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해도 괜찮아 - 꿈을 찾는 진로의 심리학 사계절 지식소설 8
이남석 지음 / 사계절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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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뜻대로 진로를 택한 나, 성적에 따라 진로를 선택한 남편, 그래서 우리 부부는 중학생 딸아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를 바란다. 물론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성적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뼈아픈 충고도 잊지는 않지만 말이다. 하지만 올해 중학교 3학년이 되는 딸아이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이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직 알지 못한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의 미래가 걱정이 되어 조바심이 나지만, 사실 어떻게 이끌어주어야 할지 모르는 것도 우리부부의 현실이다. 그저 찾아봐라, 찾아봐라 잔소리처럼 들려주는 이야기가 전부일 뿐. 어쩌면 중학생에게는 앞으로의 직업, 꿈이 현실로 다가오기에는 아직 먼 미래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여기서오는 아이와 부모의 괴리감이 오히려 딸에게는 더욱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해보게 되었다.

 

사춘기 딸을 둔 부모가 되면서부터 성장 소설에 많은 관심을 두게 되었고, <<뭘 해도 괜찮아>>도 그 일환으로 읽어보게 된 책이었다. 성장 소설에는 그들의 심리가 있고, 어른들의 모순이 담겨져 있어 사춘기 딸아이를 대하는데 도움이 된다. '꿈을 찾는 진로의 심리학'이라는 부제를 보고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희망을 주는 소설이겠거니, 하는 생각으로 읽어보게 된 책이었는데 꿈에 막막하기만 한 자신의 미래, 꿈을 대하는 청소년들의 마음이 철저히 그들의 시선으로 기록된 이 책이 내게는 생각보다 더 의미있게 다가왔다. 특히나 주인공 태섭의 행동이나 생각이 딸아이와 닮은 꼴이 많은 부분이라 더욱 이해가 되었는데, 딸아이 역시 자신과 닮은 주인공을 통해서 공감하고 깨달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고사를 보기 전에 새로운 각오로 공부해 성적을 올리겠다는 꿈을 꾼 태섭의 현실은 달랐다. 시험을 보고 나서 모질게 먹은 마음은 사흘도 못 되어 물러지기 일쑤였는데, 어쩌면 내 딸과 이리도 닮았는지 헛헛한 웃음마저 들었다. 그런 태섭이 다시 한번 "그래. 이렇게 돈 것, 까짓것 정말 멋지게 해 보는 거야." (본문 12p) 굳게 다짐하고 작심삼일이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뺑소니 사고로 다리를 다치게 되면서 다짐은 물거품이 된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고통스러운 일을 겪고 나면 오히려 더 좋아지는 게 인생이야." (본문 23p)

 

아빠의 이야기에는 반감이 치밀는 태섭이었지만 사고 때 도와 준 규리라는 여학생을 운명이라 생각하며 한 달 동안 공부와 운동을 착실히 했다. 허나 공부는 운동으로 근육이 붙는 데 견주어 눈에 띄는 변화가 없어 조바심이 났다.

 

'공부는 내 길이 아닌가? 그럼 난 뭘 해서 먹고살아야 하지?' (본문 29p)

 

태섭의 고민에 대한 친구들의 답변은 장난기가 가득하다. 수학을 못하는 태섭이 학교 적성 결과에 이과라고 나오는 것도 영 미덥지 못하다. 모든 직업을 포함하지 않는 적성 검사를 가지고 진로를 선택해야하는 것도 불만이었다. 그때 태섭은 사서 선생님인 김영아 선생님이 권해 준 링컨의 책을 읽게 되고 링컨과 달리 악마의 이야기에 귀를 더 많이 기울였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으며, 193센티미터의 장신이었다는 링컨이 거대한 산처럼 위에서 누르는 것 같은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링컨은 다른 사람들이 믿지 않지 않는 좌절의 순간에도 자기 자신을 믿었어. 남들이 인정하는 능력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신뢰와 자존감으로 결국 성공과 행복을 얻은 거란다." (본문 81p)

 

다리가 완전히 낫지 않는 태섭은 농구 시험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자신에게 담임인 체육선생님으로부터 네 가지 유형을 가진 사람들의 행동을 듣게 되고 결과가 아닌 과정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 중요함을 듣게 된다.

