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양이 변호사
오야마 준코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일본 TBS 화제의 드라마 <고양이 변호사: 시신의 몸값>의 원작 소설이자 드라마 방영을 전제로 하는 '드라마 원작대상' 수상작인 <<고양이 변호사>>는 읽는내내 웃음과 감동이 끊이지 않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인기에 힘입어 <고양이 변호사와 투명인간><고양이 변호사와 반지 이야기>라는 작품이 발간되어 시리즈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세 권의 판매부수가 19만 부를 넘었다고 하니 후속작품도 얼른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이 작품은 추리소설처럼 퍼즐 하나하나가 맞추어지면서 사건이 해결되어가는 구성도 참 재미있지만, 무엇보다 고양이 변호사인 주인공 모모세 타로의 캐릭터가 압권이다. 39세 변호사이자 맞선에서 30번 퇴짜를 맞았으며 사건에 대해서는 도쿄대 법학부를 수석으로 졸업한 인재이니만큼 똑똑하고 냉철하지만 사랑에 관해서는 어리숙한 캐릭터인 모모세는 특이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느낌이다. 그를 비롯해 모모세의 구두를 닦아주던 할머니, 변호사 직원인 나나에, 덤 앤 더머처럼 어리버리한 도둑 다무라와 기무라 등 각각의 등장인물 모두가 굉장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사건의 흐름상 전혀 의미를 두지 않았던 모모세가 가입한 결혼정보 회사의 아코가 주는 반전도 놀라웠다.
빈약한 몸에 빈티 나는 회색 양복, 맵시 없는 동그란 검은 테 안경을 쓴 모모세가 맞선을 보러가던 중 길바닥에 두두룩한 용변을 밟고야 만다. 개가 아닌 덩치가 큰 인간, 그것도 남자가 본 용변이 틀림없으리라 추측한 모모세를 육교 밑의 벽 옆에 좌판을 벌여놓은 할머니가 불러 구두를 닥아준다. 가죽 구두에 물을 뿌리는 것은 금물이건만 할머니는 태연자약하게 물을 뿌리고 구두를 문지르기 시작한다. 멋대로 하라는 심정으로 맡겨둔 모모세에 대해 꿰뚫어보는 할머니는 그에게 "두뇌를 효율적으로 살리기에는 마음이 너무 약하다"는 말을 한다. 할머니가 닦아준 오른쪽 구두는 어느 틈엔가 새것으로 변해있는데, 시간상 왼쪽을 마저 닦지 못한 탓에 신발은 신품과 중고품을 짝짝이로 신은 느낌이었다.
한편 신데렐라 슈즈의 사장 오코우치 스스무는 회장인 어머님의 장례식을 치루던 중 관이 담긴 영구차를 도난당하고야 만다. 경찰에 신고하는 것만은 피하고 싶었던 오코우치와 그 비서는 고문 변호사인 하타노의 추천으로 모모세에게 사건을 부탁한다. 하타노는 10년전 모모세가 대형 로펌에서 일할 당시 일을 가르쳐 주었던 선배 변호사였는데, 하타노가 처음 그에게 맡은 일이었던 세타가야 고양이 저택사건은 모모세의 미래를 변화시킨 즉 고양이 변호사가 되는데 일조한 중대한 사건이기도 하다. 그렇게 영구차 납치 사건을 맡게 된 모모세는 1540만 엔을 요구하는 범인에 대한 추측과 오코우치와 비서의 행동에 의심을 품으면서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한다.
영구차 도난 사건을 큰 줄기를 중심으로 하여 영구차를 훔친 다무라와 기무라가 영구차를 도난당하여 실직한 택시 기사와 만나게 된 인연, 모모세와 구두닦이 할머니와의 인연, 그리고 다무라와 기무라와 할머니의 인연, 더불어 모모세가 세타가야 고양이 사건으로 인연을 맺게된 수의사 미사토, 다무라와 기무라와 미사토와의 인연을 통해 사건에 대한 퍼즐조각이 하나둘 맞추어가면서 흥미롭고 유쾌한 그리고 감동까지 선사하는 멋진 퍼즐이 완성되었다. 첫 장면부터 웃음을 터트리게 한 용변을 밟은 모모세 그리고 용변을 눈 다무라의 인연도 결코 사소한 인연은 아니였듯이 등장 인물의 연결고리가 참 재미있다.
이렇듯, 매 장면이 유쾌한 요소가 많아서 매 장면들은 연결시키지 못하고 책을 읽다가 장면 하나하나가 서로 연결되고 인연을 맺고 사건을 해결하는 실마리가 된다는 것을 알고나면 작품의 재미가 배가 된다.
보호시설에서 자란 것은 잘못이 아니다. 답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본문 159p)
사실 모모세는 어머니로부터 버림 받고 보호 시설에서 자란 아픔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그런 어머니를 미워하기 보다는 자신을 사랑했을 어머니에 대한 믿음을 갖고 살아간다. 또한 사건의 승패를 떠나 의뢰인을 비롯해 모두가 행복할 수 있도록 조율하는데 애썼으며 정의를 지키기 위해 살아간다. 개인의 이익보다는 정의를 우선시하는 모모세의 모습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모모세와 등장 인물들은 이익을 따지지 않고 순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소시민의 모습과 닮아 있는 이들의 모습이 어찌 사랑스럽지 않겠는가. 마치 우리의 삶을 대변하고 있는 듯한 그들은 우리에게 열심히 살아가다보면 좋은 일이 생길 수 있으리라는 것을 보여주고 응원해주고 있는 듯 하다. 이 작품 속 등장 인물들이 각각 아픔과 고민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쾌함이 느껴지는 것은 바로 그들이 보여주는 희망 때문은 아니었을까.
"만사가 잘 안 풀릴 때는 위를 쳐다보렴. 그러면 뇌가 뒤로 기울여 두개골과 전두엽 사이에 틈이 생겨. 그 틈에서 신선한 발상이 생겨날 거야." (본문 1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