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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아는 자살하지 않았다
킴벌리 맥크레이트 지음, 황규영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http://book.interpark.com/blog/blogfiles/userblogfile/1/2013/10/09/21/jin9802_5739582989.jpg)
니콜 키드먼이 주연과 제작을 맡아 영화화를 결정하기로 한 작품 <<아멜리아는 자살하지 않았다>>가 나의 시선을 끈 것은 '그곳엔 내가 모르는 딸이 있었다'라는 문구 때문이었다. 가족이란 그렇다. 서로 많이 알고 있다는 자만 때문에 오히려 서로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더 많다. 나와 중 3 딸아이 사이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사춘기 열병을 혹독하게 앓는 딸 때문에 힘들었던 나는, 내가 낳은 아이임에도 딸의 속내를 전혀 알 수 없어 답답했다. 아마 내 딸에 대해서는 나보다는 딸의 친구들이 더 많이 알고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하곤 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아이들, 그래서 너무도 험한 세상이기에 딸에 대한 걱정으로 늘 노심초사다. 그런 걱정으로 딸을 더 많이 알고자 하지만, 아이에게는 간섭이고 구속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사설이 좀 길어졌다. 어쨌든, 이런저런 이유로 그 문구가 나를 사로잡았고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나는 어느새 책 속에 완전히 빨려들어가게 되었다.
10월 24일, 뉴욕 최대 로펌의 유능한 변호사인 케이트는 딸 아멜리아가 3일간의 정학에 처해졌다는 펄 학장의 전화를 받게 된다. 학교 규정에 따라 보호자가 데리러 오지 않으면 보낼 수 없다는 학장의 말에 케이트는 학교로 향하지만 전철이 지연되는 탓에 1시간을 넘게 늦게 되었고, 가까스로 학교에 도착한 케이트는 아멜리아가 학교 옥상에서 떨어져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다음 학기에 파리로 보내달라던 아멜리아와 아직 끝내지 못한 이야기도 있었고, 요즘 들어 집에 늦게 들어온 점에 대해서도 사과할 생각이었는데 말이다.
이제 이야기는 9월 14일 비밀클럽의 초대를 받는 아멜리아의 이야기와 11월 26일 직장에 복귀해 '아멜리아는 뛰어내리지 않았어.'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게되면서 죽음의 진실을 찾기 시작하는 케이트의 이야기가 중첩적으로 수록된다. 자살한 아이의 어머니가 된 것도 모자라서 상황을 부정하는 어머니였음을 인지한 케이트는 딸을 죽음으로 몰아간 진실을 찾기 위해 딸의 흔적을 쫓기 시작한다. 절친인 실비아와 절대 클럽은 가입하지 않기로 약속했던 아멜리아는 여자아이들만의 클럽인 맥파이스에 가입하게 되고 실비아에게는 비밀로 한 채 혹독한 절차를 밟아나간다. 아멜리아는 클럽에서 알게 된 딜런을 좋아하게 되면서 자신이 게이임을 알게 되고, 프린스턴 여름 프로그램에 같이 신청하면서 알게 된 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으며 의지해간다. 그런 와중에 발신을 알 수 없는 아빠에 관한 알 수 없는 문자를 받게 된 아멜리아는 미혼모였던 엄마가 그동안 들려주었던 아빠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진실을 찾아보려 하지만 엄마에게는 답을 들을 수 없게 된다. 클럽에서의 일들이 점점 상황이 악화되어가면서 아멜리아는 엄마와 상의하고 싶었지만 번번히 기회를 놓치게 된다.
아멜리아의 과거 흔적을 더듬어가던 케이트는 아멜리아가 따돌림을 받았던 흔적과 블로그와 문자 메시지를 통해 자신이 전혀 몰랐던 딸의 생활들을 알아가게 되는데, 그 흔적을 쫓는 과정에서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면서 아멜리아에게 말하지 못했던 케이트의 비밀이 밝혀진다.
"모든 걸 꿰어 맞춰보니, 아멜리아의 인생에 내가 모르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알았어야 하는 거겠죠. 나쁜 일이었던 것 같아요." (본문 166p)
<<아멜리아는 자살하지 않았다>>는 요즘 십대 청소년들의 문화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고액의 수업료를 내야하는 명문 사립학교를 배경으로 sns를 통한 소통과 테러, 그리고 문란한 성생활과 탈선을 통해 현 십대들의 잔인한 사회를 여과없이 보여준다. 그 속에서 희생양이 되어야했던 아멜리아는 학교의 추악한 이면에 또 한 번의 희생양이 되어야 했다. 친구를 보호하고 싶었고, 사랑을 되찾고 싶었던 아멜리아의 슬픈 과거를 쫓아가는 엄마 케이트의 마음은 짐작조차 하기 힘들다. 무엇보다 이 슬프고도 잔인한 이야기가 우리나라의 현실과 맞물려지면서 생생하면서도 잔혹하게 느껴졌다는 점이 읽는내내 힘겹게 했다.
나는 도대체 누가 아멜리아를 죽음에 이르게 하였는가에 대해 엄마 케이트를 쫓아 아멜리아의 과거에 주목하면서 계속되는 반전에 놀라워했는데, 죽음에 관한 반전에서는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마치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는 사람의 모습에 주목했는데, 알고보니 그 높이가 높지 않았다는 허무함과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결론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두 사람을 쫓아가는 동안 느꼈던 긴장감은 가슴을 졸이게 했음은 분명했다.
평생 동안, 나는 엄마가 늘 집에 없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내가 정말로 엄마가 필요할 때 엄마는 항상 눈치를 챘으니까. 그리고 내 곁에 있었다. 하지만 엄마가 정말 필요한 지금, 엄마는 전혀 눈치를 못채고 있었다. (본문 363p)
잔인하고도 참혹한 십대들의 문화를 엿보면서 십대의 딸을 키우고 있는 엄마의 마음인지라 더욱 무거웠다. 그들의 모습에 대한 안타까움과 내 아이에 대한 걱정스러움이 앞선 탓이다. 한편으로는, 내가 딸을 얼마나 알고 있으며 아이의 고민에 귀 기울여주고 있는지도 생각해 보게 된다. 내 아이가 나를 정말 필요하는 순간, 나는 딸의 곁에 있었주리라는 다짐만 몇 번이고 되내이게 된다.
십대의 복잡하고도 잔인한 내면과 딸의 과거를 쫓는 엄마의 애끓는 심정을 담은 <<아멜리아는 자살하지 않았다>>가 니콜 키드만을 통해 어떤 영화로 선보일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