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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랏차차 뚱보 클럽 - 2013년 제19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ㅣ 일공일삼 83
전현정 지음, 박정섭 그림 / 비룡소 / 2013년 4월
평점 :
2012년 런던 올림픽 역도 경기에서 장미란 선수가 바벨에 키스를 하는 장면은 여전히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아름다운 도전을 했던 그녀의 모습은 올림픽의 의미를 되새기기에 충분했었다. 그리고 여기, 아름다운 도전을 위해 바벨을 드는 또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으랏차차 뚱보 클럽>>의 주인공 고은찬이다.
키는 159센티미터에 몸무게는 79킬로그램인 은찬이는 초등학교 5학년이다. 햄버거는 큰 걸로 세 개는 기본이고 피자는 라지 한 판, 치킨은 한 마리, 몇 끼 굶었다 싶을 땐 삼겹살 십인분 쯤은 먹어 줘야하는 은찬이는 이름보다는 '십인분'으로 더 잘 통한다. 1대 10으로 줄다리기를 하고도 이긴 은찬이의 괴력을 지켜보던 이가 있었는데 바로 역도부 김코치님이었다.
은찬이는 비만 전문 모델 엄마와 동네 사람들 사이에서 패셔니스타로 통하는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엄마가 세상의 모든 운동이란 운동은 죄다 시키는데다 목표한 만큼 몸무게가 줄지 않는다 싶으면 공포의 단식까지 하게 만드는 비만 교실에 다니라고 하자, 지난겨울 엄마 손에 이끌려 비만 교실에 등록했던 지옥같았던 일을 떠올리고 진저리를 친다.
그러던 중 은찬이는 장미란 선수가 대회 신기록을 달성한 후의 인터뷰에서 훈련하면서 잘 불어나지 않았던 체중 조절이 가장 힘들었다는 얘기를 듣고, 처음에는 관심없던 김코치님의 역도부 가입 권유에 솔깃해진다. 역도부 가입은 살빼라는 엄마의 잔소리에서 해방되어 마음대로 실컷 먹으면서 동시에 공포의 비만 교실과도 작별할 수 있는 기막힌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운동을 좋아한다는 새로 전학온 짝궁 예슬이와의 공통 관심사를 위해 자신이 역도를 좋아하며 역도부라고 말하면서 은찬이는 역도부에 가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격투기 선수였던 아빠가 경기 중 죽음에 이르게 된 사고로 인해 엄마는 은찬이의 역도부 가입을 반대하지만, 은찬은 엄마 몰래 역도부에 가입하게 되는데, 역도부 훈련이 공포의 비만 교실만큼이나 만만치 않았으며 주장 형의 곱지 않은 시선과 대충 시간이나 때우다 오면 되겠지 했던 생각이 완전 착각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역도부에 들어간 사실을 엄마에게 들키게 되면서 은찬은 자신이 역도를 배우고자 하는 이유를 깨닫게 된다. 은찬은 '전국 주니어 역도 선수권 대회' 광고지에서 우승시 200만원이라는 상금을 보며 당뇨병성 망막증으로 시력이 점점 나빠지는 할머니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무모한 도전을 하게 되는데, 은찬을 곱지 않게 바라보던 주장은 역도를 좋아하는 은찬의 마음을 알게 되고 선수권 대회에 나갈 수 있도록 함께 운동하고 격려하게 된다.
"처음엔 비만 교실 안 가려고 시작했는데 지금은 한 가지 이유가 더 생겼어. '너 같은 돼지가 뭘 하겠냐?','넌 뚱보라서 뭘 해도 안 돼.' 하는 애들한테 나 같은 뚱보도 잘할 수 있는 게 한 가지쯤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어졌어. 나 역도 할 거야." (본문 101,102p)
"사람들이 알아주든 말든 그건 상관 안 해요. 인기 없어도 나는 역도가 좋아요. 바벨을 든 채 숨을 참고 있으면 꼭 시간이 멈춰 버리는 것 같아요. 내 몸 어딘가에 숨어 있던 이상한 힘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좋아요." (본문 140p)
뚱보라고 놀림을 받는 은찬이는 그런 자신의 모습에 아파하지 않는다.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간다. 외모지상주의에 빠진 우리는 타인의 외모만으로 그들을 평가하기에 바쁘다. 결코 좌절하지 않는 은찬의 모습은 그런 우리들의 잘못을 꼬집는 초긍정의 캐릭터였다. 은찬이 뚱보라는 놀림에도 아파하지 않았던 것은 시력을 잃어가는 상황 속에서도 은찬이와 엄마를 보듬어주는 할머니와 함께했던 기억만으로도 늘 힘이 되어주는 아빠 그리고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친 예슬이와 절친인 영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은찬을 보면서 다시 힘을 내는 엄마 역시 은찬이와 할머니가 있었기에 힘든 상황 속에서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으랏차차 뚱보클럽>>은 뚱보에 대한 우리들의 잘못된 편견에 대해 돌직구를 날리는 유쾌하면서도 예쁜 동화이다. 뚱뚱한 자신의 모습에서도 장점을 찾고 도전하는 은찬의 모습은 내가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내 모습 속에서 장점을 발견할 수 있으며, 그 안에 자신도 모르는 숨어 있던 이상한 힘을 찾을 수 있음을 일깨운다. 우리 아이들이 은찬을 보면서 자신의 모습에 실망하기보다 새로운 면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사람 눈은 제가 좋아하는 걸 할 때 가장 빛나는 법이거든. 그날 네 눈에서 반짝반짝 빛이 났어. 은찬아, 네가 하고 싶은 일이 남들이 알아주는 일이든 알아주지 않는 일이든 그런 건 마음에 담을 필요 없다. 중요한 건 내가 얼마나 그 일을 좋아하고 열심히 하는가 하는 거지." (본문 171,172p)
끝으로, 현명하신 할머니의 말씀을 기억하고자 담아본다. 우리 아이들이 하고 싶어하는 일에 응원할 수 있는 은찬 할머니와 같은 도량을 늘여야겠다. 이 응원이 자신의 모습을 수용하고 자신감을 갖게하는 힘이 됨을 기억하면서 말이다.
(사진출처: '으랏차차 뚱보클럽'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