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전태일은 바보회를 만들었을까? - 자본가 vs 전태일 역사공화국 한국사법정 58
이정범 지음, 이일선 그림 / 자음과모음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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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상영이 끝난 후 모든 관객이 일어나 기립박수를 쳤다. 그 중에는 나도 포함되어 있었다. 1995년 상영되었던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 상영된 극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면서 [근로 기준법] 책과 함께 분신자살로 스물두 살의 짧은 생애를 마친 전태일의 삶을 다루었던 이 영화는 그 시기의 젊은 대중들을 일깨워주었다.
<<왜 전태일은 바보회를 만들었을까?>>를 읽는 동안 오랜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그 영화를 통해 받았던 벅찬 감동이 다시 되살아났다.



<역사공화국 한국사법정>은 교과서 역사적 사건 속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경쟁구조의 인물을 원고와 피고로 법정에 세워 서로의 주장을 들어보는 독특한 형식의 역사책이다. 이 구성은 역사를 다양한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넓혀줄 뿐만 아니라, 역사를 바라보는 주체적인 세계관을 길러 준다.
이 시리즈는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를 통해 초,중,고 사회 및 역사 교과서의 주제별 분석에 따른 핵심 내용을 정리하여 교과서 속 역사 지식은 물론, 주요 역사 사건의 논리적 서술을 통한 역사 논술에 대비할 수 있는 구성으로 역사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주는데 도움을 준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독자는 58번째 이야기 <<왜 전태일은 바보회를 만들었을까?>>를 통해 1960년대 후반을 시작으로 1970년대 경제 성장과 노동 운동에 대해서 알아보게 된다. 눈부신 경제 발전으로 '산업화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지만, 그 이면에는 '개발 독재의 시기'라는 또다른 이름을 남겼다. 5.16 군사 정변으로 민주주의와 인권이 위기를 맞이했던 그 시절, 경제 성장 속에 저임금과 열악한 환경에서 고된 노동에 시달려야했던 경제 성장의 또 다른 모습이 전태일과 자본가의 법정 공방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동대문 시장에서 의류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사업을 했던 원고 자본가는 전태일이 공장의 직원들을 선동하여 시위를 벌이고 자신과 같은 사업가들을 천하의 나쁜 사람으로 몰아간 것에 대해 정신적, 경제적인 손실을 보상받고자 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이에 재판 첫째 날은 평화시장 노동자였던 전태일의 성장 과정과 불우한 환경 그리고 평화시장의 보조로 취직할 때까지의 과정을 통해서 경제 발전의 이면에 드리워진 서민들의 삶을 전태일과 그 외 증인들을 통해서 알아본다.



둘째 날은 전태일이 노동 운동을 하게 된 경위를 살펴보면서 평화시장 노동자들의 실상을 엿본다. 평화시장이 들어선 뒤로 전국 규모의 의류 시장으로 성장하게 된 동대문과 청게천 주변의 봉제 공장 업주들은 큰 부자가 되었으나, 여공들은 좁은 공간에서 허리를 펴고 걸어다닐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열악한 환경 속에서 눈병, 기관지염, 빈혈, 신경통, 위장병 등에 시달리며 주문이 많을 때는 잠 안 오는 약을 강제로 먹어가며 비참하고 끔찍한 생활을 했다.



피고 전태일은 평화시장에서 약 2년 동안 일하면서 여공들이 매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후 아버지로부터 근로 기준법이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되면서 바보회를 결성하게 된다. 이 과정 속에 노동자들의 힘겨운 삶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된다. 이어 셋째 날은 전태일이 근로 기준법을 불태울 수 밖에 없었던 그 시대상을 살펴 볼 수 있다.



"근로 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일요일은 쉬게 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다가 그 자리에 쓰려졌습니다. 근로 기준법 화형식과 함께 스스로 노동 운동의 불씨가 되었던 것입니다. (본문 130p)



<<왜 전태일은 바보회를 만들었을까?>>는 경제 발전 속 자본가와 노동자의 극명한 차이를 보여준다. 경제 발전 정책을 충실하게 실천하고,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근로자들과 그 가족들의 생계를 도왔다는 자본가와 근로 기준법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했던 자본가, 정부의 관료들, 노동환경에 무심했던 언론을 상대로 노동 현장에서 고생하며 일한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싸웠다는 전태일 두 사람의 법정 싸움에서 자본주의가 만든 노예계급, 자본주의의 병폐 등을 생각하며 과연 경제 발전을 이룩해야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가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노동자의 죽음은 이름이 없다. 그러나 전태일의 경우는 달랐다. 그는 초등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였고 평생을 주린 창자가 차도록 밥 한 끼 포식해 본 일이 드물었으며 죽을 때까지도 무허가 판자촌에서 살았지만, 비록 그를 아무도 알아 주지 아니하고 누구에게도 존경을 받아 보지 못하고 이름 없이 살아온 핫빠지 인생이었지만,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고 외치며 죽어간 그의 죽음만은 세상에 알려졌고, 세상에 충격을 주었고, 마침내 얼음처럼 시리고 차디찬 현실을 뚫는 불꽃이 되어 하나의 사건으로,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독되게 되었다. 그의 죽음이 세상에 던진 충격, 그의 죽음이 우리 민중의 역사에 끼친 영향은 오늘 이 시점까지도 충분히 측량할 수가 없다." (본문 145,146p)



<<왜 전태일은 바보회를 만들었을까?>>를 통해 60,70년대 경제 발전 속 사회적, 정치적 상황과 노동 운동에 대해 알아볼 수 있었으며, 아울러 원고 자본가와 피고 전태일의 법정 공방을 통해 역사를 다각도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넓힐 수 있었다.
또한 [열려라, 자식 창고][휴정 인터뷰][역사 유물 돋보기][떠나자, 체험 탐방] 등을 통해 흥미롭고 폭넓은 지식을 습득할 수 있으며, [한 걸음 더! 역사 논술]은 논술 대비에 도움을 주는 구성이다. 흥미진진한 법정 공방을 통해 역사를 알아가는 <역사공화국 한국사 법정> 이야기, 역사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주는데 탁월한 구성을 가진 작품이었다.

(사진출처: '왜 전태일은 바보회를 만들었을까?'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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