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미스터리
J.M. 에르 지음, 최정수 옮김 / 단숨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창작자나 독자들이 간혹 빠져드는 불가해한 열정, 픽션 캐릭터를 실존 인물이라 믿고 심지어 그와 사랑에 빠지거나 파괴적인 관계를 맺게끔 하는 그 심리적 상태를 나는 '홈스 콤플렉스'로 부르자고 제안하는 바이다. -피에르 바야르, <셜록 홈스가 틀렸다>

 

추리소설의 고전으로 120년이 넘는 시간동안 영화, 소설, 드라마 등으로 재탄생 되면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 <셜록 홈스> 시리즈. 아서 코난 도일이 탄생시킨 이 캐릭터는 당시 작품을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가 실존 인물이라고 착각하고 작품의 배경으로 등장했던 '베이커가 22번지 B호'로 사건을 의뢰하는 편지를 보내기도 할 정도였다고 한다. 1926년, 유명한 범죄 소설 작가인 아가사 크리스티가 실종되었을 때 경찰이 실제로 코난 도일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하는데, 이는 코난 도일의 뛰어난 관찰력이나 추리력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그가  만들어낸 셜록 홈스라는 실존 인물이라는 착각을 일으키는 탐정 캐릭터 때문은 아니었을까 싶다. 이렇게 <셜록 홈스>시리즈는 작품 뿐만 아니라 캐릭터까지도 120년이 지난 현재까지 독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J.M. 에르는 셜록 홈스를 연모하고 그에 관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소재로 한 <<셜록 미스터리>>를 내놓았다. 어쩌면 저자 또한 셜록 홈스를 무척이나 추종하는 인물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셜록 홈스가 실존 인물이었으며, 아서 코넌 도일은 셜록 홈스의 전기 작가인 존 H. 왓슨이 고용한 출판 대리인이었다고 믿는, 셜록 홈스가 등장하는 추리 소설들은 픽션이 아니며, 홈스의 생일이나 왓슨의 결혼 횟수 같은 중요한 미스터리를 풀려고 애쓰는 홈스를 사랑하는 분류에 따라 7~10레벨의 배타적 집단 중의 한 명은 아닐런지. 하기사, 나도 가끔은 <셜록 홈스> 시리즈를 읽다보면 셜록 홈스가 실존 인물일지도 모른다는 착각을 일으키게 만드는 착각에 빠지기도 하니 말이다.

 

홈스가 숙적 모리아티와 대결을 벌인 라이헨바흐 폭포와의 근접성을 이유로 베이커 스트리트 호텔에서는 셜록 홈스에 관한 존 왓슨의 글을 연구하는 일명 홈스학자인 유명 대학교수들의 학회가 열렸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눈사태로 호텔은 사흘 동안 고립되었고, 소방차와 레스트레이드 경감이 도착했을 때는 호텔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들이 배고픔에 주방 냉장고를 열었을 때, 음식과 함께 10구의 대학교수들의 시체들이 보관되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경감은 학회 참석자 중 한 명이 작성한 지난 주말 동안의 상세한 기록과 그 외 다른 참석자들이 남긴 편지와 각종 메모들 그리고 아직 내용이 확인되지 않은 휴대용 녹음기 안의 음성 파일 두 개로부터 사건의 정황을 되짚어 보기로 한다.

 

"확신을 조심하게, 소방위. 셜록 홈스는 사실들을 모두 조사하기 전에 결론을 내는 것보다 더 위험한 일은 없다는 걸 우리에게 가르치지 않았나. 사변은 논리적 추리의 적이라네. 백지 상태로 사건에 접근하고, 객관적인 사실들을 수집하고, 그 사실들로부터 결론을 끌어내야 해. 사건의 정황은 그리 간단하지 않을 수도 있다네." (본문 27p)

 

이제 사건의 전말은 보보 교수가 주최하는 이번 학회에서 홈스학자들에 관한 취재를 하려는 신문기자인 오드리 마르무쟁이 쓴 내용과 그 외의 다양한 기록물들을 짜맞추어 전개되는 액자 형식으로 진행된다. 오드리 마르무쟁은 웨이트리스 신분으로 무리에 섞여 홈스학 정교수가 되려는 10명의 학자들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있다. 최연장자 보보 교수, 무리의 우두머리 맥고나한, 홈스의 목소리를 듣는 코카인 중독자 페르슈아, 성형 미녀 에바, 짐승 로드리게스, 제멋대로 돌로레스, 카멜레온 글룩, 풋내기 오스카, 인조인간 뒤리외와 대학원생 뤼퓌스까지. 그리고 "그 자리를 차지할 수만 있다면 다들 살인라도 할 걸세."(본문 26p)라는 보보 교수의 농담이 더 이상 가벼운 농담일 수 없는 치열한 쇼가 보여진다.

 

몇 분 뒤, 혹은 몇 시간 뒤에는 모든 것이 끝나리라. 불안의 나흘, 공포의 나흘. 나흘간 이 호텔은 무덤으로 변했다...누가, 왜 우리를 함정에 빠뜨렸는지 알고 싶다. 아마도 그 답은 내 이야기의 한 귀퉁이에서 솟아오르지 않을까? (본문 25,26p)

 

셜록 홈스에게 자신의 인격을, 자신의 욕망을 투영하려는 그들 안에 살고 있는 셜록 홈스에 대한 열정은 그들을 살리고 있음과 동시에 그들 스스로를 파괴하고 있었다. 독자들은 다양한 기록물들을 전개되는 내용들을 통해서 범인을 추리해 가야한다. 모두가 설록 홈스가 되어야 하는 셈이다. 홈스학 정교수가 되기위한 그들의 인간적 욕망 속에서 전개되는 스토리는 마치 셜록 홈스의 팬을 위한 추리소설처럼 보여진다. 이야기 곳곳에 쓰여진 <셜록 홈스> 시리즈에 등장하는 사건, 사고 외에도 셜록 홈스의 행동 하나하나, 일상의 모습들은 이 작품의 스토리가 된다.

 

셜록 홈스와 셜로키언에 대한 애정과 경의를 담은 메타픽션 <<셜록 미스터리>>는 '셜록 홈스'라는 캐릭터에 대한 애정은 아닐까 싶다. <셜록 홈스> 시리즈를 읽으면서 '실존 인물은 아닐까?'라는 착각을 느껴본 적이 있는 독자라면 적극 추천해본다. 물론 셜록 홈스 팬이라면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말이다. 그동안 <셜록 홈스> 시리즈를 읽으면서 사건과 추리과정에 주목하곤 했는데, 이후 이 시리즈를 다시 읽게 된다면, 그 캐릭터에 좀 빠져봐도 좋을 성 싶다는 생각을 해보게 하는 작품이다. 과연 그동안 알지 못했던 셜록 홈스는 어떤 인물이었을까?

 

"이번 사건에서 지목해야 할 책임자가 있다면 그건 바로 추리소설이야..." (본문 37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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