 

"현재의 성공과 실패에 너무 연연하지 마. 그러면 너의 미래가 다쳐....결과가 아닌 과정에 집중해라. 그게 진정한 최선이야. 멋진 결과에 시선을 두면서 손만 분주히 움직이는 것은 진정한 최선이 아니라. 부디 묵묵히 너의 길을 가서 나만의 명작을 만들어 봐라." (본문 115p)

 

기말 고사를 끝내고 태섭은 방학 동안 진로 특강을 듣게 되고 그동안 진로에 대해 자신이 가졌던 의문을 해결하게 된다. 이야기 속에 녹아낸 진로 특강은 부모가 들어봐도 좋을 법한 내용이 상당히 많았는데, 특히 타인의 설계에 따라 수동적으로 사는 사람이 많은 대한민국의 현실을 담은 말은 '성공은 실패의 어머니'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타인이 짜 놓은 인생 설계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겪으면서 가더라도 능동적인 삶의 자세를 배우는 것이 진짜 지로를 개척하는 공부(본문 146p)라는 말과 함께 자녀를 생각하는 부모의 모순을 짚어주었는데, 간혹 우리 부부가 딸아이에게 말하곤 하는 실패할 가능성을 크게 부풀려 겁을 준다는 모순 속에서  많이 따끔거렸다.

 

"여러분 중에는 그런 잘못된 생각에 스스로 노예가 된 사람이 더 많아요. 여러 가능성을 무시하고 특정 경로만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믿지요. 살아온 날이 많은 어른들은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 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돼요. 그래서 인생이 한 줄로 그어진 도로인 것처럼 착각하게 되죠. 그리고 자기 아이들도 '이 지점에 오면 이걸 느낄 텐데.'하는 식으로 봐요. 그래서 각 지점마다 자기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라고 자꾸 설계해 줍니다. 정작 당사자가 그런 것을 느끼는지 아닌지는 보지도 못하고요." (본문 150p)

 

"당신이 좋아하는 것부터 관심을 기울여라. 그러지 않으면 당신이 좋아하지 않는 것을 좋아하도록 강요받을 것이다." (본문 166p) 나는 개인적으로 특히 이 구절이 마음에 많이 와 닿았다. 딸아이 스스로 좋아하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우리 부부는 딸아이의 미래를 강요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말로는 좋아하는 것을 찾으라고 하지만, 한 편으로는 좋아하는 것을 찾지 못한 너는 부모가 하라는 대로 해야한다라는 속내를 많이 담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탓에 이 책을 읽으면서 자책, 반성을 많이 하게 되었다.

 

태섭은 진로 특강을 끝내고 운명이라 생각했던 규리를 통해서 조금씩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을 열어가게 된다. '그린까 안 돼.'가 아니라 '그래도 할 수 있어'라는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게 된 태섭의 달라진 모습은 자신이 꿈꾸는 진정한 성공과 행복을 향한 기분 좋은 출발이 되어주었다.

 

<<뭘 해도 괜찮아>>는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태섭의 심리가 너무도 잘 그려진 작품이다. 성공한 사람들의 이해하지 못할 행동, 생각 그리고 어른들의 이해 못할 이야기들에 의문을 갖고 풀어가는 과정을 통해서 자신이 가진 가능성을 열어가게 되는 이야기가 부모에게도, 딸아이에게도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다. 태섭의 이런 과정을 쫓아가는 이야기 단락마다 소개하는 [생각의 징검다리]는 진로 설계를 위해 필요한 다양한 내용을 수록하고 있는데, 적성 검사 제대로 활용하기, 성공을 얻는 결정적 시기?, 위인전 올바르게 읽기, 직업 전환과 진로 설계, 진로 설계의 필살기 등을 통해서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누구나 가져볼 만한 생각, 의문을 풀어내주고 있다.

진정한 성공과 행복이 무엇이며, 어떤 생각을 가져야 하는지를 통해 청소년들의 진로 고민에 근본적인 도움을 주는 이 책은 청소년들이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이에 덧붙히지면, 작품은 진로를 찾기 위한 청소년들만을 위한 작품이 아니었다. 앞서 말했듯이 자녀들이 능동적인 삶을 설계할 때, 걸림돌이 되는 가장 큰 장애는 부모이기에 어른들이 범하는 오류를 짚어냄으로써 부모가 설계해주는 삶이 아닌, 스스로가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 우리 부모가 해야할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주기 때문이다. 저자는 말한다. 능동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부모와의 충돌은 필요하다고 말이다. 엄친아라는 말이 있다. 부모의 말을 잘 듣고 공부도 잘하는 이를 두고 하는 말인데, 어쩌면 그 단어는 바로 수동적인 삶을 살아가는 인물일지도 모른다. 지금 부모로서 내 아이를 어떤 아이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때인 듯 하다.

 

이 책이 내 딸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듯 싶다. 아직은 진로에 대한 고민이 방황하지 못하는 딸이 이 책을 통해서 자신의 가능성을 열고, 자신 안에서 자라날 꿈을 찾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 방황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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