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편지 주니어김영사 청소년문학 3
우봉규 지음 / 주니어김영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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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다큐 3일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대학생들의 모습을 담아낸 적이 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한 여학생의 인터뷰였다. 꿈이 없다, 왜 해야하는지 모르면서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다, 라는 말이었는데, 중학교 2학년 아직 꿈을 찾지 못한 딸이 떠올라 그 학생의 말이 오랫동안 귓전에 맴돌았다.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어둠의 세계 속에서 어른들이 매어놓은 끈에 매인 채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꿈'이란 무엇일까? 얼마 전에 읽은 청소년 소설에서는 셀리그먼 실험에 대한 구절이 있었다. 어릴 적에 묶여 있던 가느다란 끈을 덩치 큰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끊어내지 못하고 묶여 있는 코끼리는 전류로 인한 고통 때문에 겪은 좌절 습관에 절어서 더 이상 전류가 흐르지 않는데도 울타리를 빠져나오지 못 한다고 한다. 다리 한 번 세게 휘두르면 툭, 끊어질 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자발적으로 갇혀서 말이다. 현 우리 청소년들은 어른들에 의해 실험용 코끼리처럼 살아가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 소설을 읽으면서 내 딸의 꿈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덕수궁 편지>>를 통해서 부모로서 마땅히 해야할 책임이 무엇인가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었다.

 

남해 바닷가 작은 마을 샛말리에 사는 6학년의 현우네 가족은 쌀 약간과 그나마 면사무소에서 받아 온 밀가루 포대에 위안을 받으며 바다에 의존한 채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얼굴이 너무 하얘서 발명이 '양코배기'였던 삼촌이 탄광에서 보내 준 편지는 현우에게 항상 용기가 되었다. 그런 삼촌이 탄광에서 한쪽 팔을 잃은 채 다시 샛말리로 돌아왔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현우의 두 손을 꼭 쥐며 전하는 삼촌의 말에는 힘이 있었고, 현우에게 꿈을 심어주었다.

 

"하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밤낮으로 꿈을 꾸어라." (본문 17p)

 

"빛도 물처럼 한 번도 같은 적이 없다. 오늘이 다르고, 내일이 다르지. 아침과 저녁이 다르고, 여기 바닷가에서와 저 산에서 보는 것이 다르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꿈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어디에서 무슨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내일이 달라지지.....꿈은 저렇게 아름다워야 한다. 저렇게 온 하늘을 태우고도 남을 정도로 크고 높아야 한다....저 갈매기의 눈을 보아라. 저 눈은 한 번도 쉰 적이 없다. 항상 어딘가를 보고 있지." (본문 23p)

 

그러던 어느 날, 샛말산 중턱 외딴 탱자나무 점집에 현우와 동갑내기인 은희가 엄마 아버지를 잃고 고모 집에 살러 오게 된다. 마을의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얼씬 거리지 않는 점집에 온 은희를 두고 엄마는 놀지 말라고 당부하곤 했지만, 삼촌을 따라 현우와 은희는 바다와 산을 다니며 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곤 했다.

 

"캄캄한 밤길에도 단 하나의 별을 보고 걸으면 절대로 길을 잃지 않지. 은희는 분명희 아랫마을의 불빛을 모두 보게 될 거다. 그 따스한 불빛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반짝이는지를 알게 될 거야. 틀림없다." (본문 60p)

 

그러나 한달 여 시간에 걸쳐 준비한 도내 미술대회의 응모작을 던져버린 아버지, 그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삼촌으로 인해 현우는 꿈을 잃었고, 은희는 그렇게 떠났다. 오랜 방황 끝에 절대 그림을 그리지 말라는 부모님의 다짐을 받으며 서울에 올라 온 현우는 절대 가난하게는 살지 않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으로 꿈을 잊은 채 살아갔고 우연히 만나게 된 은희는 삼촌이 알려 준 대로 별을 보며 걸으며 절대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꿈 없이 살아가는 현우를 타박하며 은희는 떠나게 되고 그들은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어느 곳도 환영하는 곳 없는 직장을 찾아 다니던 그는 꿈을 이룬 은희가 연단에 선 모습을 보게 된다.

 

부모에 의해 철저하게 자신의 꿈을 박탈당한 채 살아간 현우, 불우한 환경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은 채 살아간 은희, 그렇게 꿈을 쫓는 자와 꿈을 포기한 자의 모습은 너무도 달랐다. 훗날 은희를 보며 다시 꿈을 되찾은 현우의 삶은 달라졌다. 현우는 현재 우리 청소년들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 부모에 의해 자신의 꿈을 찾아보지도 못한 채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향해 달려가는 아이들, 그들의 삶은 과연 행복할까? 별을 보고 사는 사람들, 환쟁이가 되는 사람들은 가난할 수 밖에 없다며 현우의 꿈을 무시했던 부모의 모습 속에서 책을 읽는 부모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꿈을 잃은 아이들은 무엇을 위해 자신이 달리고 있는지, 왜 살고 있는지, 삶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 하리라.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공부하는 시간의 누적이 아니라, '꿈'이라는 것을 서로 극명한 삶을 보여주었던 현우와 은희를 통해서 기억해주길 바란다.

 

"꿈을 갖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아." (본문 2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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