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와 미소시루 - 떠난 그녀와 남겨진 남자 그리고 다섯 살 하나
야스타케 싱고.치에.하나 지음, 최윤영 옮김 / 부키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유독 실화에는 더 눈길을 주게 된다. 잘짜여진 구성과 서정적인 묘사, 흥미로운 소재, 아름다운 일러스트 등으로 쓰여진 허구에서 주는 감동보다 실화는 내게 몇 배의 감동을 주는 듯 하기 때문이다. 이 책 역시 <아사히신문><24시간 TV> 등에 소개된 실화라고하여 읽어보게 된 작품이다. 이 책은 주인공 치에가 암 선고를 받고 투병 중 암과 가족을 주제로 쓴 블로그를 남편 야스타케 싱고가 치에의 삶과 치에가 남긴 많은 보물들을 잊지 않도록 기록해 두고 싶은 마음을 담아 출간된 작품이다. 싱고의 이야기와 블로그가 중첩적으로 기록되면서 싱고는 그 당시 치에가 느낀 수많은 감정들을 다시금 공유해보는 한편, 독자들로 하여금 살아갈 힘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특히 치에가 암을 치료하는 과정 속에서 식습관의 변화를 상세히 기록하고 있는데, 식생활의 변화로 인해 각종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우리들에게 식습관을 중요성도 깨닫게 한다. 이렇게 치에가 쓴 블로그는 단순한 삶의 기록이 아니라 많은 블로거와 독자들에게 삶의 의미를 깨닫도록 이끌어주는 지침서였다.

 

2000년 7월 무더운 오후, 싱고가 치에와 사귄지 6개월 즈음 치에는 유방암 진단을 받게 된다. 3센티 정도의 악성종양으로 왼쪽 가슴 전체를 도려내는 절제수술을 받아야했는데, 싱고는 치에가 암 선고를 받고 난 후, 되도록 빨리 치에와 결혼하기로 마음 먹었다. 부모님의 반대는 있었지만 치에가 아니면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싱고는 암까지도 포함해서 치에의 전부를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에 결국 결혼을 허락 받을 수 있었다. 치에는 그런 남편에 대한 고마움 역시 블로그에 기록했었다.

 

두려워하지 말고 사랑하기를 바랍니다. 당신의 모든 것을 사랑해 주는 사람은 어딘가 분명 있을 테니까요. (본문 33p)

 

 

항암치료로 힘든 시기를 보낸 치에는 원망, 두려움도 있었지만 강해지고 싶다는 용기도 갖는다. 그렇게 항암치료가 끝나고 결혼을 했지만 그들의 불행은 끝나지 않았다. 싱고가 만성사구체신염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전쟁 같은 항암치료를 끝내고 1년 3개월이 지난 어느 날 치에는 뜻하지 않은 임신을 하게 된 것이다. 출산은 죽음을 동반하는 각오였기에 치에는 중절수술을 하자고 했지만 싱고와 부모님은 아이를 기다려왔던 터라 모두 슬퍼하고 있었다. 그런 치에는 남편과 주위의 응원으로 아이를 낳기로 결심하고 목숨을 건 출산끝에 딸을 출산한다. 딸아이의 이름은 '하나(일본어로 꽃을 뜻함)'였다.

 

'하나'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는 것이다. 받은 사람은 꽃으로 인해 마음의 위안과 기쁨을 얻는다. 누구에게든지 사랑받고,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는 여성으로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딸아이의 이름을 '하나'라고 지었다. (본문 72p)

 

하나를 만난 것은 제가 이 세상에 살아있다는 증거입니다. 제 자신보다 소중한 존재를 만난 것은 제 인생의 선물입니다. 서포터의 힘은 최강입니다.

