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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보이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28
비키 그랜트 지음, 이도영 그림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3년 2월
평점 :
제목, 표지에서 풍기는 코믹함이 눈길을 사로잡는 작품이다. 캐나다 자작나무상 수상작인 이 작품은 유쾌함을 선사하지만, 소재는 의외로 '왕따'에 관한 내용이다. 요즘 우리 사회는 왕따, 집단따돌림, 학교 폭력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폭력을 견디다 못해 자살하는 경우도 많아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으나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상태이다. 아동,청소년도서에 이 문제를 소재로 다양한 해결책을 내놓고 있지만 대체로 소극적인 해결방법 뿐이다. 피해 학생들의 아픔, 좌절, 절망 등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보면 해결책을 선뜻 내놓지 못하는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미안함과 속상함으로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친다.
헌데 이 작품은 왕따를 소재로 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재미'있는 작품이다. 그 재미속에 희망을 담아냈는데, 기존의 작품들과 달리 여기서 보여지는 희망은 굉장히 크다. 기존의 작품에서는 희망이 존재하고 있으니 결코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한 줄기의 작은 빛처럼 다가왔다면, 이 작품에서는 전반적으로 밝음을 유지하면서 커다란 희망을 선보인다.
물론 여기서 보여지는 스토리는 너무 허구에 가까울지 모르나, 암울했던 소재를 주인공만이 가지고 있는 성격으로 밝게 표현함으로써 오히려 희망을 더욱 크게 그려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이 작품의 스토리는 댄 호그인 '나'가 일인칭이 되어 이끌어간다. 댄은 이번 농장체험이 정말 마음에 안 든다. 닭, 소, 호그(돼지)같은 가축이 전통적으로 어떻게 키워지는지 체험한다고 하니 호그인 자신은 셰인 쿨런이나 타일러 마치 같은 꼴통 녀석한테 놀림을 받을 게 틀림없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너네 가족들 만나러 가는 거냐, 댄? 언제쯤 너네 엄마 보나 싶었는데 잘 됐다." 하는 셰인의 말에 반 전체가 킥킥대며 웃어댔으니 체험학습날이 어떨지는 안 봐도 비디오다.
체험학습을 떠나기로 한 날, 벤비 선생님이 장염에 걸려 체험학습이 취소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걸었지만, 아쉽게도 교장선생님은 벤비 선생님을 대신할 고무장화를 신은 젊은 여자 크리저 선생님을 모시고 왔다. 댄은 정말 지지리 복도 없다고 생각했다.
엄마는 비록 이름은 '호그'일지언정 삐적 마르고 뻐드렁니를 가진 걸 다행이라고 생각하라고 한다. 도대체 엄마는 뭘 보고 운이 좋다고 하는지, 댄은 알 수가 없다. 정말 필요할 땐 병도 안 걸릴 만큼 재수가 없는데도 말이다.
댄은 버스 뒤쪽에 가까스로 자리를 잡고 셰인으로부터 오늘 하루를 잘 버틸 수 있도록 에너지를 잔뜩 비축하기 위해 잠을 자려고 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골통 녀석들은 절대 가만 놔두지 않았다. 다행인 것은 크리저 선생님이 댄을 구해주었고, 코피가 멎도록 애써주었다는 것이다. 농장주 반 워트 씨의 불친절함에 선생님은 당황하고 따로 이야기를 하게 되지만, 남자의 말에 의하면 선생님은 몸이 안 좋다는 이유로 돌아오지 않고 학생들은 남자를 따라 농장을 구경하게 된다. 댄은 버스에서 내릴 때 당황한 나머지 알레르기 약과 티슈를 챙기지 못해 재채기를 하게 되고 알레르기 약과 휴지를 찾으러 버스에 가려하지만 남자는 가지 못 하게 했다. 대신 집 안에 들어가 티슈를 가져오라고 허락을 받지만, 댄은 남자 몰래 버스에 갔다가 선생님과 운전 기사가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 남자의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다시 돌아간다. 남자는 반 아이들을 농장을 안내하는 척하며 아이들을 오두막에 가두게 되는데, 몸집이 작은 댄은 남자의 눈을 피해 빠져나온다. 숨어있던 댄은 남자가 아이들과 선생님을 끔찍한 사고로 위장시켜 없애야 겠다고 하는 전화 통화를 엿듣게 된다. 기회를 엿보던 댄은 남자의 휴대폰으로 911 전화를 걸게 되지만 곧 잡히게 되고 도살장에 함께 갇히게 된다. 아이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했고 힘을 합쳐 서로 도울 수 있을지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 하지만 댄은 버스 안에 있는 선생님의 휴대폰으로 제대로 신고를 하기 위해 탈출을 시도하고 댄의 작은 몸집과 셰인의 도움으로 무사히 탈출하게 된다. 그러나 아이들이 위험해지는 다급한 상황에서 전화를 걸지 못한 채 남자를 따돌리기 위해 애를 쓰게 되고 댄은 모두의 영웅이 된다.
선생님이 질문만 하면 자기가 정말 천재라도 되는 양 대답을 하고, 삐쩍 마른 체형, 알레르기로 인한 재채기와 콧물, 뻐드렁니 등으로 댄은 반 친구들의 놀림감이 되었고, 그런 탓에 늘 위축되어 있었으며 스스로 운이 없다고 생각해왔다. 그런 그가 영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놀림감이 되었던 자신의 체형과 성격이었다. 사춘기가 되면서 아이들은 자신의 외모에 관심을 갖게 되는데, 외모지상주의가 완연한 사회 속에서 아이들은 외모에 더 큰 중점을 두게 되었다. 외모로 큰 상처를 받게 되고, 결국 자기를 비하하는 결과를 낳기도 하는데, 댄이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결국 댄을 영웅이 될 수 있도록 한 점을 미루어보아, 결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장점을 헤아린다면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피그보이>>는 무거울 법한 소재를 댄 특유의 성격과 외모로 유쾌하게 풀어냄으로써 외모 혹은 따돌림으로 고민하는 친구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선물한다. 이 책이 풀어나가는 '재미'는 고민에 대해 덜 자극적이고, 고민을 다소 완화시키는 효과를 주는 듯 하다. 댄의 행동을 보면 '어쩌면, 이 고민이 이렇게 심각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고나 할까. 운이라고는 지지리도 없을 것 같은 댄이 보여주는 희망이 그렇게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피그보이>>는 120여 페이지 가량의 굉장히 짧은 내용이기는하나, 댄의 활약이나 번역상의 코믹함이 굉장한 흡입력을 보여준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