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도둑 (문고판) - 제13회 한국아동문학상 수상작 네버엔딩스토리 47
이상교 지음, 마상용 그림 / 네버엔딩스토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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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한국아동문학상 수상작 <<이상한 도둑>>은 네버엔딩스토리 47번째 작품으로 책 제목에 이끌려 읽어보게 된 작품이다. 오늘 본 뉴스에서 한 중년의 여성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미아방지용 목걸이를 훔쳤다는 보도를 보게 되었다. 그런가하면 가난하여 아이에게 분유를 먹이기 위해 슈퍼에서 물건을 훔치는 사람도 있었고, 유흥비로 충당하기 위해 도둑질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간혹 청소년 소설에서는 애정결핍 등으로 물건을 훔치는 아이들을 담아내기도 한다. 너무도 많은 도둑들이 뉴스에 등장하고 세상이 흉흉해졌다며 너도나도 걱정을 하는 요즘 <<이상한 도둑>>이 눈에 끌린 건 이 사회에 등장하는 도둑과는 전혀 다른, '이상한' 도둑을 통해서 희망을 엿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선한 눈동자와 따뜻한 미소, 전혀 도둑같지 않은 모습을 담은 표지삽화는 그렇게 마음을 끌어당겼다.

 

표제작 [이상한 도둑]의 주인공은 변변한 직업이 없는 홍칠표 아니 '흐르는 물 같은 '수''자가 좋아 이름을 바꾼 홍칠수이다. 머지않아 떳떳한 일자리가 생길 것이고, 예쁜 색시를 얻어 장가를 들게 될 것이라는 어머니의 말씀에 칠수는 떳떳한 일자리를 떠올리다 '떳떳한 도둑'이 되겠다고 생각한다. 칠수는 그럴 듯한 도둑이 되기로 했고, 그럴 듯한 집을 찾아 냈다. 엄마, 아빠 모두 출근을 하고 아이들은 학교에 가 있는 탓에 하루 종일 비어 있는 '솔바람 연립' 이층 이백일 호가 바로 그 곳이다. 집에 들어간 칠수는 발을 디딜 곳이 없을 지경으로 흩어진 책상과 책장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정신이 없는 안방, 아이들 방, 거실, 부엌을 대충 치우는 데만도 두 시간이 걸려 치웠으며, 이튿 날에는 빈 화분에 포실포실한 흙이 담겨진 화분에 분꽃 모종을 심어주었다.

 

"이상한 도둑이 돌아다닌다는 소문이 들리더라."

"도둑이요, 어머니?"

"돈이나 물건은 훔치지 않고, 주인이 모르고 켜 놓고 나간 가스레인지의 불을 끈다든지, 비가 내리는 날 담 위에 널어 놓은 이부자리를 걷어 준다든지, 열어 놓고 간 장독 뚜껑을 닫아 준다는구나. 그러니 이상한 도둑 아니니?" (본문 23p)

 

이 작품에서 칠수가 남의 집에 들어가 정리를 해주는 이상한 도둑질(?)에 대해서 따뜻하게 혹은 아름답게 포장할 생각은 없다. 칠수에 대한 옳고 그름을 평가하는 것도 그리 썩 유쾌한 일은 아닐 듯 싶다. 홍길동에 대해 우리가 의적이냐, 도둑이냐에 대해 끊임없이 논쟁을 일으키는 것처럼 칠수에 대해서도 우리는 다양한 의견을 내놓을 수 있으리라. 분명 칠수 씨는 이상한 도둑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의 행동은 분명 옳은 것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해서 그를 나쁜 도둑이라고 내몰기에는 그는 너무도 따뜻했다. 분꽃 모종이 잘 자라고 있는지 궁금하다며 솔바람 연립에 간다는 구절을 읽으며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것으로 나는 그를 용서하려 한다.

 

 

어린 시절 오해로 인해 전학한 이후로 만나보지 못했던 명화와 여옥이 따뜻한 포옹으로 마무리되는 [안개 나라 저편]을 읽으며 어린시절 오해로 인해 더 이상 연락하지 않는 친구들을 떠올려 보았다. 그들의 포옹을 보면서 그들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볼 용기를 가져본다. [쥐덫]은 쥐덫이 화자가 되어 풀어나가는 작품이다. 엄마 쥐가 쥐덫에 잡히자 안타까워하는 쥐덫은 생쥐 두 마리가 덫 안으로 기어들어 오자 달아나야 한다고 말해준다. 쥐를 잡기보다는 누군가의 보금자리가 되고픈 쥐덫의 마음이 '제 집으로 아는 걸까?' (본문 63p)라는 물음을 통해서 잔잔하게 그려졌다. [가늘고 긴 끈]은 오천 원을 훔친 채 축구화의 끈을 미처 묶지 못하고 서둘렀던 주유소의 학생, 그런 학생의 장래를 생각하고 일자리를 잃게 될까 조심스러운 엄마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척박한 세상에서 요즘은 볼 수 없는 엄마의 따뜻한 마음으로 훈훈해지는 작품이다. [햇볕싹]은 주차문제로 다툼을 하는 심술통 할머니와 차 주인 아저씨간의 싸움이 봉숭아 싹으로 화해되는 과정이 예쁘게 그려진 작품이다. 어쩌면 우리는 심술통 할머니와 차 주인처럼 서로 싸우고 다투면서 햇볕을 받지 못한 채 자라고 있는 봉숭화 싹과 같은 우리 아이들에게 세상의 온화함을 느끼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을 아닐까.

 

 

<<이상한 도둑>>에는 이 외에도 [아이와 개][노란 빛깔의 노래][할머니와 수거위][화가와 개구리]를 포함하여 총 9편의 단편이 수록되어있다. 우리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우리 일상에서 너무도 많은 것을 잊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을 들게하는 따뜻함이 묻어나는 작품들이었다. 오해와 불신 속에서 서로에게 벽을 쌓아가는 요즘 우리에게 이 작품은 봉숭화 싹, 분꽃 화분처럼 작은 배려와 이해, 관심이 단단하게 쌓여진 벽을 허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사진출처: '이상한 도둑'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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