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르트가 들려주는 의심 이야기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24
김익현 지음 / 자음과모음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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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철학을 배우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철학은 바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우선으로 살아야 하는지,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가르쳐주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을 접하면서 그 해답을 찾아가고 있는 중 눈에 띄는 철학 이야기를 발견했는데, 바로 24권 <<데카르트가 들려주는 의심 이야기>>이다. 현 우리 사회는 초등학생을 비롯해 중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왕따, 집단따돌림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혹시 나도 왕따를 당할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소위 싸움짱이라는 아이에 좇아 옳고 그름을 따져보지 못하는 아이들, 마찬가지로 이성적 판단을 하지 못하며 왕따를 주도하는 아이들에게 데카르트의 이성에 대해 들려주고 싶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이성, 즉 참과 거짓을 분별하고 잘 판단할 수 있는 이 능력을 일깨움으로써 우리 아이들이 진리에 이를 수 있지않을까?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은 왕따가 없는 행복한 학교 생활을 할 수 있을텐데 말이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말로 유명한 데카르트는 진리에 이르기 위해서, 인간이라면 가진 능력인 이성에 호소하여 사람들이 지지를 받고자 했다. 누군가는 데카르트가 진리를 이야기할 용기가 없었다고도 하지만, 그는 자기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부당한 권위에 저항하려고 했다. 데카르트의 이러한 방식은 단기적 관점에서 보면 실패이나, 길게 보면 성공적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제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자기가 알고 있는 참된 진리를 사람들에게 알리려고 한 철학자로서의 데카르트의 열정과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책 머리글 中). 이 책에서는 데카르트의 이성, 이성을 업그레이드 하는 방법인 의심에 대해 태인이와 태균이를 통해서 쉽게 일깨운다.

 

엄마 아빠의 이혼으로 우애가 좋았던 태안이와 '3분 형' 태균이는 각자 아빠, 엄마와 살게 되면서 한달에 한 번 만나게 된다. 태안이와 태균이는 쌍둥이지만 서로 성격이 많이 달랐는데, 아빠와 살게 된 태안이는 전학을 하게 되고 조용한 성격 탓에 왕따를 당한다. 등교길, 아이들은 둘 서넛씩 같이 가면서 장난도 걸고 이야기를 나누지만 태안이는 혼자 발부리만 보면서 고개를 숙이고 걸었다. 아이들은 태안이를 소설 [벙어리 삼룡이]에 나오는 삼룡이라고 놀리며 귀찮게 굴었기 때문이다. 소극적인 성격의 태안이는 낯선 곳에서 적응하기 힘들었고, 아이들의 짖궂은 장난에도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태안이가 따돌림을 당하고 있음에도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에 속상해하는 아이는 명하 혼자 뿐이었다. 태안이의 상황을 알고 있는 선생님은 왕따를 주도한 우진이를 체벌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역효과를 낸 탓에 선생님의 노력은 태안이 일의 해결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대신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데카르트의 이성을 인용해 "너희들이 충분히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그것을 잘못 사용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는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태안이는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태균이에게 왕따를 당하는 사실을 얘기하게 되고, 태균이는 왕따당하는 태안이를 위해 '왕자와 거지' 작전으로 서로 바꾸어 학교 생활을 하자고 한다. 태균이는 태안이를 통해 아이들을 파악하면서 조금씩 아이들과의 관계를 회복해나가지만, 명하와 반 신문을 쓰는 윤진은 태안으로 위장한 태균이의 모습에 의심하기 시작한다. 선생님은 '매트릭스'영화를 보여주며 데카르트의 진짜 참을 이르기 위해서는 자기 스스로 어떤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의심을 해봐야 한다고 일렀고, 의심을 통해 참에 이르기 위한 몇 가지의 방법을 알려준다. 이러한 의심으로 태안으로 위장한 태균이의 정체가 드러나지만, 태균이의 계획 중 하나였던 이 일을 통해 태균이는 아이들에게 옳고 그름에 대해 따져묻는다. 태균이의 이 방법은 바로 데카르트가 사람들에게 참된 진리를 알리려했던 은밀하고 광범위한 저항이었다.

 

"선생님 생각에는 말이다, 태균이가 데카르트처럼 은밀하고 광범위한 저항을 한 것이 아닐까 싶다. 직접 태안이의 형이라고 나서서 우진이와 싸움을 했거나, 선생님에게 이르거나, 아니면 교육청에 신고했거나, 이런 방법을 썼더라면 너희의 마음에 지금과 같은 변화가 생겼을까? 너의 스스로의 판단으로 잘못을 되돌아보고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하게 된 것은 태균이의 은밀한 방법 덕분이었으리라 생각되는데, 아니니?" (본문 140p)

 

태균이의 계획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음을 물론이요, 부모님의 재결합으로 태균이와 태안이는 함께 살아가게 된다.

이 책은 쌍둥이 형제의 고군분투하는 일상을 통해 데카르트의 사상에 대해 쉽게 접근하고 있다. 태균이의 저항으로 데카르트의 의심논리를 온전히 엿볼 수 있었다. 이렇게 쉽고 재미있게 철학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바로 이 책에서 주목할 부분이다.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시리즈는 '왜'와 '어떻게'를 저절로 깨치게 도와주는 초등학생을 위한 철학 도서로 동화 형식을 빌어 쉽고 재미있게 풀어냈다는 장점과 부록으로 수록된 [통합형 논술 활용노트]를 통해 생각의 폭을 넓혀주는데 도움을 준다는 알찬 구성을 가지고 있다. 철학은 다소 어려운 분야인 탓에 아이들의 접근이 쉽지 않은데, 이 시리즈는 동화 형식을 빌어 아이들에게 철학으로의 접근을 용이하게 한다. 동화 형식이지만 알찬 내용 탓에 어른들이 읽기에도 손색이 없어 그동안 철학을 멀리했던 나도 비록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였음에도 유익하게 볼 수 있다. 이 시리즈는 철학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책이라 할 수 있기에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데카르트는 자신뿐만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가 올바른 판단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진리에 이르는 길은 모든 인간에게 열려 있다고 생각했던 거지. 전에 선생님이 말했던 진리에 이르는 방법 기억 나니? 그 당시 데카르트는 그 방법을 프랑스어로 썼단다. 어려운 학술 언어인 라틴어 대신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기 위해서였지. 사람들이 자신이 제시하는 규칙들을 지킴으로써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게 되면 과학적 진리가 교회의 주장보다 더 설득력이 있음을 알게 될 거고, 그러면 교회의 권위에 맞서 충분히 싸워 볼 만하다는 것이 데카르트의 판단이자 전략이었다고 할 수 있지." (본문 139,140p)

 

(사진출처: '데카르트가 들려주는 의심이야기'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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