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비밀의 방 - 제10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푸른도서관 55
조규미 외 지음 / 푸른책들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열다섯, 지금 딸아이의 나이다. 안하무인인 중2 때문에 북한이 우리나라에 쳐들어올 수 없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듯이, 우리 청소년들은 마치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듯하다. 이것이 현 열다섯 청소년들의 모습이다. 공부보다는 연예인을 좋아하고, 엄마 말보다는 친구의 말을 더 신뢰하는 큰 아이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크게 힘들게 하지 않고 사춘기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미래에 대한 고민, 자아에 대한 정체성을 찾아가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런 탓에 꿈을 꾸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얻을 수 있으며 자아를 찾아갈 수 있는 내용의 성장소설에 유독 관심을 갖고, 권유하게 된다. <<열다섯, 비밀의 방>>은 열다섯 딸과 같은 나이의 이야기를 담은 책 제목이 마음에 들어 선택한 작품이다. 딸에게는 공감과 위로를 선물할 것이고, 나에게는 딸과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시간이 될 듯 싶었다.

제10회 푸른문학상 수상작인 <<열다섯, 비밀의 방>>은 총 4편의 단편을 엮은 작품이다. 각각의 작품들은 현 청소년들의 내면과 정서를 담은 작품으로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음성 메시지가 있습니다]는 현 청소년들의 왕따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집단 괴롭힘을 당하던 학생이 놓고 간 휴대폰을 줍게 된 진수는 우연히 그 휴대폰에 담긴 음성 메시지를 듣게 되는데 이는 얼마 전 학교폭력에 가담되어 어릴 적부터 알던 친구 윤재를 괴롭히던 일과 오버랩된다.

 

그냥 재미로 한 것입니다. 괴롭히려는 의도는 없었습니다. (본문 13p)

 

휴대폰을 원래 있던 자리에 돌려놓으려던 윤재는 집단 괴롭힘을 당하던 휴대폰 주인인 민기가 남긴 음성메시지를 듣게 되고, 예전에 윤재를 돕지 못했던 후회와 자책감으로 민기를 돕기 위해 달려간다. 이 작품은 청소년의 집단 괴롭힘과 왕따 문제를 가해자인 진수를 통해 풀어내고 있다.

표제작인 [열다섯, 비밀의 방]은 혼자만의 세상에 빠져있는 정화진의 내면을 묘사한 작품이다.

 

똑같은 얼굴. 내 얼굴과 똑같은 얼굴을 보는 것. 그 얼굴 뒤에 내 영혼의 판박이 같은 영혼이 스며 있는 것을 보는 것. 간단히 설명하기 어려운, 참 이상한. (본문 38p)

 

구립 도서관 책 읽기 모임에서 만나게 된 연아를 본 화진은 자신과 너무도 닮아있는 연아와 급속도로 친해지게 된다. 혼자만의 세상에 빠져있는 영혼이 닮은 두 사람, 그리고 전혀 예기치 못했던 반전이 고립된 화진의 내면을 너무도 잘 표현하고 있다. 엄마마저 혼자만의 세상에 빠져 너무도 외로운 화진, 그런 자신을 이해해 줄 수 있는 누군가가 너무도 절실했던 화진의 마음이 너무도 안쓰럽게 다가온다. 다소 충격적인 결말이 그 안타까움이 더욱 강하게 보여준 작품이다.

 

[안녕하세요, 그에게 인사했다]는 승찬이 자신의 성정체성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담아냈다. 학교에서 윤서하를 찬다는 것은 미친 짓이거나 남자가 아닌 것 둘 중의 하나일 뿐이다. 승찬은 서하가 손을 잡았을 때 온몸이 뻣뻣해지는 것을 느끼며 알 수 없는 기분에 사로잡히게 되고, 결국 서하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승찬은 이런 기분들이 알 수 없는 덩어리와 가슴과 머리를 틀어막자 눈 덮인 산을 달리게 되고 눈 속에 파묻힌 '알 수 없는 나에게'라고 적힌 오래된 수첩을 발견하게 된다. 그 수첩에는 여자 친구의 오빠를 사랑하게 된 남자의 이야기가 일기처럼 기록되어 있었고, 승찬은 이 수첩을 통해서 자신의 성정체성을 깨닫게 되는데, 이 작품은 이렇게 승찬을 통해서 동성애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었다.

[마마보이와 바리스타]는 마마보이인 진우와 바리스타를 꿈꾸는 지평이의 우정을 다룬 작품이다. 가난하지만 꿈을 꾸는 소년 지평이, 엄마가 관리해주는 우등생 진우의 우정이 진우에게 찾아온 사랑 혜지를 통해서 돈독해지는 과정이 재미있게 기록되었다.

 

4편의 이야기는 현 청소년들의 문제, 정서, 성, 사랑과 우정 등 그들만의 생각을 잘 표현하고 있다. 동성애나 학교 폭력 등 조금은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를 암울하지 않게 그려냈을 뿐만 아니라 희망을 활짝 열어놓았다는 점이 좋았다. 이 이야기들은 청소년들에게 내면의 울림에 귀 기울일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열다섯, 비밀의 방>>은 딸에게도 그리고 나에게도 좋은 선물이 되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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