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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펫에 숨겨진 비밀 쪽지 ㅣ 마음이 자라는 나무 33
조르디 시에라 이 파브라 지음, 배상희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생각은 세계적으로, 행동은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부터 (본문 60p)
마음에 새겨 둘 좋은 글귀 하나를 알게 되었다. 작년 네팔에 살고 있는 아동을 후원하기 시작했다. 후원을 결정하고 아이와 결연을 맺는 일은 마우스 몇 번의 클릭으로 너무도 쉽게 이루어졌지만, 후원을 결정하기까지는 정말 많은 시간이 걸렸다.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행동하기까지 몇 해의 시간을 보낸 듯 하다. 이런 일을 겪은 경험이 많은 탓인지 '행동은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부터'라는 글귀가 그렇게 내 마음에 깊이 스며들었다. <<카펫에 숨겨진 비밀쪽지>>는 2억 5천만 어린 노동자들의 실상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들의 절박한 이야기는 우리의 행동할 때 비로소 희망을 엿볼 수 있음이 이 글귀 한 줄에 압축되어 있었기에 그 의미가 내게 더 크게 다가온 듯 하다.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이크발'은 실제로 존재했던 인물이라고 한다. 네 살 때 카펫 공장으로 팔려 가 혹독한 노동에 시달렸던 그는 어린 노동자들의 해방을 위해 투쟁하다가 열두 살 때 총에 맞아 숨졌다고 한다. 이 책에는 9명의 이크발이 존재하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는 2억 5천만 이크발이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그들의 삶에 관심을 갖고 행동할 때, 비로소 그들은 자유를 얻을 수 있으리라.
스페인에서 작가로 활동하는 알베르토는 인도 여행을 마치고 막 돌아온 사촌 형 마르틴의 저녁 초대를 받게 된다. 마르틴 형의 인도 휴가로 알베르트가 예정에 없던 인도 여행을 다시 하게 되고, 그로 인해 그의 인생은 크게 바뀌게 된다.
사람들은 대개 인생을 뒤흔드는 진실을 접하게 되면, 마음 깊숙한 곳에 품고 있던 가치관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그것을 원동력으로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가면 살아가게 된다.
진실의 힘이 주는 선물이다. (본문 14p)
형수는 인도 여행을 통해 카펫을 샀고,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해서 카펫을 자세히 살펴보던 형은 카펫 가장자리에 시접 처리한 부분에서 신문지 조각을 발견했다. 영자 신문지 아래쪽 귀퉁이의 하얀 여백에는 여기저기 철자를 빼먹은 데다 글자도 삐죽빼쭉한 대문자로 쓰여진 영어로 된 문장이 있었다.
살려 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 우리는 노예들. 자유. 이크발 (본문 24p)
그 누구도 찾기 힘든 곳에서 보내온 은밀한 구조 요청을 보게 된 알베르토는 '그 어떤 일에도 절대 눈을 감고 있지 않겠다'고 했던 자신의 말을 믿는 아내의 말에 힘입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기로 마음 먹는다. 그는 형과 함께 여행하면서 카펫을 구입한 또 다른 여행자로부터 또 한 장의 쪽지를 발견하고, 여행 안내원으로부터 카펫 가게의 주소를 확인한 후, 인도 여행에 도움을 줄 비정부 기구와 잡지사를 찾아가게 된다.
같은 또래인 자신의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인도의 아이들과는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아이들'이라는 공통점으로 양심에 불을 지피게 된 알베르토는 십 억의 인구와 열다섯 개의 공식 언어, 약 팔백 개의 방언이 어우러진, 독창적이고 유일한 그들만의 정체성을 오롯이 지닌 인도의 마두라이로 향한다. 알베르토는 카펫을 판매하는 '판카즈 샤' 가게에서 임기응변으로 '판카즈 샤'의 작은 공장에서 아홉 명의 아이들이 일을 하는 것을 직접 목격하고 '나라얀'이라는 여자 아이의 이름을 알아둔다.
