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없는 동화책 창비아동문고 265
김남중 지음, 오승민 그림 / 창비 / 201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제목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책 표지에서 풍기는 쓸쓸함, 오묘한 책 제목에 이끌려 책을 읽게 되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창작동화임에도 불구하고, 동화가 없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차가운 현실을 의미했다. 대부분의 동화에서 보여주는 밝음, 아름다움, 순수함, 재미, 상상력을 과감히 배제시키고,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오롯이 담아냈다. 그랬다. 현 우리의 어두운 사회 속에도 어린이들이 있었다. 사회의 모순 속에 아이들은 고통받고 상처입고 있었으며, 어두운 현실에 힘겨워하고 있었다.

<<동화 없는 동화책>>은 차가운 현실 속에 내몰린 아이들을 주인공을 내세우고 있는데, 저자는 괴로운 세상 속에서 어디가 아픈지, 누가 슬픈지, 왜 그런지를 알아야 세상을 바꿀 수 있기에 이런 글을 쓴다고 했다.

동화는 생각보다 힘이 세요. 밝고 따뜻한 이야기만 동화는 아니에요. 밝고 따뜻한 곳을 향해 뻗어 가는 이야기가 동화라고 생각해요. (본문 197p)

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가 무엇인가를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다.

 

 

<<동화 없는 동화책>>에는 총 6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기철이는 어려운 수학 문제라도 포기하지 않고 한 단계 한 단계 나아가면 결국 답을 찾을 수 있는 수학을 좋아한다. 영어는 혼자서 공부하기 힘들지만, 선생님 설명만 잘 듣기만 하면 혼자 공부해도 그리 어렵지 않아 수학이 좋은 이유다. 헌데 수학을 잘하는 기철이가 수학경시대회 대표에서 빠졌다. 이유인 즉, 경시대회에 나가기 위해서는 중학생 실력이 되어야하고, 학원에 다니면서 준비를 해야하기 때문이란다. 기철이는 학원에 다닐테니 경시대회에 나가게 해달라고 한다. 하지만 기철이네 집은 학원을 보낼 수 있을만큼 넉넉한 형편이 아니었다. 학원을 다니고 싶다는 기철이와 보내지 못하는 부모의 심정이 담겨진 [수학왕 기철이] 이야기에서는 찌릿한 아픔이 느껴진다.

[날아라 장수풍뎅이]는 요즘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정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아빠의 실직으로 가정 형편은 더욱 어려워지지만, 아이들은 해야할 것도 갖고 싶은 것도 많다. 곤충채집 숙제로 마트에서 파는 장수풍뎅이가 갖고 싶었던 강건이에게 아빠는 숲 속에서 장수풍뎅이를 잡아주신다. 직접 채집했다고 선생님에게 칭찬을 받은 강건이는 4천원에 팔라는 친구의 꾀임에 아빠가 잡아주신 곤충을 팔아 군것질을 한다. 다음 날 학교 앞에는 산에서 직접 채집한 풍뎅이를 파는 아저씨가 나타나는데, 생일날 아빠에게 받은 만원으로 풍뎅이를 사기 위해 아저씨를 기다리던 강건이는 슬픈 현실과 맞닥뜨리게 된다.

 

 

[마지막 손님]은 태안 기름유출 사고로 인해 생계를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선미가 바라보는 시선으로 담아냈다. 기름이 밀려오기 전에 잡은 고기를 판매하고 싶은 어린 선미의 안쓰러운 마음과 다시 일어서기 위해 기름을 닦아내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혼자가 아니야]는 눈물을 글썽이게 하는 작품이다. 할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이랑이네 가족은 겨울이 되자 하루하루 살아가기가 너무 힘들다. 그나마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었던 공공 근로 일자리도 얻지 못해 힘들어하던 할아버지는 산불 감시원을 모집한다는 소식에 합격하기 위해 농약 통을 메고 달리기 연습을 한다.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이랑이와 살아가기 위한 할아버지의 마음에서 따뜻함이 느껴진다.

[그림같은 집]은 재개발로 갈 곳을 잃은 세 들어사는 식당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갈 곳을 잃은 사람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과 영산이네 가족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 경찰을 보며 영산이는 자신이 나쁜 편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경찰 아저씨들은 정의의 편이다. 나쁜 쪽이 아니라면 경찰 아저씨들이 도와주지 않을리 없다. 그렇다면 식당 사람들이 믿을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도와줄 사람도 없었다.

식당 사람들은 약하지만 나쁜 쪽이었다. 돈과 힘이 없어서 나쁜 건지, 나빠서 돈과 힘이 없는지 아무도 몰랐다. 영산이는 좋은 쪽이 되고 싶지 않았다. (본문 151p)

 

 

마지막 이야기 [크로마뇽인은 동굴에서 산다]는 아빠 엄마가 집을 나가고 남매 단둘이서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가는 내용이다. 너무 슬픈 이야기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아빠 엄마가 먹을 것을 가지고 돌아오리라 믿는 누나는 동생을 다독인다. 크로마뇽인으로 살고 있다는 상상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덮는 순간까지 마음이 아리고, 슬펐다. 동화책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주인공 아이들은 바로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아이들과 다름이 없었다.

사회의 모순, 처참한 현실에서 아파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런 사회에 내몰리게 한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었다. 내 아이에게는 세상의 아름다운 면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나 저자의 말처럼 알아야 바꿀 수 있음에,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런 동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깨닫는다.

슬프고 암담하고 아팠던 이야기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화 없는 동화책>>과 같은 이야기가 있기에 더 나아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갖게 된다. 돈과 힘이 없어서 나쁜 사람이 되는 우리 사회의 모순이 사라지기를 바래본다.

 

(사진출처: '동화 없는 동화책' 본문에서 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