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갱 아저씨의 염소 파랑새 그림책 95
알퐁스 도데 글, 에릭 바튀 그림, 강희진 옮김 / 파랑새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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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그림을 보니 아름답고 강렬한 색채의 에릭 바튀이네요. 에릭 바튀는 볼로냐 작가상, BIB대상, 국제어린이문학회 옥토곤상을 수상한 <에릭 바튀의 철학그림책>을 통해서 처음 접한 바 있습니다. 에릭 바튀만의 강렬한 삽화와 다양한 생각을 돕는 이야기가 참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었지요. 이번에 프랑스 문학의 대표 작가 알퐁스 도데의 <<스갱 아저씨의 염소>>로 다시 에릭 바튀의 그림을 만나게 되어 참 반가웠습니다. 붉은 색을 좋아하는(?) 에릭 바튀만의 강렬한 색체가 이야기의 느낌을 잘 살려주어 작품의 의미를 더욱 잘 드러내 준 듯 합니다.



이 작품은, 파리에 있는 피에르 그랭그와르 시인 아저씨께 보내는 편지글로 시작이 됩니다. 우리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하고 싶은 일보다는 고수입을 얻을 수 있는 진로를 선택하고, 좋은 대학과 좋은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어릴 때부터 공부를 하지요. 당연히 그로 인한 부작용도 많이 생겨나고 있지만, 현실을 외면한 채 꿈만을 쫓을 경우 일어나는 어려움도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어른들이 글쟁이, 그림쟁이 등이 배고픈 직업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겝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상과 현실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요? 그 누구도 정답을 알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누구나 꼭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지요.



어린이가 피에르 그랭그와르 시인 아저씨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파리에 있는 유명한 신문사 기자 자리를 거절하고 10년 넘게 시 쓰기에만 매달린 아저씨에게 잔소리를 하고 있네요. 깡마르고 창백한, 구멍 뚫은 셔츠와 닳아빠진 바지는 아저씨의 모습입니다. 기자가 된다면 돈을 많이 벌어서 고급 음식점에서 값비싼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고, 연극을 보러 갈 때도 멋진 옷을 입고 폼 잡을 수 있는데, 아저씨는 왜 마음 내키는 대로 제멋대로 살고 있냐고 묻고 있네요. 아이는 아저씨의 마음을 돌리고자 <<스갱 아저씨의 염소>>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합니다. 이렇게 해서 그림책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스갱 아저씨는 여섯 마리 염소를 길렀지만, 모든 염소들은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줄을 끊고 산으로 달아났고 결국 늑대에게 잡아먹혔지요. 스갱 아저씨가 염소들을 아무리 정성껏 보살피고, 산속에 있는 늑대가 얼마나 무서운지 가르쳐도 염소들은 기어이 산으로 도망가 버렸답니다. 두 번 다시 염소를 키우지 않겠다고 마음 먹은 아저씨였지만 또 일곱 번째 염소를 사 왔습니다. 온순한 두 눈과 멋진 수염, 반지르를 윤이 나는 발굽과 작고 단단한 뿔을 가졌으며, 보드랍고 풍성한 새하얀 털을 가진 정말 예쁘고 사랑스러운 염소였지요. 아저씨는 '블랑께뜨'라는 예쁜 이름을 지어주고, 블랑께뜨가 답답하지 않도록 경치 좋은 곳에 말뚝을 박고 목에 긴 줄을 매 주었어요.



하지만, 블랑께뜨는 스갱 아저씨의 집이 지루해지기 시작했고, 싱싱한 풀과 예쁜 꽃 사이를 마음껏 뛰어다니고 싶었습니다. 결국 블랑께뜨는 스갱 아저씨에게 산으로 보내 달라고 부탁했지요. 아저씨는 늑대 이야기를 들려주었지만 블랑께뜨는 고집을 부렸습니다. 결국 아저씨는 블랑께뜨를 외양간에 꼭꼭 가두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외양간 창문을 닫지 않은 탓에 블랑께뜨는 산으로 달려갈 수 있었습니다.



블랑께뜨는 정말 즐거웠어요.
목에 잠긴 줄도 없었고요,
블랑께뜨를 묶어 놓을 말뚝도 없었지요. (본문 中)


야생 꽃이 잔뜩 피어 있는 산은 매혹적이었고 블랑께뜨는 행복했습니다. 풀숲에서 마음껏 뒹굴었고, 산속을 뛰어다녔지요.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어요. 언덕 아래 보이는 스갱 아저씨의 집이 너무 작게 보이는 탓에 자신이 이 세상만큼 커졌다는 생각에 우쭐해졌습니다. 야생 영양 무리를 만나 검은 영양과 서로 사랑하게 되었고, 서로 사랑을 속삭이며 시간이 가는 줄 몰랐습니다.


어느새 찾아온 저녁, 블랑께뜨는 숲 속에서 섬뜩한 소리를 들었고 그것이 바로 스갱 아저씨가 말했던 늑대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소름이 끼치도록 무섭게 울부짖는 늑대, 나팔을 불며 자신을 애타게 찾는 스갱 아저씨의 목소리 사이에서 블랑께뜨는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집에 돌아가서 다시 줄에 묶이고 울타리 안에 갇힐 바에야 무서운 늑대가 있는 산이 더 나아보였어요. 블랑께뜨는 온 힘을 다해 끝까지 늑대와 싸워 보기로 마음을 먹었고 늑대에게 용감하게 덤벼들었지요.
그러나 블랑께뜨는 아름다운 새하얀 털을 붉은색으로 물들이며 바닥에 쓰러졌습니다.


아저씨, 제 이야기 잘 들으셨죠?
아침이 되자 늑대가 기어이 염소를 잡아먹었다고요! (본문 中)

블랑께뜨는 늑대와 맞서 싸웠지만 결국 잡아먹혔습니다. 그토록 원하던 산에서의 자유가 끝났지요. 자신을 찾는 아저씨에게 돌아갔다면 블랑께뜨는 죽지 않았을 거에요. 그런데 왜, 블랑께뜨는 돌아가지 않았을까요?

<<스갱 아저씨의 염소>>는 어른이 읽기에도 참 심오한 작품입니다. 꿈과 현실, 자유와 억압 등 많은 부분을 생각할 수 있게 하지요. 꿈을 찾고, 자유를 찾은 시인 아저씨와 블랑께뜨의 현실은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가난과 죽음뿐이었지요. 하지만 현실과 타협하고, 억압된 삶을 사는 것은 과연 행복할까요? 죽음을 맞이했지만 블랑께뜨는 정말 행복했습니다.
두가지의 선택에서 무엇이 정답이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 꼭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지요.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우리 교육현실은 아이들이 하고싶은 꿈보다는 현실과 타협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 아이들이 블랑께뜨처럼 아주 많은 용기가 필요할지라도 꿈을 찾기를 바라지만, 현실 또한 녹록치 않음에 선택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이 모든 것은 아이들 스스로가 선택해야 할 부분이겠지요. 그리고 그 선택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을 질 수 있어야겠지요. 블랑께뜨는 늑대와 맞서 싸웠던 것처럼 말이에요.

이 그림책은 이렇게 그동안 생각해보지 않았던 부분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해 줍니다. 만약 우리가 블랑께뜨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요?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해보면 좋을 듯 싶네요.

(사진출처: '스갱 아저씨의 염소'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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