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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이아
권윤덕 글.그림 / 창비 / 2013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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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살아가면서 힘든 시기가 있을 거예요. 그걸 견뎌 내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보다 우월해야만 견디고 살아남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인간의 몸은 치유하고 성장하는 힘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거예요. 존재 자체가 곧 가능성이지요. 앞으로 세상을 새롭게 바꿀 힘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본문 134p)


이 그림책을 선택한 것은 독특한 제목과 너무도 예쁜 삽화 때문이었다. 하지만 굉장히 단순한 이유로 선택했던 이 그림책이 내게는 너무도 크게 다가왔다. 사실 피카이아라는 이름이 내게는 생소했다. 물론 들어본 바 있는 이야기였는데 이름은 그랬다. 책을 읽으면서 '아~ 이게 피카이아였구나'라는 사실을 비로소 인지하게 되었고, 이 조그마한 사실에서 너무도 큰 것을 만들어낸 작가의 상상력과 필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우리는 존재하는 것이 아닌 우월해야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살아가다보니, 우월하지 못하면 존재할 필요도 조차 없다는 비정상적인 논리에 접근하곤 한다.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아이들의 자살 소식이 바로 그 증거일게다. 자살로 앞으로의 가능성조차 포기해버리는 아이들, 그들에게 작가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소중하다'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전하고자 했다.


고생대 캄브리아기에 버제스 동물군이 폭발적으로 생겨났다가 어느 순간 많은 종이 한꺼번에 멸종되었다고 합니다. 피카이아는 그 힘든 시기를 견디고 살아남았어요. 그 작은 동물이 진화해서 척추동물이 생겨났고 또 그것으로부터 인간이 생겨날 수 있었지요. (본문 134p)


<<피카이아>>는 다른 그림책과 달리 글이 많은 편인데, 작가는 독자층을 넓게 보고 작업했다고 한다. 작가는 글을 읽는 데에만 익숙해져 있는 어른들도 함께 보기를 원했는데, 이 책이 아이보다는 어른인 내게 더 크게 다가온 책임은 확실하다. 이 책에는 고민과 아픔을 가진 여섯 명의 아이들이 등장한다. 피카이아로 연결되어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면서 아이들보다 먼저 산 사람으로서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으며, 어른들의 편협한 시선에 죄책감도 들었다. 읽는내내 풀지 못한 문제와 마주한 느낌이었고, 책을 덮은 후에도 오랫동안 뇌리에 맴도는 이야기는 가슴에 얹혀있는 느낌이다.


키스는 골든레트리버, 커다란 개다. 키스가 도서관으로 들어서자 2층 모임 방에 있던 아이들이 키스를 끌어안고 얼굴을 비벼 댔고고, 키스의 귀에 귓속말을 했다. 그리고 아이들은 키스 주위로 모여들어 한 사람씩 키스에게 책을 읽어주었다.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게 키스가 도서관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것을 시작된다. 키스는 2010년 순천기적의도서관에서 하는 개에게 책을 읽어 주는 독서프로그램에서 실제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던 개 이름이라고 한다. 아이들은 다른 누군가에게 들려줄 수 없는 이야기를 동물에게는 털어놓을 수가 있다고 한다. 키스를 끌어안고 귓속말을 하는 아이들, 그들의 속내를 들여다보니 너무도 마음이 아프다.


할아버지와 지하 방에서 살고 있는 상민이는 할아버지, 엄마아빠가 열심히 돈을 벌고 있는데도 잘 살지 못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으며, 모자란 것 같은 자신의 존재가치에 의문을 갖는다. 피카이아처럼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것일까?를 고민한다. 코바늘로 코를 잡고 실을 걸어 잡아당기면서 떠 나가는 뜨개질이 재미있는 미정이가 학원 가는 것을 잊고 뜨개질을 하자 엄마는 미정이가 하루 종일 뜬 토시에 매달린 코바늘을 뽑아 던져 버렸다.


'난 엄마가 무얼 원하는 지 아는데, 엄마는 내가 무얼 원하는지 알까? 난 시험 점수 올리고 등수 올리는 데는 별 관심 없어, 엄마." (본문 38p)


자신에게 아무도 관심없는 가족과 친구들, 대신 끈적이 오빠만이 자신에게 관심을 갖는다. 그렇게 점점 몸이 작아짐을 느끼는 윤이는 자라면 괜찮아질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자라고 싶다. 정리 해고에 반대하는 아빠로 힘들어하던 채림이는 엄마와 함께 흑두루미를 보게 되고 엄마의 말처럼 그 후에 아빠가 복직을 하는 좋은 일이 생긴다. 가족과 함께 삼겹살을 먹으로 간 강안이는 혁주에게 들었던 구제역으로 인한 대량 생매장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다. 피카이아가 인간의 먼 조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혁주는 생존자라는 말을 떠올리고 어려운 상황에서 살아남은 사람들 이야기, 학교에 함께 다니는 친구들, 자신이 지금 존재하는 것에 대한 생존의 느낌을 기억하고자 한다.


'생존자!'

혁주는 생존자라는 말을 되새겨 본다.
성폭력 피해 생존자, 죽음의 수용소 생존자, 비행기 추락 사고 생존자, 탄광 매몰 사고 생존자...
어려운 상황에서 살아남은 사람들 이야기를 듣다 보면 혁주는 놀랍고 숙연해진다.
아니, 그냥 저기 밖에서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조차도 놀랍다.

'내가 지금 이렇게 있게 된 것을 행운이라고 해야 하나? 운명이나 기적이라는 말과도 다르고 극복이나 투쟁이라는 말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데....그래, 지금은 그냥 피카이아를 처음 알았을 때의 어떤 느낌만 기억해 두자.' (본문 118p)


여섯 명의 아이들을 통해서 작가는 인간은 함께 살아가며, 인간은 치유하며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과 인간은 사회를 만들어 가고, 인간도 동물이고 자연임을 이야기한다. 무엇보다 혁주를 통해 존재하는 것에 대한 의미를 크게 부각시킴으로써, 앞서 보여주었던 아이들의 고민이나 아픔을 이겨내고 버티고 살아남는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가능성임을 시사한다.

요즘 우리 사회는 집단 따돌림, 성적, 가족관계 등 아프고 힘든 상황을 이겨내지 못하는 아이들의 자살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그 아이들의 고통이나 아픔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가능성마저 포기해버린 아이들이 너무도 안타깝다. 지금 이 고통을 이겨내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음을 <<피카이아>>를 통해 우리 아이들이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나의 피카이아들!


누구나 지금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거예요. 존재 자체가 가능성이지요. 앞으로 세상을 새롭게 바꿀 힘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그런 가능성을 무한하게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사랑스럽다고 말한 것입니다. (본문 134p)


<<피카이아>>는 삽화만으로도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은은한 파스텔톤의 표지 삽화가 눈길을 끄는 작품이었는데, 그 색감과 달리 삽화의 표현은 난해하면서도 새로운 느낌을 준다. 힘들어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생명이 가진 힘을 일깨우며 희망을 전하는 이 그림책은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사진출처: '피카이아'본문에서 발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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