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배달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27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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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배달>>은 <시간을 파는 상점>의 후속작이라는 점에서 오래전부터 눈독을 들이고 있었던 작품이었다. EBS <라디오 연재소설>에서 탤런트 이민우의 낭독으로 연재가 되어 호평을 얻었던 작품이니만큼 나 역시도 작품에 대한 기대가 컸다. 보통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고들 하지만, 예외가 있듯이 그 어떤 아쉬움도 실망도 없었던 작품이었다. 각 주인공들의 특징도 마음에 들었고, 판타지를 겸한 스토리도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청소년 문학이지만 사회의 현실을 반영한 스토리는 성인이 읽어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었다.

 

아버지가 점점 투명인간이 되어가는 것을 볼 수 없다는 단 한 줄의 쪽지만 남겨고 사라진 엄마와 자신을 방치한 채 내버려두었던 아버지로 인해 마음을 닫은 태봉은 아무것도 욕망하지 않은 탓에 장래 희망에 '잉여인간'이라고 적었다가 담임에게 혼쭐이 난다. 먼저 쏘시개질 한 진석구 녀석과 달리 먼저 폭력을 썼다는 이유로 입학한 지 일주일 만에 쓰레기 취급을 받게 된 태봉은 진석구를 죽사발 냈다는 소문 탓에 클럽에 들어오라는 권유를 받지만 양아치 놀이를 거절하는 바람에 다시 한번 폭력에 휘둘리게 되는데 스스로를 닷근이라 부르며 자신을 도와준 (오)근수 덕분에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둘은 친구가 된다. 근수와 함께 퀵서비스 배달을 하게 된 태봉은 오토바이를 타고 달릴 때 맞불어오는 바람 속에서는 오직 자신만 떠올릴 수 있어 좋았다.

입양아로 엄마의 데코레이션으로 살아가던 슬아는 또 다른 입양아였던 동생 상하가 엄마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자 파양되는 걸 보고 두려움 탓에 엄마의 욕망에 맞추어 살아가지만 일종의 보호 본능처럼 스트레스가 지나치면 몸이 자동으로 로그아웃되는 기면증을 앓게 된다. 그런 슬아를 가장 위로해 주는 것은 <평행 이론>이라는 책 뿐이었다. 낳아준 엄마, 아빠랑 오붓하게 사는 또 다른 자신이 어딘가에 있을 거라는 상상이 위로가 되는 탓이다. '순식간에 땅이 훅~꺼지다. 도심 속 거대 구멍 발생'이라는 기사에서 오토바이와 배달원이 사라졌다는 내용을 보며 슬아는 어딘가로 통하는 문이 열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기면증으로 두 차례 도움을 받았던 태봉이에게 그 곳에 데려다 달라고 한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늘어놓는 슬아, 그런 슬아에게 말려들어 기현상이 벌어진 곳에 데려다 주게 된 태봉은 슬아의 이야기를 믿을 수 없다. 슬아는 죽었을 거라는 모두의 생각과 달리 웜홀을 통과하여 어딘가에 살아 있을거라는 확신으로 사라진 배달원 김일구를 찾아나서고 뜻밖에도 그를 만나게 된다. 김일구를 통해 웜홀에 대한 확신을 하게 된 슬아는 태봉에게 함께 웜홀을 통과해보자고 권유한다.

 

"나의 선택이 어디서 잘못된 건지 알고 싶어.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알고 싶다고....너도 지금의 너를 만든 결정적인 순간이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니?...이렇게 무기력하게 눌려 살 수는 없잖아. 한 번쯤 용기를 내보는 것도 그닥 나쁘지 않다고 봐. 준비할 건 딱 한 가지, 용기뿐이야. 또 다른 나의 모습과 맞닥뜨릴 용기" (본문 151~153p)

 

그렇게 태봉은 슬아와 자신을 위한 특별한 배달을 하게 되는데, 웜홀을 성공적으로 통과하게 된 그들은 각자 기억하지 못했던 선택의 순간들을 보게 된다. 태봉은 우연히 아버지의 일기장을 보게 되고, 산업폐기물이었던 아버지가 도시 광산을 꾸리는 선배를 통해 쓰레기 속에서도 금이 있으며 버려진 것들에 오히려 순금이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자신 안에도 아직 캐내지 못한 금광이 아직 빛을 내고 있을 거라는 걸 증명하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반면 슬아는 상하를 찾아 보육원에 갔다가 상하의 죽음과 파양에 관한 진실을 듣게 되고, 욕망으로 가득찼던 엄마의 진실을 알게 된다.

 

사람들은 가끔 자신이 먼지처럼 사라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떨기도 하고 때로는 그러길 바라기도 하면서, 어느 날 우두커니 서서 이렇게 물을지도 모른다. 나는 왜 여기 있지? (본문 219p)

 

그들이 지금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은 모두 각자의 선택에 의해서였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선택은 잊은 채, 자신의 의사를 묻지 않았던 부모에 의해 지금의 자리에 있게 되었음에 절망한다. 그것은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려는 핑계일 뿐이었다. 우리는 수많은 선택 속에서 살아간다. 지금 내가 있는 이 자리는 나의 선택에 의해 서 있는 자리임에도 우리는 때때로 그 진실을 잊고 살아간다. 슬아와 태봉이 그랬듯이 진실을 바로보고 지금의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바로 나의 선택에 대한 책임일 것이리라.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를 바로보는 것, 바로 또 다른 나의 모습과 맞닥뜨릴 용기가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진석구 너는, 이 빌어먹을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괴물 프랑켄슈타인이야. 그래서 무섭다. 그리고 먼저 산 사람으로서 미안하다." (본문 54p)

 

<<특별한 배달>>에서는 선택의 책임에 대해 두 주인공을 통해 생각해보게 하는데, 두 주인공을 둘러싼 주변 인물과 사회의 현실을 담은 배경은 선택과 책임에 대한 이야기 외에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진석구를 향한 문학쌤의 말이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청소년들의 삶의 만족도 47퍼센트, 절반도 넘은 아이들이 불만족 상태로 살아가는 괴물 프랑켄슈타인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사회적 문제점에 대해서, 가족들 사이에서 왕따가 되어가는 우리 시대의 아버지들에 대해서, 내 아이의 1등과 좋은 대학이 최종 목표가 되어버린 엄마들에 대해서도 말이다. 이 작품에는 이렇게 우리 사회의 문제점, 교육현실에서 점점 괴물이 되어가는 아이들에게 대한 미안함과 두려움이 공존하고 있었다.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노력하는 오근수는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책임지는 것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좋은 예였다. 내 인생의 삶은 내가 선택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환경을 탓하며, 부모를 탓하며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절망하고 있다면 생각해보라. 슬아처럼 부모에 의해 완벽주의자가 되어가고 있는가? 아니면 부모에게 버림받은 탓에 잉여인간이 되려고 하는가? 그 모든 선택에 '나'는 결코 없었는가를.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그 자리는 결코 누구에 의한 것이 아니라 분명 내 선택이 존재했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 선택의 책임은 바로 자신에게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특별한 배달>>은 환경이나 부모를 탓하며 무기력해지는 모든 이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엄마 탓을 하며 부풀려온 풍선에 쇠꼬챙이가 꽂힌 기분이었다.

욕망은 혼자 자라는 것이 아니라고? (본문 20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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