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치콕과 사이코
스티븐 레벨로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서스펜스와 스릴러 영화의 대가 알프레드 히치콕, 가장 시각적이고 영화적인 영화라 평가받으며 영화사에 획을 그은 스릴러 <사이코>. 비록 영화 <사이코>를 제대로 본 적은 없지만, 알프레드 히치콕과 <사이코>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영화관련 프로그램을 보다보면 간혹 <사이코>를 언급하면서 영화 속의 명장면이라 할 수 있는 샤워하던 여자가 욕실에서 참변을 당하는 장면을 보여주곤 한다. 흑백필름으로 보여주었던 그 장면은 그 참담함을 더욱 잘 표현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나에게는 눈을 질끈 감아야할 정도로 무서운 장면이다. 비용탓으로 흑백영화를 만들 수 밖에 없었던 40여 초에 불과한 그 장면은 뇌리에 깊숙이 남아 오랜시간 동안 두려움을 갖게 했다.

 

 

영화 <사이코>는 가장 영향력 있는 공포영화로 히치콕을 5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서스펜스의 거장이라는 불멸의 위치를 확보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히치콕은 어떻게 영화사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영화 중의 하나인 사이코를 탄생시킬 수 있었을까? 하지만 영화 <사이코>가 영화사 100년간의 최고의 스릴러로 칭송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걸작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은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고 한다. 이 영화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관객들에게는 더없이 궁금한 내용이 아닐 수 없는데, 이에 저자 스티븐 레벨로는 수 년동안 배우진과 제작진 등 영화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료를 수집하였고, 22년 전<히치콕과 사이코, 완벽한 서스펜스의 탄생>이 어렵사리 출판되었다. 그리고 첫 출간 후 22년이 지난 지금 사이코의 개봉 30주년을 맞아 재조명받게 되었고, 재발행되는 기염을 토하게 된다. <<히치콕과 사이코>>를 통해서 독자는 영화<사이코>에 대해 그저 상상만으로 알고 있던 부분들을 소설처럼 생생한 현장감과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작품은,

1. 끔찍한 진실 / 2. 소설 / 3. 감독 / 4. 계약 / 5. 시나리오 / 6. 제작 준비 / 7. 촬영 / 8. 후반 작업 / 9. 홍보 / 10. 개봉 / 11. 영광의 여운과 <사이코>의 여파를 나누어 영화가 탄생되는 과정부터 영화가 끝난 이후까지의 과정을 현장감있게 전달한다.

영화 <사이코>는 1957년 11월, 플레인필드 경찰이 쉰한 살의 약간 모자란 듯한 잡역부 에드 긴이 미국 역사상 가장 소름 끼치는 연쇄 살인마임을 폭로하면서 시작되었다. 위스콘신 주의 여느 궁핍하고 척박한 농촌과 다를 바 없었던 플레인필드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은 에드 긴에게 '미치광이 도살자'라는 별명을 붙혔다. 플레인필드에서 6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위스콘신 주의 위요위가에 사는 겸손하고 박식한 마흔 살의 작가 로버트 블록은 에드 긴의 범행이 발각된 지 2년째 되는 날을 몇 달 앞둔 1959년 여름에 <사이코>를 출간하였고 '저자 블록은 그 어떤 작가도 따라오기 어려운, 오싹하리만치 위력적인 솜씨를 발휘한다'라는 평가 등을 받으며 인기를 얻게 되었으며 이를 영화사에 판매를 하게 된다. 그 <사이코>를 산 사람이 바로 앨프레드 히치콕이었다.

1959년 봄, 앨프레드 히치콕은 영화계를 손안에 거머쥐고 마음대로 주무르고 있었으나, 영화사 측에서는 '그런 영화를 찍겠다면 지금까지와 같은 제작비를 줄 수 없다.'는 답을 얻었을 뿐이었다. 히치콕은 처음부터 그의 프로젝트들에 대한 무관심과 노골적인 의혹과 맞서 싸우며 히치콕만의 방법으로 영화 <사이코>가 만들어가게 된다.

