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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여형사 봉생
이수광 지음 / 네오픽션 / 2012년 6월
평점 :
MBC 드라마 <다모>가 인기를 끌면서 이른바 여자 형사로 일컫는 조선시대의 '다모'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적이 있다. 다모는 여성에게 ‘수사권’이라는 직업적인 책임과 규방 사건의 수사, 염탐과 탐문을 통한 정보 수집, 여성 피의자 수색 등 잡다한 수사 권한부여 되었으나, 천민이며 노비와 다름없는 신분적인 한계를 가진 사람이었다. 드라마 <다모>에서는 주인공 하지원을 통해서 다모의 삶을 그려냈었다. 그리고 이제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봉생을 통해서 다모이자, 한 사람의 아내이며 연인이었던 또 다른 다모의 삶을 <<조선 여형사 봉생>>을 통해서 들여다보게 된다.
중화 교생 김애격의 아내 봉생에게 정문을 내리도록 명하다 -헌종 10년 7월 27일
십사 년 동안 범인을 추적한 순애보로 사관들까지 감동시켜 [조선왕조실록]에 두 차례나 기록된 바 있는 다모 봉생의 이야기가 펙션형 역사서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저자 이수광에 의해서 <<조선 여형사 봉생>>으로 탄생되었다. 효종 시대부터 현종 시대에 발생한 한 사건에 저자의 상상력이 더해져 다모 봉생의 삶이 그려졌다.
수운사 골짜기로 천렵을 나왔다가 살인 사건을 목격하게 된 봉생은 검험을 하게 되고, 검험을 통해 시체는 임신 중이었으며 고문을 당하다 살해를 당했음을 알게 된다. 시체는 김조일의 며느리고 열아홉의 과부였으나 누군가와 정을 통하여 아이를 잉태한 것이라 하여 사건을 종결시키려 하지만, 시체의 옷을 살피던 봉생은 소매 끝에서 '기축년 5월 삼가 이호가 쓰노라.' 쓰여진 종이를 발견한다. 봉생의 남편이자 서자로 태어나 조선의 천재라는 칭송을 들으며 승승장구했으나 사대부들의 옹졸함에 수군에 충당되었다 포도청 포졸로 일하고 있는 애격은 좌포도청 다모를 천직으로 알고 있는 봉생과 달리 깊은 산속에 들어가 책이나 읽으며 살고 싶어하는데 생애의 절반을 봉생을 위해 살겠다고 생각할 만큼 봉생을 사랑한다. 애격과 봉생은 서로를 너무 사랑하였으며 그들의 행복하고 달달한 사랑은 저자의 상상력을 통해서 예쁘게 묘사되고 있다. 반면 봉생은 대궐에서 도망친 궁녀 귀덕을 찾기 위해 헤매다가 한 소년을 만나게 되고, 후에 봉생은 이 소년이 세자 이연임을 알게 된다. 이 만남으로 이연에게 봉생을 마음에 두게 된다. 봉생은 이연으로부터 애격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옥갑'을 찾으라는 밀명을 받게 된다. 봉생이 액정별감 이철기가 옥갑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았다는 말에 그를 추적하기 위해 집을 비운 사이, 애격은 봉생의 배다른 동생 선합과 선합의 남편인 포교 이지휼에 의해 억울한 죽음을 당하게 된다. 애격의 죽음 뒤에는 거대한 권력이 있었으나 봉생은 십수 년을 애격의 죽음에 대한 복수에 매달린다.
한편 현종이 되는 당시 소년이었던 세자 이연은 봉생에 대한 연민으로 그녀를 양제로 삼고자 했으나 애격에 대한 봉생의 사랑으로 어찌할 수 없었다.
<<조선 여형사 봉생>>은 사랑하는 남편 애격을 복수하기 위해 십사 년을 추격하는 봉생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역사적인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나 흥미로운 사건으로 시작되는 전반부와 달리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봉생이 범인을 추적하는 부분부터는 다소 흥미가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신분의 한계를 넘지 못했던 비운의 천재 애격, 불우했던 가정환경 속에서 만난 애격과의 숙명적인 사랑, 그 두 사람을 바라볼 수 밖에 없으나 봉생을 마음에 두었던 세자. 차라리 세 사람의 애틋한 사랑에 중심을 둔 역사 로맨스물이거나 혹은 다모로서의 봉생의 활약에 중심을 더 두어 다모의 삶에 더 충실했더라면 이야기는 달달하게 혹은 더 흥미롭게 진행되었을지도 모른다. 긴장감이 떨어지는 범인의 추격, 그 속에 애써 끼워맞추려고 했던 로맨스가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다. 만약 범인을 추격하는 장면 속에 다모로서의 봉생의 활약을 담아냈다면 지지부진했던 부분을 만회할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짧은 소견을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