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쓰기 싫은 날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24
김은중 지음, 강경수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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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도, 작은 아이도 싫어도 너~무 싫어하는 숙제가 바로 독후감 쓰기다. 책읽기를 좋아하는 큰 아이에게도 독후감 쓰기는 늘 힘들고 버거운 숙제였다. 재미있게 읽은 책이지만, 독후감만 쓰려고 하면 막막해진다고 하니, 독후감을 대신 써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책을 읽은 느낌을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엄마인 나도 보고 있자면 답답하기만 하다. 어른들에게 아이들의 '책 읽기'는 그저 재미있게 읽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교훈과 감동을 강요해야하는 '숙제'인 셈이다. 이런 탓에 아이들이 책을 점점 멀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논술의 중요성이 점점 대두되다보니 부모는 아이들에게 책 읽기와 독후감 쓰기를 더욱 강요하게 되고, 잔소리만 늘어난다. <<독후감 쓰기 싫은 날>>은 이런 부모의 잘못된 모습과 독후감 쓰는 것이 너무도 힘겨운 아이들의 심정을 고스란히 담은 판타지 동화이다. 주인공 지웅이 엄마의 모습을 통해 내 모습을 반추해보면서 반성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탓에 아이들 뿐만 아니라 부모도 함께 읽어보았으면 하는 작품이었다.

 

 

'드르르르륵, 드르르르륵.'

엄마가 내 등에 박힌 태엽을 감았다. 태엽이 낡은 소리를 내며 돌아갔다. 나는 엄마가 조종하는 로봇이다. (본문 14p)

 

지웅은 방학하기 전부터 여름 방학 계획을 세우느라 바빴던 엄마의 계획대로 방학 첫날부터 도서관에 가야했다. 지웅에게 방학은 방학이 아닌 '학습 능력 집중 향상 기간'이었으니까. 지웅이네 반 우등생인 은별이와 비교하며 2학기에 독서 골든벨, 독후감 방학 숙제에서 은별이를 이기기 위해 엄마는 도서관 가방을 챙겼다. 지웅은 도서관에서 말썽 대장인 창민이가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책을 보면서 키득대느라 정신없는 모습이 너무 부러웠다. 반면 엄마는 권장 도서 목록 중 두꺼운 책을 건네며 독후감까지 써 놓으라 엄포를 놓았다. 책도 잘 읽지 않는 엄마, 독후감 쓰는 건 더더욱 본 적이 없는 엄마에게 '백만 번 독후감 쓰기 '벌을 주고 싶은 지웅의 마음을 엄마는 이해할까? 지웅은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독후감 공책에 마음 내키는 대로 이것저것 아무렇게나 끼적거렸고, 독후감 공책을 본 엄마의 눈에서는 레이저 광선이 나올 듯 했다.

 

"처음 시작 부분은 책을 읽게 된 동기, 그 다음은 줄거리, 마지막에는 나의 다짐이나 나의 생각으로 마무리하라고 몇 번이나 말했어?" (본문 32p)

 

 

아무리 재미있게 읽은 책이라도 독후감만 쓰려고 하면 손발이 오그라들고 머릿속이 깜깜해지는 걸 엄마는 이해하지 못하는 듯 하다. 지웅은 독후감을 쓰라고 닦달하는 엄마도, 독후감을 써 오라고 하는 선생님도, 책도 다 싫어졌고, 도서관을 가득 채우고 있는 책들을 보고 있자니 속이 울렁거렸다. 지웅이가 우연히 '소원의 책'을 발견하고 '이 세상의 책이 모두 사라지게 해 주세요.'(본문 45p)라는 소원을 빌게 된 것도 이 때문이었으리라. 지웅의 소원이 이루어지고 도서관이 문을 닫게 되자, 창민이 뿐만 아니라 책을 보고 싶다는 아이들의 아우성에 지웅의 가슴이 따끔거리다 못해 기다란 꼬챙이로 찌르는 것처럼 아팠다. 그런 지웅은 뺨에 손자국 모양이 나 있는 채로 아빠를 피해 도서관에 온 창민을 만나게 되고 도망치던 중에 책들의 무덤을 발견하게 된다. 지웅와 창민은 책이 사라지면서 아이들 꿈으로 자라는 꿈나무가 죽어가고 있음을 알게 되고 책을 되찾을 방도를 찾는다.

그 과정에서 지웅은 자신이 책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음을 깨닫고 된다.

 

"책은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어. 귀를 기울여 보면 마음이 움직이는 걸 느낄 수 있을 거야. 때론 화가 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내 얘기 같이 느껴질 수도 있지. 그걸 내 마음대로 적는 거야. 그러면 시간이 아주 많이 흐르고 난 뒤 읽어 보면 언제라도 지금의 내 마음을 만날 수 있을 거야. 타임머신 기계처럼 시간을 거슬러 올 수 있는거지." (본문 131p)

 

독후감이란 자신의 생각을 꾸밈없이 쓰면 된다는 것을 창민이를 통해서 알게 된다. 책을 좋아했던 지웅이 책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소원을 빌기까지는 독후감을 강요했던 어른들이 있었다. 지웅은 '독후감 쓰기 싫은 날'을 통해서 독후감을 쓰기 싫었던 자신의 마음, 억지로 하면 아무리 좋은 것도 싫어진다는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낸 자신만의 독후감, 자신만의 타임머신을 기록했다. 지웅이를 보면서 독후감을 쓸 때마다 책상 앞에서 한숨을 푹푹 쉬던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엄마가 책을 읽으면서 느꼈을 교훈과 감동을 아이도 똑같이 느끼고 써주길 바랐던 내 모습을 떠올리며 나 역시도 많은 반성을 해 본다. '호호 마녀' 도서관 사서 선생님처럼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함께 눈높이를 맞추어 주어야겠다는 야심찬 결심도 함께 해 보았다.

 

 

"독후감이 그렇게 좋으면 엄마나 쓰지. 엄마는 안 쓰면서!"
'............잘쓰지 못하면 손바닥을 때려 줘야지. 한 열 대 쯤.....' (본문 24,25p)

 

혹여 우리 아이들도 독후감 잘 쓰라는 엄마의 잔소리에 이런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닐까. 부끄러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든다.

<<독후감 쓰기 싫은 날>>은 아이들의 마음을 너무도 잘 표현한 작품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공감대를 형성하여 그들의 마음을 다독일 수 있는 법한 이야기였다.

오늘도 동화 속에서 나는 아이들의 마음과 엄마로서 아이들에게 해주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또 하나 배우게 되었다.

 

(사진출처: '독후감 쓰기 싫은 날'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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