캐버너의 시나리오에 실망하고 결국 케이 브라인이 고용되거나, 여배우가 되고 싶어하는 딸 퍼트리샤를 일당 500달러를 주고 일을 주기도 하고, 여배우 재닛 리에 대한 편애(?) 등 영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의 이야기가 에피소드와 함께 수록된다. 배우진, 제작진과의 인터뷰 내용이 수록되어 과정과정 마다의 분위기, 히치콕에 대한 평가 등을 엿볼 수 있다.

 

"히치콕은 자기를 잘 아는 사람들과 일했기 때문에 작업을 지연시키거나 허세를 부리지 않았어요. 이젠 다른 사람에게 뭔가를 증명해 보일 필요도 전혀 없었으니까요." (본문 179p)

 

히치콕은 영화 <사이코>에서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관객들이 마치 자기 눈으로 직접 그 장면을 보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카메라를 잘 활용하는 등의 다양기법을 사용했다. 또한 영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일정과 비용 문제 때문에 벌어지는 돌방상황 속에 펼쳐지는 히치콕의 슬기와 재치, 배우와 제작진과의 관계 등 감독으로서의 히치콕을 볼 수 있었다.

 

"나는 다른 사람과의 갈등을 싫어합니다.....하지만 내 소신을 굽히고 싶지는 않아요. 나는 일을 할 때 선을 정확히 긋습니다. 전력을 기울이지 않는 사람들은 질생이에요. 그건 사기 행위니까요....난 그런 사람들은 잘라내 버립니다." (본문 169p)

 

"히치콕 감독은 마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무심하게 연출하는 자기만의 방식이 있었습니다. 의자에 구부정하게 앉아 있어도, 그의 두 눈은 티끌 하나라도 놓치는 법이 없었어요. 그는 이런저런 지시를 많이 내리는 감독이 아니었습니다. 난 배우가 아니라서 그가 배우들에게 얼마나 많은 얘기를 해 줬는지는 모르겠지만, 촬영을 하고 그가 '좋아.'라고 말하면, 그걸로 끝이었어요." (본문 210p)

 

히치콕은 자신이 제대로 된 평가를 한 번도 못 받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한 번도 오스카상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한 의아함을 영화계가 자신을 깔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사이코>는 여러 나라에서 대성공을 거두었을 뿐 아니라, 미국영화학회에서 '역대 최고 영화들'에 선정되기도 했으며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작품 <사이코>를 이렇게 평가했다.

 

"아주 좋은 영화죠. 하지만 더 중요한 점은 내가 만든 최초의 쇼커 영화라는 겁니다. 내가 이전에 만들었던 영화들은 스릴러였지요. 이번 작품은 말그대로 여러분에게 충격을 줄 겁니다." (본문 343p)

 

 

모두의 반대를 무릅쓰고 단막극 스텝과 함께 저예산 촬영을 시작한 45일 뒤, 영화 <사이코>는 영화사에 획을 그은 스릴러가 되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히치콕과 사이코>>에서 다시 재탄생되었다. 이 또한 걸작 영화 <사이코>에 못지 않은 굉장한 작품이다. 수 년에 걸친 걸작의 탄생기가 저자 스티븐 레벨로를 통해서 흥미롭고 생생하게 전달되어졌는데, 영화 <사이코>의 탄생 과정 속에서 빛을 발했던 히치콕의 열정과 천재성이 저자에 의해 재발견되는 느낌이었다.

본문에 앞서 서문에서 저자가 말한 바 있지만, 이 책을 바탕으로 히치콕에 관한 최초의 영화가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영화 <히치콕 Hitchcook>에서 보여 줄 그들의 열정과 사랑이 또 하나의 <사이코>와 같은 걸작 영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사진출처: '완벽한 서스펜스의 탄생 히치콕과 사이코'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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