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예쁜 여자입니다
김희아 지음 / 김영사on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KBS <강연100℃><여유만만> 등에서 뜨거운 감동을 준 김희아. 내가 그녀를 알게 된 것은 자신의 진솔한 삶을 담은 에세이 <<내 이름은 예쁜 여자입니다>> 책을 통해서다. 붉은색 모반으로 뒤덮인 얼굴과 상악동암으로 함몰된 반쪽 얼굴이 담겨진 표지는 거부감이 들기보다는 그녀의 삶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다. 이는 어쩌면 그녀를 통해 상대적으로 내 평범한 삶에 대한 소중함을 찾고 싶다는 이기심이었을지도 모른다. 나의 이런 이기심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어제와 같은 오늘, 그리고 오늘과 같은 내일에 대한 무료함, 행복의 기준을 지나친 욕심으로 세워둔 욕망, 지금의 행복을 인지하지 못하는 자만심 등 내 삶에 대해 점점 나태해져가는 나의 무기력함에 큰 선물을 건네주었다. 감사의 삶, 긍정의 삶, 행복의 삶을 통해 내가 살아가야 할 이유를 알게 해주었고, 진정한 사랑, 가족의 의미를 깨닫게 해주었다.

 

 

'나는 혜천원 앞에 버려져 있었다. 누군가 씹다 버린 껌처럼, 누군가 코 풀고 버린 휴지처럼.....'  (본문 12p)

부모님을 찾을 어떤 실마리도 남아 있지 않은 채 그녀는 고아원 혜천원 대문 앞에 버려졌다. 얼굴에는 커다란 반점이 있는 그녀의 이름은 원장님이 지어 준 '계집 희, 예쁠 아' 로 '예쁜 여자아이'라는 뜻을 가진 희아다. 사과 반쪽, 괴물, 귀신 심지어 아수라 백작으로 불린 그녀는 다급한 일이 있을 때면 누구나가 부르는 '엄마' 대신 '선생님'을 불렀으며, "엄마!"를 불러야 하는 순간에 그녀는 "오, 주여!"를 찾았다. 위험천만한 순간마다 사람들이 하나같이 외치는 주문 '엄마', 그녀는 초등학교에 입학식날, 엄마의 손을 잡고 입학식에 온 아이들과 가슴에 단 손수건을 보면서 처음 엄마에 대해 생각했고, '나는 누구인가'를 생각했다. 혜천원 안에서만큼은 수많은 여자아이 중 한 명일 뿐인 그녀였지만 혜천원 밖에서 그녀는 늘 고개를 숙이고 다닐 수 밖에 없는 그렇게 작디 작은 아이였다.

 

"어떻게 해도 사람들에게 니 점이 보인다면, 나라도 세상을 똑바로 보는 게 좋지 않겠나? 이렇게 한쪽 눈을 가리고서 뭐가 보이겠노?" (본문 95p)

 

그녀는 얼굴 탓에 후원이 끊기기도 하고, 준비물을 챙기지 못한 탓에 교탁 앞에서 서서 자신을 그린 아이들 스케치북 위에 그려진 마흔아홉 개의 붉은 색을 보면서 상처를 받기도 했으며, 좋아하는 남학생에게 고백을 하지도 못했지만 자신의 얼굴을 보고도 후원을 해준 진 리그니 사관이 있었고, 세상을 똑바로 보라며 자신감을 심어준 선생님과 300원씩 돈을 모아 수학여행 경비를 내준 남도여중 2학년 4반 친구들과, 중2 때 젓가락질을 처음 가르쳐준 아버지와도 같은 원장님이 계셨기에 세상에 감사하며 살 수 있었다.

 

"나는 내 점이 내가 감당할 수 있으니까 내한테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감사하다. 나처럼 이렇게 점이 어울릴 사람이 또 있겠나?" (본문 218p)

 

반점은 그녀를 세상 밖으로 내몰며 차별을 받게 했지만, 반점이 있어서 세상에 홀로 남겨지지 않을 수 있었던 차별을 받기도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혜천원을 떠나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버지같았던 원장님은 그녀를 혜천원에 취직시켜주었던 것이다. 그녀는 미워만 했던 이 점으로 감사의 차별을 받은 뒤로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물론 남자친구를 사귀는 다른 아가씨들과 같은 평범한 생활에 대한 희망을 저버릴 수는 없었기에 상처를 입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만 그녀는 스스로 속으로 실제보다 더 큰 점으로 키워온 것을 깨닫게 되면서 얼굴의 반점 때문에 두 번 다시 울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났음에도 헤어짐을 생각해야했던 그녀는 상악동 암으로 얼굴뼈를 드러내는 수술을 하면서 진실한 사랑을 얻게 되었다. 태어나면서부터 불행의 연속이었던 삶이었지만 그녀는 더 감사하고, 더 행복해할 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가족이 생기고 두 딸을 키우면서 엄마의 마음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서 자신을 버릴 수 밖에 없었던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고, 자신을 낳아준 엄마에게 감사하게 되었다. 세상을 원망하며 산다해도 아무도 그녀를 탓할 수 없을만큼의 불행한 환경이었지만 그녀는 불행한 삶을 감사의 삶으로 바꿀 줄 아는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었고, 이러한 그녀의 생각이 불가능할 것만 같은 어린 시절의 꿈이었던 가수, 텔레비전에 나오겠다는 그녀의 꿈을 이루게 하였다.

 

엄마, 엄마!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태어나서 정말 죄송합니다. 엄마! (본문 246p)

 

그녀는 자신의 삶을 여과없이 보여주었는데, 용서하고 감사할 줄 알며 긍정적인 그녀의 삶은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할 뿐만 아니라, 가족과 사랑의 의미를 되새겨보도록 한다. 그녀를 통해 내가 가진 것이 많음을, 내가 행복한 이유가 너무도 많음을 생각해본다. 안면장애 3급을 받은 그녀가 방송 출현을 한 후 얼굴을 복원해 주겠다는 제의를 받지만, 그녀는 제의를 거절했다. 그동안 얼굴 때문에 많은 좌절과 아픔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신의 일부가 되어버린 반점을 수용하고 있었으며, 반점이 불행의 씨앗이 아닌 '복점'으로 받아 들였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결코 원하지 않는 환경에 대한 불만과 그동안 받았던 좌절과 상처에 대한 아픔이 견디기 버거울 때가 있었는데, 그녀에게 배운 세상에 대한 '감사함'과 '긍정적 사고'를 통해 조금이나마 벗어버릴 수 있었던 듯 싶다. 지금 가진 것에 대한 감사함과 행복함, 가족의 의미 등 이 모든 것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게 해준 그녀에게 감사함을 전하며, 세상의 편견에 맞서 자신감을 갖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그녀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미지출처: '내 이름은 예쁜 여자입니다'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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