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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기와 ㅣ 마음이 자라는 나무 36
차오원쉬엔 지음, 전수정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3년 8월
평점 :
<사춘기><빨간 기와>로 작가 차오원쉬엔의 이름은 이제 내게 낯설지가 않다. <빨간 기와>에서 중학교를 빨간 기와로, 고등학교를 까만 기와로 이미 언급한 바 있었던 탓에 <<까만 기와>>는 더 흥미를 느끼고 읽을 수 있었다. <빨간 기와>가 불안정한 시절에 사춘기를 보내는 중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이라면 <<까만 기와>>는 빨간 기와의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입학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이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되지만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만의 인생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아냈다. <빨간 기와>에서 린빙은 고등학교를 입학하지 못하게 되지만 학교 생활과 주변 인물들을 통해 꿋꿋하게 살아가는 법을 배웠기에 절망적이기 않을 것임을 시사했기에 이후의 삶이 무척 궁금했는데 이렇게 주인공을 다시 만나게 되니 무척이나 반갑다. <빨간 기와>에서는 이제 막 청소년이 된 이들의 모습을 담았다면, <<까만 기와>>는 청소년에서 청년이 되어가는 그들을 만날 수 있다.
세상이 뒤집히는 틈바구니 속에서 나는 뜻밖의 행운으로 까만 기와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 덕분에 내 미래도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본문 9p)
노동자의 일원으로 편입되어 가난하고 척박한 노동자의 삶을 묵묵히 견뎌 내며 꾸역꾸역 살아갈 자신의 미래를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곤 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받아들이기로 가까스로 마음먹었던 린빙은 고등학교 입학 통지서를 받게 된다. 도무지 믿기지 않는,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게 된 것은 탕좡 마을 출신의 탕원푸가 권력을 잡으면서 탈락된 학생들 중 몇을 골라 입학자 명단에 올리고, 합격자 명단에 올랐던 몇 명이 탈락되면서다.
두창밍과 탕원푸의 끝나지 않는 권력다툼 속에 린빙은 운명의 장난처럼 그렇게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이러한 권력 다툼은 학교 내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빨간 기와에서도 언급되었던 백곰보와 스챠오완의 불륜이 양쯔에 의해 들통이 나고 쑤펑에 의해 백곰보는 쫓겨나게 되지만 백곰보의 복수로 추락하게 되고, 여전히 강가 움막집에 살고 있던 왕루안 교장 선생님의 내력을 알게 된 린빙과 친구들은 왕루안 교장의 진실을 밝혀냄으로써 왕루안을 쫓아냈던 왕치완 교장 대신 왕루안을 다시 교장 자리에 올라설 수 있도록 돕는다.
시간이라는 건 참으로 묘해서 빨리 가기를 애타게 기다리면 기다릴수록 점점 더 더디게 가면서 사람의 애를 태우게 마련이었다. 그는 이를 악물고 모든 끈기를 동원해 시간의 톱니바퀴 속에서 시련을 견뎌 내었다. (본문 196p)
까만 기와에 과분한 교사였던 아이원 선생님이 담임으로 오게 되면서 린빙은 예쁘지는 않았지만 우아했던 아이원 선생님에 대한 동경과 도움으로 문학에 대한 열정을 다시 꿈꾸게 되지만, 고등학교에 입학하지 못해 힘겨워하던 자오이량은 결혼계획과 함께 자기 인생을 다시 설계하려하지만 비파에 대한 동경이 그를 힘겹게 한다. 빨간 기와시절부터 좋아했던 타오훼이에게 고백하지 못 하던 린빙은 용기 내어 편지를 쓰지만 답장을 받지 못하고 타오훼이 주변을 돌면서 짝사랑의 열병을 앓는다. 린빙과는 비둘기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던 대장간의 푸사오추안과 메이쯔의 불륜과 애증의 관계, 지주 집안의 양원푸와 그가 좋아하는 샤렌상의 끊을 수 없는 인연의 고리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또 다른 인생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린빙의 모습 등이 연작소설처럼 그려졌다.
<<까만 기와>>는 독자들로 하여금 청년이 되어가는 과도기에 있는 청소년의 인생과 사랑 그리고 우정에 관한 갈등과 혼란에 관한 타인의 삶을 통해서 생각의 폭을 넓혀갈 수 있게 된다. 특히 자신이 원하는 길을 가지 못하여 혼란을 느끼는 등장인물들이 지금의 자리에서 새로운 삶을 설계하려는 과정은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위치를 되짚어보는 성찰의 기회를 줄 수 있을 듯 보인다. 이 작품에서 보게 되는 또 다른 재미는 권력으로 달라지는 인간의 모습과 본성이었는데, 왕루안과 왕치완 교장을 통해 그 모습이 확연하게 드러났으며, 선과 악이 공존하는 쉬이룽의 모습도 그러하다.
중3 딸아이의 가장 큰 고민은 진학문제이다. 자신이 원하는 학과를 찾아 고등학교를 선택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아직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딸아이에게 고등학교 입학은 지금 가장 큰 장벽이다. 이 작품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길이 아닌 자리에 서서 고민하고 갈등하면서 자신의 삶을 찾으려는 인물들을 볼 수 있었기에 딸아이에게 이 책은 자신의 위치와 진학에 대한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듯 싶다.
<빨간 기와>와 더불어 청소년의 심리 묘사를 섬세하게 그려낸 <<까만 기와>>는 학교 생활 모습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절망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부여해 줄 수 있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