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적게
도미니크 로로 지음, 이주영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9월
평점 :
품절


연두빛의 심플한 표지가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물질 만능 주의와 물자의 풍요 속에서 우리는 참 많은 것을 소유하고 살아간다.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큰 집, 더 큰 차, 더 많은 옷과 신발 등 더더더 많이 추구하려고 한다. 결국 가지려는 자의 지나친 욕심이 사회적으로 문제를 만들어가면서 자본주의의 병폐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에 법륜 스님의 무소유를 비롯하여 많은 이들이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음으로써 부보다 훨씬 값진 맑은 가난을 선택하고자 한다. 프랑스의 수필가인 작가 도미니트 로로 역시 <<지극히 적게>>를 통해 '적게 소유하며, 일상을 예술로 만드는 지혜'를 추구한다.

이 책은 삶의 모든 영역에서 군더더기를 빼고 본질만 오롯이 즐기는 동양적 '충만함의 철학', 그리고 '일상을 예술로' 만드는 프랑스인의 미학이 담아냄으로써 금욕주의적 고단함이 없는 '지극히 적은 삶'의 지혜를 전달한다.

 

저자가 프랑스의 수필가임을 인지하고 책을 읽는동안 느낀 의아함은 유독 일본 얘기가 많다는 점이었다. 이유인 즉, 저자가 일본에서 오랫동안 거주하면서 선 불교와 동양 철학에 깊은 영향을 받은 탓이라고 한다. 사실 나는 좀 고지식한 면이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반일감정이다. 학창시절 국사교육을 통해 주입된 감정일수도 있겠다. 물론 시대가 변화했고 무조건적인 배척보다는 좋은 것은 받아들이는 수용의 자세가 필요하지만, 인성의 부족함으로 인해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그런 탓에 동양 철학의 영향을 받은 저자가 동양이 아닌 유독 일본의 영향만 받은 것 같은 내용들에 좀 불편함을 느꼈다. 이런 편파적인 나의 성향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강한 인상을 느낀 것은 외적이나 내적으로 가볍게 살아가는 현실적인 조언을 담아냈기 때문이다.

 

지극히 적은 것에 만족하고 기뻐하면 실망할 일이 없어지고 정신적인 만족감이 찾아온다. (본문 10p)

 

행복한 삶이란 무엇일까? 예전에 읽은 공지영 작가의 <지리산 행복학교>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가진 것들을 모두 버리고 가난을 택하면서도 무척이나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행복은 '많은 것을 소유'하는 것에 오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소유하지 않음에도 행복할 수 있는 삶, 우리는 이 책 part 1 [덜어 낼수록 충만해지는 것들]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적어질수록 마음은 자유로워지고, 소유물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 잠에서 깨는 순간부터 다시 잠자리에 드는 순간까지 순간순간이 소비로 이어지는 우리 생활에서 지극히 적은 것에 만족하며 살아가려면 똑똑하게 절약하고 똑똑하게 지출할 줄 알아야 하는데, 저자는 이에 부합되는 현실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큰 것을 해낼 수 있다고 과신하면서 작은 것을 조금씩 하는 것은 우습게 생각한다. 이런 오만한 태도는 실패와 포기로 가는 지름길이다. 우리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는 것은 다름 아닌, 작지만 긍정적인 결과다. (본문 142p)

소유는 이기주의에서 나오고, 이기주의는 불행을 가져온다. '나','나의 것'은 우리를 속박하고 노예로 종속시킨다. (본문 226p)

 

'지극히 적게'라는 것은 꼭 물질적인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해야함은 물론이고 말을 아껴야하고, 주변정리를 통해 복잡한 감정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part 2 [정된된 삶이 가져다주는 깊이와 기쁨]에서는 점점 복잡해지고 불안한 세계에서는 지극히 적게 줄이는 것이 지혜로운 삶임을 강조하여 목표를 세움에 있어서나 인간 관계에 있어서도 진실하고 심플한 관계를 추구하고자 한다. part 3 [깃털처럼 가벼운 마음]에서는 지적 검소함이 필요한 이유를 통해 머릿속을 가볍게 하도록 이끈다.

 

사람들은 엄청난 양의 물건을 쌓아 두는 데 성공했지만, 세상에 대해 느끼는 즐거움은 줄어들었다. (본문 19p)

흔히 망각하고 살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우리가 누릴 수 있는 또 하나의 사치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데도 자유라는 사치를 진정으로 누리는 사람은 드물다. (본문 255p)

 

검소한 사람과 신비주의 사상가들은 가난하기 때문에 오히려 부유함을 느낀다고 말하지만 정작 많은 것을 소유하고, 소유하려는 사람들은 부유함에 만족하지 못하고, 많은 것을 소유하려 하기에 그만큼 더 큰 절망과 실망을 하게 된다. 소유하고자 하기에 소소한 순간들로 이루어져있는 인생이 주는 참삶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 현대인들은 정작 우리가 누려야 할 사치는 누리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도미니크 로로가 <<지극히 적게>>를 통해 일깨우는 것은 소소함이 주는 편안함, 소소한 아름다움이 주는 지혜를 통해 삶을 즐기는 방법은 아닐런지.

 

명언이나 명작의 구절을 인용하여 임펙트있는 조언과 그녀만의 동양적 철학과 프랑스인의 미학을 담은 내용은 그녀가 추구하는 '적게'를 통한 짧은 내용에도 큰 깨달음을 선사한다. 그랬다. 페이지마다 꽉 채운 미사여구나 구구절절 설명하는 내용이 아닌 짧은 글로도 우리는 많은 것을 전달하고 전달받을 수 있었다. '지극히 적게'를 글을 통해 직접 보여줌으로써 독자에게 또 하나의 깨달음을 느끼게 한 것은 저자만의 지혜는 아니었나 싶다. 비록 나의 편파적인 시각으로 시작된 독서였지만 결국에는 그녀가 들려주는 지혜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이 편파적인 시각마저도 결국은 쓸데없는 복잡한 감정을 소유하려는 것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를 반성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아등바등하기보다는 적은 돈으로 살아가는 노력을 보면 어떨까? -쥘르 르나르, <일기> (본문 4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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