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크가 들려주는 타불라라사 이야기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25
서정욱 지음 / 자음과모음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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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맹자는 모든 사람이 태어날 때는 착하다는 성선설을 주장하였고, 반대로 순자는 태어날 때 아주 나쁜 본성을 갖고 태어난다고 하였다. 반면, 영국의 철학자 존 로크는 사람은 착한 마음이니 악한 마음이니 하는 것을 갖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고 하였다. 로크는 그런 사람의 마음을 바로 하얀 종이라는 뜻의 '타불라라사' 라 하여 사람의 마음은 아무것도 없이 태어나며 주위 환경이나 교육에 따라 종이에 그림을 그리듯이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채우는 것이라고 하였다. 로크의 이러한 생각을 철학에서는 경험론이라 한다. 다소 낯선 타불라라사라는 단어가 어린이들에게는 무척이나 어렵고 힘들고 따분한 것 같이 들리겠지만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시리즈의 <<로크가 들려주는 타불라라사 이야기>>에서는 부모의 이혼으로 떨어져 살게 된 일란성 쌍둥이 한강이와 한솔이를 통해서 초등학생의 눈높이에 맞추어 쉽고 재미있게 들려주고 있다.

 

 

서울을 벗어난 외곽의 신도시로 전학한 한강이는 아빠와 단 둘이 살고 있다. 매일 라면을 끓여주는 아빠는 그런 한강이에게 미안해하지만, 언제나 당당한 한강이는 명랑하고 씩씩하여 오히려 아빠를 위로하며 돕는다. 반면 엄마 아빠에게 사랑을 받으며 자란 한솔이는 전교 1등의 수재이며 의젓하지만 내성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우연히 서점에 들렀던 한강이는 자신을 한솔이로 착각한 서점 점원 누나로 한솔의 존재를 알게 되고, 한솔 역시 자신과 똑같이 생겼다는 한강이에 대해 궁금해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호기심으로 서점에서 만나게 되고, 부모님을 통해 엄마 아빠가 서로의 행복한 삶을 위해 이혼했음을 알게 된다.

그렇게 두 가족은 두 아이가 형제로서 자연스럽게 만나고 정을 나누었으면 하는 마음에 만남을 갖게 되고, 한솔의 엄마는 두 아이의 서로 다른 성격에 대해 철학자 로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영국에 로크라는 철학자는 인간이 태어났을 때의 마음을 타불라라사라고 했대. 타불라라사는 하얀 종이, 즉 백지라는 말인데 아무런 지식 없이 태어난 인간은 어떤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자라서 좋은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나쁜 사람이 될 수도 있는 거지. 그러니까 너희 너희들이 쌍둥이 형제로 태어났지만, 서로 다른 환경에서 여러 가지 경험을 하면서 성격이 조금씩 달라진 것은 당연한 거야. 혹시 너희 둘은 속으로 왜 서로 다를까, 하고 고민하지 않았니?" (본문 81p)

 

한강이와 한솔이는 서로를 더 잘 알기 위해 함께 지리산 캠프를 가게 되는데, 서로의 다른 점 때문에 투닥거리며 싸우기도 하지만 로크의 인간오성론, 경험론에 대해서 배우면서 한층 더 돈독해진다. 처음 만났을 때 생김새는 같았지만 서로 다른 성격과 행동을 하는 서로에 대해서 실망했던 이들은 엄마 아빠가 각자의 행복한 삶을 위해 이혼했던 것을 이해했던 것처럼 이제 서로 다른 환경에서 경험하면서 달라진 다름을 이해하게 되었다.

 

"로크는 우리가 지금까지 몰랐던 새로운 사실이나 물건에 대해서 알기 위해서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했어요. 먼저 사람의 다섯 감각을 통해서 알고 감각을 통해서 안 것을 마음속으로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정리해서 완전하게 알게 된다고요. 이런 작업을 로크는 반성이라고 했어요. 처음 보는 물건을 보고 이렇게 감각과 반성을 통하여 완전하게 알게 된 것을 로크는 관념이라고 한 것이죠." (본문 126p) 

 

<<로크가 들려주는 타불라라사 이야기>>는 이처럼 일란성 쌍둥이었던 한강이와 한솔이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면서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지게 된 것을 통해 로크의 '타불라라사''인간오성론''경험론' 등의 로크의 사상을 알기 쉽게 전달한다.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시리즈는 '왜'와 '어떻게'를 저절로 깨치게 도와주는 초등학생을 위한 철학 도서로 동화 형식을 빌어 쉽고 재미있게 풀어냈다는 장점과 부록으로 수록된 [통합형 논술 활용노트]를 통해 생각의 폭을 넓혀주는데 도움을 준다는 알찬 구성을 가지고 있다. 철학은 다소 어려운 분야인 탓에 아이들의 접근이 쉽지 않은데, 이 시리즈는 동화 형식을 빌어 아이들에게 철학으로의 접근을 용이하게 한다. 동화 형식이지만 알찬 내용 탓에 어른들이 읽기에도 손색이 없어 그동안 철학을 멀리했던 나도 비록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였음에도 유익하게 볼 수 있다. 이 시리즈는 철학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책이라 할 수 있기에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사진출처: '로크가 들려주는 타불라라사 이야기'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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