저녁이 되어 다시 찾은 알베르토는 삼 년 전 아버지에 의해 이십 달러에 팔린 나라얀을 통해 열두 살의 이크발이 노조를 만들고, 노예 노동 해방 전선을 만들어 활동하다가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됨을 알게 되었다. 자신을 '알버트 아저씨'라고 부르는 나라얀과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한 알베르트는 이제 9명의 아이들을 구할 방법을 모색하게 되고,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음을 고뇌하다 해답을 찾게 된다. 아내로부터 바로셀로나에 인도 어린이를 원조하는 농촌개발운동기구인 RDM기관에 대해 알아 둔 알베르트는 밤이 되어 그들을 구출하게 된다. 긴박한 순간에 나라얀은 공장에 불을 지르며 이크발이 죽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이제 그 누구도 '판카즈 샤 '와 그 안의 아름다운 카펫들, 그리고 오랜 세월 동안 정의를 피해 숨어 있던 어둠, 그 어둠이 찬란한 횃불로 바뀌는 걸 막지 못할 것이다. 나는 이크발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이크발이 이겼다. (본문 153p)
이틀 동안의 긴장감으로 그는 본능에 따라 충동적으로 움직이던 로봇과 같던 자신이 진실한 감정을 지닌 사람으로 되돌아옴을 느끼게 된다. 그는 게임은 이제 시작일 뿐임을 깨닫고 RDM에서 살아갈 아이들에게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한다.
이 작품에서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단지 2억 5천만 어린이 노동자들의 실태를 보여주기 위함만은 결코 아니다. 이 책에서는 알베르트와 RDM의 벤투라 마스페레트와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가 실제로 행동해야 함의 중요성이 또렷히 보여준다.
우리는 나 하나의 행동이 스스로 미약하다고 생각하고 행동하기를 주저한다. 하지만 비정부 기구 혹은 단체나 우리 개개인의 행동이 없다면 세상 어떤 것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마스페레르 씨의 말처럼 지구라는 배의 무례한 침입자인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몸무림칠 차례가 올 것이다. 그러기 전에 우리는 우리 가운데서 정의를 찾고, 다른 사람들이 파괴한 것을 되살리기 위해 싸워야 하는 것이다. 사람을, 동물을, 환경을 위해서 말이다.
저자는 말한다. 수공예 카펫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지만, 진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이다. 앞서 알베르트가 말했듯이 그 진실이 바로 행동의 원동력이 되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책 속에 이런 구절이 있다.
어린이 후원은 의식 있는 사람들의 마음에 쌓인 짐을 덜어 주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이다. 가난으로 딸을 노예로 팔아야 하는 비인간적인 그들의 행동에 우리는 그들을 향한 손가락질이 아니라, 효과적인 방법으로 행동해 보이면 어떨까?
어느 나라가 국가의 손익보다 어린이의 인권 보호를 먼저 선택할 수 있을까? 아이들을 희생시키기는 쉽다. 게다가 아이들은 넘쳐난다. 심지어 어떤 부모는 아이들을 노예로 팔아 버리기까지 하지 않는가. (본문 35p)
지구 곳곳에서 스스럼없이 자행되고 있는 어린 노동자들의 실태를 보면서 안타까움에 마음이 저려온다. 그러나 이것이 생각만으로 끝나면 무엇하랴. 행동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알베르트는 작가로서 스페인에서 이런 어린 노동자들의 실태를 알리기로 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간디는 '최악의 폭력은 무관심'이라고 했다. 열 살에서 열 네살 사이의 전 세계 어린이 여덟 명 중 하나가 노예 노동을 하고 있는 사실에 대한 지속적 관심은 아닐까?
<<카펫에 숨겨진 비밀쪽지>>는 세상을 향한 의식을 깨워주었고, 행동을 위한 원동력인 진실을 알려주었다. 이 책을 통해 나 뿐만 아니라 많은 독자들이 결코 나의 작은 행동이 쓸모없는 것이 아님을 기억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