'이것이 내 인생의 목적이 아닐까.' (본문 75p)

 

치에는 오른쪽 가슴으로만 수유를 했고 엄마가 된 기쁨으로 병을 잊고 지낼 수 있었지만, 폐에 전이된 암세포가 발견되었다. 난치병을 고치는 의사 블랙 잭과의 만남으로 생활지도와 식사지도를 받고 점적주사를 맞으며 습관을 고쳐나가기 시작했다. 호르몬요법이 효과를 발휘했지만, 우울증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면역력을 높이는 대체요법과 호르몬요법을 병행하면서 암이 재발한 지 채 1년이 안 되어 폐암이 사라지면서 가족은 먹는다는 것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는동안 치에는 우치다 선생님의 강연회에서 깨닫는 바가 있었다.

 

 

"당신은 아이에게 무엇을 남길 것입니까? 우리는 아이보다 먼저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아이보다 먼저 죽을 것입니다. 아이를 이 세상에 남겨두고 가야만 합니다."

그것은 언젠가는 아이가 혼자서 살아가야만 하는 날이 온다는 말.

우리가 하나에게 전해야 할 것이 명확해졌다. 우선은 하나가 할 수 있는 집안일을 하나라도 늘여갈 것이다. 공부는 그다음의 일이니까. (본문 111,112p)

 

암이 사라졌을 때에는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생각했지만, 삶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약해졌을 무렵 치에는 간장과 폐, 그리고 뼈에도 암이 전이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렇게 치에의 블로그 활동이 시작되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현미 생활~ 암과 딸, 그리고 때때로 남편'

치에는 네 살짜리 여자 아이가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어떤 모습으로라도 살아야한다는 의지를 갖고 완전 긍정적이고 낙천적으로 강해지고 있었다.

목숨을 걸고 낳은 아이 하나, 치에는 아이가 자신을 살리고 있음을 느낀다. 딸이 없었다면 이미 오래전에 목숨을 포기했을 치에는 '딸아이를 위해서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야 해.'(본문 192p)라는 마음으로 아무리 힘든 약도, 아무리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세상에 생명을 얻은 우리들은 그 불을 스스로 꺼서는 안 됩니다. 온 힘을 다해 열심히 살아가야 합니다.

이 세상에 나오지 못한 사람들의 몫까지.

착실하게 발을 땅에 내딛고, 걸어가야 합니다. (본문 193p)

 

 

죽기 직전까지 치에는 이제 막 다섯 살이 된 하나에게 요리를 가르치고 집안일을 시키며 하나에게 스스로 살아가는 힘을 남겨주었다. 암에 걸린 후 무엇을 하든 적극적이 되었던 치에, 뒤 돌아보지 않고 끙끙대지도 않았으며 어찌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 빠르게 단념하고 그 속에서 최선의 생활 방식을 찾으려 했던 치에는 남겨진 싱고와 하나가 별 의미 없이 보내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행복이 있음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8년간의 투병을 통해 치에가 보여준 것은 삶의 대한 의미였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었다.

 

치에는 우리에게 그 어떤 편지도 남기지 않았지만 미소시루 만들기 등 일상을 통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남겨 주었어. 치에가 어떤 눈빛으로 가족을, 친구를, 병을, 그리고 사회를 보고 있었는지 알 수 있는 '말'도 블로그에 남겨 주었지.

고마워, 치에

하나와 나는 식탁에서 당신과 생활했던 추억을 이야기하면서 늘 크게 웃어.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이제 괜찮아. (본문 309,310p)

 

우리가 늘 평범하게 보내는 일상, 무료하게 보내고 있는 일상 속에서도 행복이 있었다. 다만 우리는 느끼지 못하고 있었을 뿐. 치에는 그 행복을 일깨웠고,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려주었다. 열정을 쏟고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 '어떻게든 될 거야'라는 긍정적인 마인드가 오늘 하루를 행복하고 소중하게 느끼게 해 줄 마법의 되어줄 것이다. 절망적인 순간에도 열정을 가졌던 치에, 그런 치에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싱고는 삶과 사랑에 대한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해주었다.

 

(사진출처:'하나와 미소시루'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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