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소년 다루 사거리의 거북이 12
김성종 지음 / 청어람주니어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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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굉장한 인기를 누렸던 드라마가 있다. 최재성, 채시라, 박상원 주연의 일본 태평양 전쟁 당시 우리 민족이 겪어야 했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가 그것이다. 그 당시 정말 대단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였지만 사실 원작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그러다 <여명의 눈동자>의 김성종 작가의 <<늑대소년 다루>>를 읽으면서 원작에 대한 흥미도 생겨났고 기회가 되면 꼭 읽어보리라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처음 <<늑대소년 다루>>의 책 제목, 표지삽화를 보면서 다루가 보름달이 뜨면 늑대로 변하는 판타지 소설이라 짐작했으며, '모험과 신비의 이야기'라는 나의 이런 생각을 확고히 했다. 하지만, 짐작과 전혀 다르게 펼쳐지는 이야기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어 기대보다 훨씬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다.

 

늦가을을 재촉하는 듯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학교 앞에는 아이들을 부르는 소리로 시끄럽지만, 다루는 어두운 표정으로 어깨를 움츠린 채 사람들 사이를 재빨리 빠져나갔다. 3년 전 엄마는 서른다섯 살의 젊은 나이에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는데, 생전에 한쪽 눈이 없어 언제나 거기에 안대를 대고 살았던 엄마가 애꾸눈이라는 사실을 창피하게 생각한 자신이 부끄럽고 미운 탓이다. 엄마 생각에 기분이 울쩍해진 다루는 빗줄기가 굵어지자 집에 빨리 갈 수 있는 술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길로 질러가다가 자신을 부르는 듯한 애처로운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고 쓰레기더미 속 비닐봉지에서 태어난지 보름도 안 된 듯한 강아지를 발견한다. 네 마리 중 세 마리는 이미 죽어 있었고, 한 마리는 고양이가 파먹었는지 한쪽 눈이 없었다. 그런 강아지를 보고 엄마의 모습을 떠올린 다루는 강아지를 데리고 오게 된다.

 

"눈이 하나밖에 없으니까 길러야 한다는 생각, 정말 좋은 생각이다. 병들고 약하다고 해서 동물을 버리면 안 되지. 그럴수록 돌봐야 해. 그건 곧 인류애와 통하는 거야." (본문 46p)

 

다루는 엄마 치료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 때문에 누나와 아버지와 함께 집이 아닌 캠핑카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생전에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던 엄마의 교육 탓인지 천재성을 보였다.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하면서 겨우 살아가는 다루 아버지는 그런 다루를 가르칠 형편이 되지 않았다. 다루는 강아지에게 지옥을 지키는 개 케르베로스라는 이름을 붙혀주게 되는데, 처음에는 키우는 것을 반대했던 아버지도 한쪽 눈을 잃은 케르가 죽은 아내가 환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하여 키우는 것을 허락한다.

케르베로스라는 어려운 이름 대신 케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케르는 다루의 사랑으로 잘 자라줬고, 슈퍼마켓 심부름도 잘하여 동네에서 인기가 좋다. 그런 케르가 아파트 단지에 쓰러져있던 사람을 발견하고 구해내면서 더욱 사람들의 시선을 받게 되는데, 자살하려던 주부의 사연을 알게 된 다루는 그 가족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실컷 돌아다니다가 지칠 때쯤 되어서 돌아오곤 하는 케르가 새끼를 가진 토끼를 잡아왔다가 다루의 꾸지람을 들은 후 토끼가 안전하게 새끼를 낳을 수 있도록 옆에서 보살피자 사람들의 이목을 끌게 되고 결국 방송국에서도 찾아오게 되는데, 케르의 주인인 다루의 천재성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된다. 여름방학이 되면서 아버지의 권유로 지리산 종주를 하게 된 다루네 가족은 지리산 종주를 하면서 아버지로부터 빨치산, 한국 전쟁 등 지리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반달곰을 만나는 등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러던 중 다루와 케르는 전사자들의 유골을 발견하게 되고, 지리산 종주가 끝난 후 다루는 국방부 유해 발굴 감식단에 유골을 보낸다. 그 유골의 주인은 오리온 그룹의 회장이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리던 전쟁에 나갔다가 실종된 아버지의 유골이었고 이에 케르와 다루는 또 한 번 주목 받게 된다.

 

<<늑대소년 다루>>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인류애를 생각하고, 결코 절망하지 않았던 다루의 모습이 너무도 인상깊은 작품이다. 다루가 토끼의 안전을 위해 동물원으로 보내자 슬픔에 늑대 소리를 냈던 케르, 그 케르의 소리를 따라 늑대 소리를 잘 냈던 탓에 늑대 소년이라 불린 다루의 아름다운 우정은 죽음을 눈앞에 둔 케르의 삶과 더불어 다루의 삶 또한 변화시켰는데, 이는 어쩌면 다루 아버지의 생각처럼 다루 엄마의 환생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이 작품에서는 단순히 병들고 약한 동물을 보살피는 인류애(?)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었다. 한국전쟁이라는 우리나라의 역사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한다. 천재적인 다루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나 다루가 풀어내는 다양한 이야기 역시 볼 만하다. 판타지보다 더 신비롭고, 모험이 가득한 <<늑대소년 다루>>에서 보여주는 다루와 케르가 펼치는 이야기가 참 아름다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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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3-12-16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에도 지리산 빨치산 이야기가 있군요.김성종 씨 소설엔 늘 나오는 소재죠.<여명의 눈동자>에도 남주인공 최대치가 지리산으로 들어가는 이야기가 있죠.

동화세상 2013-12-16 15:58   좋아요 0 | URL
<여명의 눈동자>는 드라마로 접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소설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