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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의 왕따 일기 2 ㅣ 파랑새 사과문고 73
문선이 지음, 박철민 그림 / 파랑새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중학교 2학년인 딸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추천도서 목록 중에 <양파의 왕따일기>가 수록되어 있었고, 독서퀴즈대회의 책으로도 선정된 바 있다. 이렇게 접하게 된 책은 지금 초등 2학년인 작은 아이의 학교 추천도서 목록에 여전히 올라있다. 이렇듯 <양파의 왕따 일기>는 아주 오랜시간 어린이 분야 스테디셀러로 자리잡고 있는 작품이다. 처음 이 책을 접할 때만 해도, 왕따 문제가 이렇게 심각하게 대두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양파의 왕따일기 2>>가 나온 현 우리 사회는 심각한 왕따 문제와 학원 폭력으로 몸살이를 앓고 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이 작품이 출간된 것은 반가운 일임과 동시에 씁쓸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요즘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왕따를 소재로 한 동화는 우리 사회 문제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기에, 더 이상한 왕따를 소재로 한 작품이 출간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1권에서 왕따를 당한 정선이가 전학을 간 일은 정화의 마음 속에 가시처럼 자리잡았다. 그렇게 정선이의 빈자리에 양다솜이라는 아이가 전학을 오게 되었다. 그러나 다솜이는 미희 눈 그물에 낚인 물고기가 되었고, 제 2의 정선이가 될 듯 싶었다. 정화는 자신처럼 책을 좋아하는 다솜이와 친해지고 싶었고, 미희에게 찍한 다솜이와 양파를 중재하려고 애썼지만 쉽지 않았다. 허나 여름방학의 시작과 끝으로 교실의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다. 방학동안 다솜이와 양파의 연숙이, 예진이, 소정이가 친해지면서 다솜이도 양파의 일원으로 추천되었으나 미희는 다솜이가 눈엣가시라 반대한다. 무조건 미희의 말만 따르던 아이들이 정선이의 일로 자신들의 주장을 조금씩 어필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미희가 주축이 되어 양파를 이끌어갔다. 허나 어쩐일인지 여름 방학이 끝나면서 연숙이는 많이 달라졌고, 다솜이가 양파가 들어오는 걸 반대하는 미희가 왕따가 되어 버렸다. 이제 미희는 양파에서 뿐만 아니라 반 전체의 왕따가 되고야 만다.
정말 연숙이 말대로 미희는 당해도 싼 것일까? 갑자기 도토리를 몽땅 빼앗긴 다람쥐 신세가 된 미희를 바라보니 머리가 벌침에 쏘인 것처럼 쑤셔 왔다. (본문 75p)
수업 시간 내내 친구 맞느냐는 미희의 외침이 내 머릿 속에 메아리쳤다. 미희 말대로 내가 아니 우리가 그렇게 할 자격이 있는 것일까? (본문 84p)
미희가 한 짓이 괘씸했던 아이들이 미희에 대한 왕따 정도가 심해지면서 정화는 정선이 일로 앞으로는 왕따 안 시킬 거고, 그런 친구가 있음 내가 손 내밀어 주겠다고 다짐했던 일을 떠올리게 된다. 사실 미희가 뿌린 것을 거두고 있는 생각이 들었고, 섣불리 미희에게 손 내밀면 미희처럼 왕따가 될 것 같았다. 그러던 정화는 미희가 쓴 '숨이 턱턱 막혀 심장이 멈춰 버릴 것 같다, 정선이만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내가 죽으면 그때는 엄마 아빠가 날 보러 비행기 타고 오실까?' (본문 107p) 라고 쓰여진 글을 읽으면서 미희에게 손을 내밀게 된다. 미희와 양파 사이의 중재 역할을 쉽지 않았고, 결국 담임 선생님까지 알게 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투명 인간 놀이'가 시작된다.
투명 인간 놀이를 통해 우리가 무심코 한 행동이 한 사람의 인생을 지옥으로 내몰 수 있다는 걸, 선생님의 말씀대로 한 사람의 영혼을 갉아먹게 될 수 있다는 걸 똑똑히 알았다. (본문 167p)
<<양파의 왕따 일기 2>>에서는 1권에서 왕따를 주도했던 미희가 순식간에 왕따를 당하는 피해자가 되어 고통스러워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 과정 속에서 자신으로 인해 힘들어했을 정선이를 생각하게 된다. 투명 인간 놀이를 통해서 아이들은 피해자가 되어봄으로써 그 고통을 이해하게 되고, 롤링 페이퍼를 작성하면서 그동안 찾아보지 않았던 친구들의 장점을 보는 방법을 배운다.
상대의 장점을 더 많이 바라봐 줄 수 있는 긍정적 시선이 더 소중한 거였다. 물론 자신의 단점을 고치려는 노력도 해야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건 있는 그대로의 상대 모습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것. (본문 159p)
점점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왕따 문제, 그 해결의 실마리는 상대방의 있는 그대로의 상대 모습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겨야 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저자는 보여주었다. 사실 요즘 왕따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너무 많이 출간되고 있는데다, 그 해결책마저도 너무 일관적인 탓에 <<양파의 왕따 일기 2>>는 다소 식상한 결말로 막을 내리고 말았지만, 가해자와 피해자, 방관자의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는데다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면서 겪게 되는 심적인 고통이 잘 묘사되고 있어 여타의 작품과는 차별화 된 듯 싶다. 덧붙히자면, 경쟁구조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이 어른들로 인해 이기심과 경쟁심을 앞세우게 되는 것을 질책하고 있어,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움과 미안함을 맡이 갖게 되었다. 왕따의 근본적인 문제가 여기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에 안타까움은 더했는데, 성적보다는 우리 아이들의 인성,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지혜가 우선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양파의 왕따 일기><<양파의 왕따 일기 2>>는 씁쓸하지만,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작품이라 생각된다. 그렇지만 더 이상의 시리즈가 출간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참 마음이 아프다.
(사진출처: '양파의 왕따 일기 2'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