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갈까, 아니 아니 손잡고 가자 책읽는 가족 9
이미애 지음, 한유민 그림 / 푸른책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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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전 재미있게 읽었던 작품이었는데 어제 우연히 눈길을 끌어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 처음 책을 읽었을 때도 그러했지만, 다시 읽으면서도 어찌나 뭉클한지 코끝이 찡해졌다. 상처를 안고 살아가던 단아가 스스로 상처를 극복하고 성장해가는 과정이 너무도 예쁘게 그려졌는데 그 속에 그려진 가족의 모습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뜻깊은 시간을 다시 한번 가져보는 계기가 되었다.

 

 

초등5학년인 단아는 엄마 아빠의 이혼으로 할아버지, 할머니와 구름돌 마을에 살고 있다. 천문대가 들어선다는 소문에 외지 사람들이 거의 찾지 않던 조용한 오지 마을에 바깥 바람이 불어 오기도 했지만 일반 관광객들에게는 문을 열지 않는 순수 연구소라는 게 알려지면서 외지 사람들이 다시 빠져나가고 마을은 다시 맑은 공기를 되찾았다. 스스로를 엄마 아버지에게 버려졌다고 생각하는 단아는 주인에게서 버려진 흰둥이와 만나게 되고 꼬리 달린 동생이라 생각하며 돌봐준다. 단아가 다니는 운암 분교는 전교생이 초등5학년 4명, 2학년 1명이 전부인 탓에 똘똘 뭉쳐 다녔는데 그런 분교의 폐교 소식에 아이들은 속상하고 억울해했다. 헌데 폐교 되기 전 마지막 전학생이자 졸업생이 되는 육학년 여학생이 전학을 오게 되고, 단아는 생각이라는 옛말인 이름을 가진 혜윰이와 자매를 맺으며 친해지게 된다.

 

 

일곱살이었던 단아에게 일 년 후에 데리러 오겠다고 약속했던 아버지가 그 후 엄마가 아닌 다른 사람과 결혼해 동찬이를 낳고 지낸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단아는 엄마 아버지를 잊은 것처럼 씩씩하게 지냈다. 세상에서 가장 싫은 말이 새어머니였고, 아버지였고 어쩌면 엄마이기도 했다. 모두 자신을 버린 사람들. 그런 단아에게 할머니는 대학교 앞에서 복사집 하던 아버지가 일 년 만에 완전히 망해 아파트 전세금에 퇴직금까지 날리고 복사집 뒤의 골방에서 살고 있으며 한 달 내내 밤 열두 시까지 문을 열고 있어도 월세조차 벌지 못한다는 사실을 전한다.

그리고 얼마 후 앞집에 아버지 가족이 이사를 오게 되고 단아는 속이 뒤집히도록 미운 아버지 가족을 보지 않기 위해 혜윰언니네 집으로 가출을 감행한다. 그런 자신을 찾아온 새엄마는 새엄마에게 구박을 받으며 자랐던 불행했던 자신의 어린시절을 들려주며 자신이 새어머니 같아질 까 두려워 단아를 버려둔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뿌리가 한데 엉겨 있는 어린 나무를 억지로 캐내려 했으니 될 말이니? 죄 없는 널 미워하며 잠을 설쳤던 게 부끄럽다. 내 팔자에 없는 애라 여기고 싶었지만 넌 어쩔 수 없이 내 운명이더라. 운명." (본문 128p)

 

아버지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아버지를 버리는 연습을 해 온 단아는 아버지가 미웠지만 자신을 훨씬 당당한 애정을 담아 바라보는 아버지의 모습이 싫지 않았고, '나도 아버지 있다'하고 큰 소리로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며 아침 저녁으로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언제나 쌀쌀맞게 쳐다보기만 했는데도 누나라며 다가오는 동찬이,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고 천천히 다가오는 새엄마. 단아는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족들을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를 한다.

 

동찬이의 엄마, 아버지의 부인, 그 여자는 이렇게 새어머니가 되어 가는 걸까. 나는 그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두려웠다.

새어머니라고. (본문 140p)

 

동찬이가 아파 함께 병원을 가게 된 단아는 그렇게 가족이 된 기분을 느꼈고, 비록 병실이지만 처음으로 가족 곁에서 자는 기분을 느꼈다. 그런 자신에게 고맙고 미안하다며 자신의 손을 잡아주는 아버지가 함께 살면서 갚고 싶다며 기회를 달라는 말에 단아는 할머니의 집에서 아버지 집으로 이사가게 된다. 새어머니의 손길이 구석구석 닿아 있는, 마치 친엄마가 딸을 위해 꼼꼼하게 챙겨 준 손길처럼 꾸며져 있는 자신의 방을 보며 단아는 가족이 생긴 것을 실감한다.

 

꽉 닫았던 마음의 문을 열고 손을 내밀자 많은 소중한 것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겨우 하루 만에 나는 많은 고개를 넘은 것 같았다. 많은 파도를 탄 것 같았다. 어쩐지 마음의 키가 쑤욱 자랐을 것 같았다. (본문 194,196p)

 

 

아픔과 상처를 가지고 있던 단아가 극복해가는 과정이 참 예쁘게 그려진 작품이다. 그런 단아를 믿고 기다려준 가족이 있기에 단아는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들여다보며 치유하고 성장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 성장해가는 과정 속에 담겨진 뭉클한 감동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 책에서는 농촌을 살리자는 의지로 시작된 학교 폐교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는데,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단아와 친구들의 모습을 통해 점점 황폐해져가는 농촌의 실상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도 함께 마련하고 있다.

 

<<그냥 갈까, 아니 아니 손잡고 가자>>는  상처많은 단아의 아름다운 성장 기록을 통해 가족애와 슬픔을 극복하고 이겨내고 치유하는 법을 보여준 따뜻한 동화였다.

세상에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삶과는 다른 헤윰 언니 가족의 삶, 그리고  또 다른 극작가 이모의 삶, 또 다른 아버지 가족의 삶이 있었다. 모두 삐걱거리고 부딪치면서도 끝없이 노를 저어 가는 서로 다른 쪽배가 아닐까. (본문 156p)

 

(이미지출처: '그냥 갈까, 아니 아니 손잡고 가자'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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