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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자?
소피 블래콜 글.그림, 김경연 옮김 / 은나팔(현암사)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엄마, 자?>>는 읽는내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그림책이었습니다. '엄마''엄마'를 부르며 내 뒤꽁무니를 졸졸 쫓아다니며 질문을 해대던 큰 아이, 새벽부터 일어나 꿈 속을 헤매는 나의 눈을 뒤집으며 '엄마'를 부르던 작은 아이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고보면 에드워드는 우리 집 두 아이 뿐만 아니라 바로 우리 모두의 아이들 모습이네요.
4세 무렵이 되면 아이들의 호기심은 왕성해지고 세상은 궁금한 것 투성이죠. 아이들은 엄마를 쫓아다니며 정말 징~그럽게 질문을 해댑니다. '엄마, 하늘은 왜 파래? 엄마, 하늘은 왜 하늘이야? 엄마, 엄마, 엄마..' 아이들의 질문은 주인공 에드워드가 그랬듯이 모두 도돌이표가 되어 처음 질문으로 되돌아가곤 하지요.
그러다보면 엄마의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르고 결국 아이들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게 됩니다. 아이들의 질문은 정말 너무 힘들었지요. 그런데 아이들이 크면서 이제는 거꾸로 아이들에게 엄마들이 질문을 합니다.
'오늘 유치원에서 뭐 배웠어? 오늘 친구들이랑 잘 지냈어? 유치원에서 급식은 잘 먹었고?....' 그런데 돌아오는 답변은 엄마가 그랬듯이 '몰라, 기억이 안나'가 전부네요. 아이들의 엉뚱한 질문에도 성의껏 질문하는 엄마였다면, 엄마의 질문에도 아이들이 성의껏 대답해줄텐데 말이죠. 아이들이 커가면서 엄마를 쫓아다니며 질문했던 그 시절이 더더욱 그리워지게 되는 듯 합니다.
새
벽 4시, 에드워드는 곤히 잠든 엄마의 눈을 뒤집으며 엄마를 부릅니다. 그리고 질문이 시작되지요. 엄마는 왜 자고 있는지, 엄마는 왜 졸린지, 왜 아직 밤이고 왜 해가 아직 뜨지 않았으며 왜 별이 아직 나와 있는지까지 말이죠. 에드워드의 질문은 계속 이어집니다.
그런데, 질문이 도돌이표가 되어 다시 돌아왔네요. 왜 아직 밤인지 말이죠. 에드워드는 이제 아빠가 궁금해집니다. 비행기를 조종하는 아빠는 왜 비행기를 조종하고 있는지 말이죠. 그런데 또 도돌이표. 왜 아직 밤일까요?
다른 질문을 해도 결국 '왜 아직 밤이야?'라는 질문으로 되돌아옵니다. 그런 에드워드의 모습이 왜이렇게 귀여운지 말입니다.
이제 에드워드는 엄마가 노란색을 좋아하는지 궁금합니다. 노란색 물건이 많아 노란색을 좋아하는 에드워드는 노란색 물건을 말하기 시작했고, 또 어떤 노란색 물건이 있는지 궁금해졌어요. 엄마는 에드워드에게 노란색 물건들을 하나씩 하나씩 이야기해줍니다.
어라? 에드워드의 눈이 점점 작아지네요. 어느 새 시계는 7시를 가르키고 에드워드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침이 되었지만 에드워드는 곤히 잠이 들었군요. 기다리던 아빠도 집으로 돌아왔는데 말이죠.
하지만 에드워드는 정말 못 말리겠네요.
9시가 되자 에드워드는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그리고...!
<<엄마, 자?>>는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이지만 엄마들을 위한 그림책이기도 합니다. 에드워드는 새벽 4시에 일어났고 잠든 엄마를 깨우며 질문을 합니다. 끝도없이 이어지는 질문에 잠에서 깬 엄마는 귀찮을 법도 하지만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지 않았으며 에드워드의 끝없는 질문에도 성실히 답변을 해줍니다. 에드워드의 엄마를 보고 있자니, 우리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드는군요.
수많은 질문을 해대던 작은 아이는 이제 초등3학년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말도 많고 여전히 질문도 많지요. 직장을 다녀온 엄마는 집안 일로 또 바쁩니다. 하루종일 엄마를 기다리고 있던 아이는 엄마에게 할 이야기가 많지요. 하지만 엄마인 저는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의 말을 건성으로 듣곤 합니다. 가끔은 설거지를 하던 손을 멈추고 아이의 눈을 바라봐줘야 할 거 같아요. 에드워드 엄마를 보면서 참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엄마, 자?>>는 짧은 글, 반복되는 내용에서 느껴지는 운율로 인해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무엇보다 책 구석구석 찾아보면 재미있는 구성들이 많지요. 책 귀퉁이에 그려진 코끼리의 비밀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답니다.
(사진출처: '엄마, 자?'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