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일기장 창비아동문고 263
전성현 지음, 조성흠 그림 / 창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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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딸아이는 자신이 써놓은 작은 메모 하나도 비밀스럽게 보관한다. 그런 비밀스러움을 간직하던 딸아이가 친구들과 교환일기를 작성하면서 서로의 마음을 터놓기도 하고, 비밀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서로의 눈높이에서 서로를 위로하고 공감하면서 그들만의 소통방식으로 이야기한다. 그렇게 글을 쓰면서 또 나름대로의 자기 성찰을 이루고, 상처를 치유하는 듯 하여 이런 소통의 장도 썩 괜찮아 보인다. 마치 이 책의 '블루 노트'처럼 말이다.

<<잃어버린 일기장>>은 이렇듯 새로운 소통의 도구가 되었다. 친구들과의 교환일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심장병을 앓고 있는 준호가 일기장을 잃어버린 것에서 시작되었지만, 이 일기장이 상처 입은 아이들이 자신의 고민과 아픔을 고백하고 자기 성찰을 토해놓는다.

 

 

이 책은 준호가 일기장인 블루 노트를 잃어버리게 된 0장을 시작으로 1장부터 5장까지 5명의 아이들이 아픔을 고백하고 기록하는 내용을 담았다. 다섯 명의 아이들이 1인칭 시점으로 만들어가는 각각의 이야기는 마지막에 하나의 이야기로 모아지면서 <<잃어버린 일기장>>을 완성한다.

잃어버린 일기장을 찾다가 지우를 보며 가슴이 두근거린 준호는 힘들 때마다 곁에 있어 준 블루 노트가 사라진 것에 화가 나서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 일기장은 어디로 갔을까?

 

아침부터 새 운동화를 사 달라고 조르는 것보다, 불편해도 귀축을 구겨 신고 가는 것이 마음이 더 편할 것 같았던 지우는 운동화가 작은 탓에 구겨 신고 달리기를 하다가 넘어지고 말았다. 많이 아프지도 않았고, 피가 배어났어도 무섭지 않았음에도 자꾸만 눈물이 나던 지우는 먹고사는 것에만 관심있고, 도통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 엄마에게 화를 내지만,

우연히 발견한 준호의 '블루 노트'에서 쓰여진 '왜 나만 다르게 살아야 할까?'(본문 27p) 라는 준호의 문장에 이끌려 블로그에 댓글을 달듯 글을 남기게 된다.

 

지우의 단짝인 세희는 모델 오디션에서 좀 성숙해보이기 위해 마트 매장에서 브래지어를 훔치게 된다. 세희는 자궁적출 수술을 받고 건강을 찾았지만 우울증을 앓게 되면서 매사에 기운이 없고 무성의해진 엄마가 지겨워진다. 오디션에 떨어진데다, 평소 손버릇은 성태가 마트에서 자신을 본 것을 이야기하며 옭아매기 시작하면서 힘겨웠던 세희는 우연히 지우의 책상에서 블루 노트를 발견하게 되고, 지우처럼 댓글을 달게 된다.

 

팔뚝이 머리통만 하고 식스 팩 복근을 지닌 진짜 남자다워 보이는 모습을 좋아하는 동현이는 엄마가 젊은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표정으로 걸어가는 것을 목격하게 되지만, 그 젊은 남자가 엄마가 아빠랑 결혼하기 전에 낳은 자신의 형이라는 사실을 듣고 화가 난다. 그런 동현이는 자신의 신발 주머니에 '블루 노트'가 들어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 준호의

'눈을 뜨니 엄마가 보였다. 씨발, 살았다.'(본문 100p)라는 글을 보면서 자신만의 생각을 쓰기 시작한다.

 

생리를 시작한 줄 모르고 있다가 친구들 앞에서 망신을 당한 혜진이는 낯선 변화가 두려웠고, 모범생이라며 칭찬을 듣던 자신이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한 것에 대해 화가난다. 결국 성태와 다툼을 하게 되고, 준호가 도와준 탓에 모면하게 되는데 준호의 서랍 속에 들어있던 노트를 발견하고 집어든다. 혜진 역시 준호의 글에 답장을 쓴 친구들의 글을 보고 글을 써내려간다.

 

심장 수술을 받고 한 달 만에 학교에 오게 된 준호는 힘이 되어주었던 블루 노트를 잃어버리지만, 곧 다시 찾게 된다. 마지막 준호의 이야기는 앞서 기록된 친구들의 조각되었던 이야기가 퍼즐처럼 완성되어 진다. 그들이 준호의 일기장에 답글을 달면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고백하고 반성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글도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가난도, 불편함도, 그리고 운명도 꿈을 갖는 걸 막을 수는 없겠지? 어쩌면 작아진 운동화 덕분에 이런저런 꿈을 꿀 기회를 갖게 되는 걸지도 모르겠어. ^^ 너한테도 네가 남들과 다르다는 것 덕분에 꿀 수 있는 너만의 꿈이 있지 않겠어? 그게 무엇일까? (본문 178p)

 

<<잃어버린 일기장>>은 마치 옴니버스 형식으로 담겨져 있어, 앞서 끊어져있던 실타래가 마지막에 하나로 연결되면서 멋진 이야기로 완성된다. 같은 시각, 서로 다른 생각과 생활을 보내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가 힘들었던 준호의 고백에 위로와 함께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 친구들의 이야기가 너무도 예쁘게 기록되었다. 준호에게는 힘겨울 때 힘이 되어주었던 블루 노트 외에도 이제 힘이 되어줄 많은 친구들이 생겼다. 그리고 그들도 힘들었던 자신의 아픔을 반성하고 치유할 수 있도록 도와준 블루 노트를 통해 힘을 갖게 되었으며,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준 블루 노트는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이들이 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 멋진 소통의 장이 되어주었다. 마치 내 딸의 교환일기처럼.

글을 쓰는 동안 우리는 자신의 마음을 되짚어보게 되고, 글을 쓰면서 자신을 위로하고 마음을 치유하게 된다. 이 책을 통해서 아이들이 주인공들처럼 저마다의 자신만의 블루 노트를 가져보기를 권해본다. 분명 내면을 성장하는데 블루 노트는 큰 힘이 되어줄테니 말이다.

 

(사진출처: '잃어버린 일기장'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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