 다른 친구들과 팀을 짜지 않아도 우리 형제만으로도 놀이가 충분했습니다. 그 속에서 싸우며 양보하고 화해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회 생활을 익힐 수 있었습니다. (본문 4,5p)

 

 

항상 방 안에 틀어박혀 책만 읽는 눈초리에 자글자글 웃음 주름이 잡혀 있는 아빠, 꼭 닫힌 입안에서 가끔 웃음이 살며시 빠져나오는 말 없는 엄마, 중학교 1학년인 왈가닥 첫째 상옥 언니, 눈리 부리부리하고 박박 깍은 머리가 밤송이 같은 열세 살 6학년 둘째 상철 오빠, 늘 코를 흘리고 다녀 코 밑으로 빨간 세로줄이 두 겹 나 있는 2학년 셋째 상희 언니, 맘 좋은 사람처럼 늘 해죽해죽 웃는 다섯 살인 넷째 상일이, 두 뺨은 발그스름하고 몸 전체가 오동통한 막내 상화, 그리고 원래 이름은 상지이지만 유독 송이를 귀여워 해 주던 할머니께서 꽃송이처럼 예쁘게 크라며 불러주신 송이까지, 송이네 식구는 이렇게 모두 여덞 명입니다.

 

 

봄에는 연분홍 진달래로 입술이 보랏빛으로 물들 때까지 진달래꽃을 맛나게 따먹고, 여름에는 마을 아이들이 딱 먹어도 따 먹어도 넉넉한 산딸기가 익어가고, 가을에는 투욱툭 떨어지는 오돌오돌 잘 여문 밤을 먹었지요. 그래도 배고팠던 그 시절, 점심 못 싸오는 아이들한테 주는 옥수수죽을 상철 오빠는 송이에게 주기 위해 점심시간에 도망쳐나오기도 했습니다. 못 먹어서 배가 부어오르는 상일이를 위해 상철 오빠는 개구리, 두더지를 잡아왔고 이웃에서는 닭고기, 토끼고기, 생선 등 어쩌다 특별한 날에나 먹는 귀한 것들을 갔다주기도 했지요.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는 옆집 아줌마의 놀림에 송이는 슬프기도 했고, 엄마를 닮아 이야기를 잘했던 탓에 상옥 언니와 상철이 오빠에게 뻥쟁이, 거짓말쟁이라며 놀림도 받았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믿어 주는 두 동생이 너무도 사랑스러웠던 때도 있었습니다.

 

 

장마로 집이 떠내려가 희망을 잃었던 때에는 보금자리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으며 다시 희망을 꿈꾸기도 했습니다. 비가 새는 천장을 신문으로 도배했다고 슬퍼하기보다는 여섯 형제가 나란히 누워 낱말 찾기 놀이를 했지요. 상철 오빠는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심어주었고, 여섯 손가락의 병수는 사랑하는 마음을 알게 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싸우고, 혼나고, 배고팠던 어린시절은 돌아보면 지금 우리 인생을 받쳐주는 든든한 디딤돌이 되어주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죠. 너무도 예쁜 이야기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아이들에게는 부모, 조부모의 어린 추억을 공유할 수 있고, 어른들에게는 어린시절의 추억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보게 합니다.

가족은 '인생에 알록달록한 추억을 만들어 주는 사람들'이라고 하네요. 정말 너무도 와닿는 말이네요. 자주 다투고 투닥거리는 우리 집 두 아이들, 이 책을 통해서 형제애와 가족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너무도 아름다운 이야기에 갑자기 불어닥친 추위에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듯 하네요.

 

 

소박하지만 사랑이 피어오르는 송이네 집에 놀러 오지 않을래요? (표지 中)

 

(사진출처: '송이네 여덟 식구'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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