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아 보고서 미래의 고전 30
박완이 지음 / 푸른책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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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한 친구는 소중한 재산이라는 말이 있지만, 요즘 우리 아이들은 마음을 터놓는 친구보다는 경쟁상대로서의 친구로 만나는 듯 하여 기분이 씁쓸하다. 모 CF 카피에 '힘을 겨루는 라이벌에서 팀을 이루는 환상 호흡, 성적을 다투는 라이벌에서 고민을 나누는 친한 친구, 친친으로 돌아가자'라는 구절이 있다. 왕따, 학교폭력 등 누군가를 이기기 위한 경쟁 구조 속에서 이 광고 카피는 친구의 존재에 대해서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주어 눈길을 끌었다. 그렇다면 친친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문제아 보고서>>에서는 그 방법을 알려준다. '고민을 나누는 친한 친구'라고 광고 카피에서도 말했듯이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야말로 너무도 간단한 듯 하지만 가장 좋은 방법이 된다. 서로 너무도 다른 기민이와 현섭이의 이야기는 바로 친친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재미있게 다룬 작품이다.

 

"기생충이야. 기생해 살면서 피나 빨아먹는 것들이라고. 남한테 피해나 주면서 사는 쓸모없는 존재들."

"부모 잘 만나서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뻐기기는. 지들이 번 돈도 아니면서 잘난 체나 하는 재수 뽕들." (본문 11p)

기민이는 현섭이를 기생충이라 하고, 현섭이는 기민이를 재수 뽕이라 하며 서로를 너무도 싫어했다. 워낙 서로에 대한 감정이 안 좋아서 몇 번 주먹다짐을 하고 선생님에게 걸려서 경고를 받은 상태였는데, 선생님이 자리를 비운 자습 시간에 또 한 번의 주먹다짐이 일어난다. 결국 선생님은 여러 번의 경고에도 싸운 두 사람에게 마지막 기회로 '친구 보고서'를 쓰도록 지시했다. 이 보고서는 애들 사이에서 '문제아 보고서'라 불렸는데, 학교에서 특정한 아이를 괴롭히는 애를 교화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으로 괴롭히던 애와 괴롭힘을 받던 애를 단짝처럼 붙어 다니게 만들어 서로를 이해하게 될 수 있도록 서로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주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너희들이 꼭 해야 할 것들은 학교 점심시간에 항상 둘이 밥을 먹는 것과 일주일에 각각 한 번씩 합이 두 번 서로의 집을 방문하는 거야. 두 시간씩 있어야 하고 처음과 끝에는 사진을 찍어야 해. 카메라에 시간과 날짜도 나오니까 한 번에 다 찍는다는 둥 잔머리 굴릴 생각은 절대 하지 말고. 그리고 친구 보고서를 쓰는 동안 너희들이 규칙을 어기면 경고를 하나씩 받게 될 거야. 경고가 다섯 개가 채워지면 그땐 친구 보고서도 끝나고 너희들도 학교의 방침대로 처벌할 거야." (본문 19p)

 

학교의 방침대로 벌점을 받게 되면 기민이는 수학 경시대회 추천을 못 받게 되고, 현섭이는 그동안 세 개의 벌점이 있었던 터라 벌점이 네 개가 되면 문제아로 찍히는 것 뿐만 아니라 이 기록은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올라가는 것은 물론이요 부모님 상담까지 있게 되므로, 두 사람은 무조건 친구 보고서를 성공적으로 끝내야했다. 하지만 다툼으로 인해 점심시간에 함께 밥을 먹지 못하게 되고 선생님까지 알게 되어 곤경에 처한 이들은 '내'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보고서를 끝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들은 서로의 집을 오가며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게 되고, 기민이는 현섭이에게 새엄마에 대해 털어놓게 된다. 현섭이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비밀을 털어놓으며 둘이 가까워지고 있었으며, 처음에 잘 몰랐을 때는 좋은 걸 다 가지고 있으면서도 항상 불편하는 기민이를 이해할 수 없었었던 현섭이는 기민이를 알아갈수록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알고보니 그날은 기민이 엄마의 기일이었다. 나는 내 비밀이 무척 창피했지만 한편으로는 말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 비밀을 말했기 때문에 기민이가 잠시라도 웃으면서 그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문 119p)

 

우여곡절 끝에 마지막 보고서를 끝내고 방학을 맞이하게 되었고, 현섭은 기민이의 보고서와 함께 찍었던 사진들을 받게 된다.

 

토끼굴에서는 남들에게 얘기하지 못하는 비밀도 털어놓았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북두칠성도 보았습니다. 현섭이는 아니겠지만, 보고서를 쓰는 동안 제겐 조현섭이라는 친구가 생겼던 것 같습니다. 이 보고서를 쓴 건 참 좋은 일이었습니다. (본문 151p)
그날 오후 경시대회에 떨어졌다는 기민이의 전화를 받으며 현섭이는 자신에게도 친구가 생겼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서로를 너무도 싫어했던 기민이와 현섭이가 서로를 '친구'로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이 '문제아 보고서'를 통한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통해서 재미있게 잘 그려졌다. 사소한 오해로 빚어진 갈등은 두 사람을 더욱 힘들게 했지만, 함께하는 시간동안 서로 같은 추억을 쌓아가면서 '친구'가 되어갔다. 서로의 입장을 알아가게 되고 이해하게 됨으로써 친구가 되어가는 두 사람을 보면서 친구란,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이야기를 나눌 때 비로소 관계를 맺을 수 있음을 알게 된다. '문제아 보고서'는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좋은 프로젝트가 되어준 것이다.

 

왕따, 학교폭력 등으로 우리 사회는 몸살을 앓고 있다. 간혹 학교는 이 문제에 대해서 발뺌하거나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무책임한 행동을 보이고 하는데, 이렇게 서로를 이해하고 친구가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경쟁구조와 부모들의 과잉보호로 점점 이기적이 되어가는 우리 아이들은 배려하고, 이해하고, 인정하는 법을 아직 배우지 못했다.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우리 어른들은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이 무엇인지를 잠시 잊고 있었던 듯 하다.

<<문제아 보고서>>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읽어봄으로써 '내'가 아닌 '우리'가 되는 방법을 함께 배워가면 좋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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