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잎새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45
0. 헨리 지음, 전하림 옮김 / 네버엔딩스토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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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작 [마지막 잎새]의 내용을 너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탓인지 아주 오랫동안 오 헨리의 작품을 읽어보지 않았다. 학창시절 읽었던 [마지막 잎새]와 [크리스마스 선물]이 오 헨리 단편의 전부임에도 불구하고, 오 헨리의 작품을 전부 읽어본 양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네버엔딩스토리의 문고본 시리즈를 좋아하는 탓에 신작 소식이 들릴 때마다 관심을 갖곤 하는데, 이번에 출간된 <<마지막 잎새>>의 책 소개를 살펴보면서 내가 알고 있던 오 헨리의 작품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에 서둘러 읽어보게 되었다. 100년이 넘게 사랑받아 온 작품들은 학창 시절에 읽었던 느낌과 성인이 되어 읽는 느낌이 다소 틀리다. 반면 이 작품은 숲이 아닌 나무만 보면서 오 헨리의 전부를 안다고 판단했던 실수를 바로잡는 계기가 되었기에 오히려 신선한 재미를 주었던 작품이었다.

 

가을이 오는가 싶더니 어느 새 나뭇잎들이 떨어지고 차가운 바람이 겨울을 재촉하고 있다. 그런 탓일까? 표제작 [마지막 잎새]는 이 가을 밤에 아주 잘 어울리는 작품이었다. 경제 불황, 경쟁 사회의 구조에 의한 병폐로 자신의 삶을 놓아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주 접하게 된다. 존시 역시 아프고 힘들었던 자신의 삶을 지탱하는 것이 지치고 힘들었으리라. 의사 말했듯이 그 어떤 약도 살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면 무용지물이 된다. 그 어떤 고난 앞에서 이겨내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는 그 삶은 더욱 비참할 수 밖에 없으리라.

떨어지는 낙엽을 세며 마지막 잎이 떨어지는 것에 자신의 목숨을 걸었던 존시, 그러나 현명한 베이먼의 걸작이 있었기에 그녀는 다시 삶에 대한 의지를 갖게 된다.

 

그러나 보라! 밤새도록 쉬지 않고 몰아친 강풍과 세찬 빗줄기에도 불구하고 벽에는 아직 하나의 잎이 또렷이 살아서 붙어 있었다. 담쟁이덩굴의 마지막 잎새였다. 비록 가장자리는 거센 비바람에 울퉁불퉁한 톱니 모양으로 헤어지고 색도 누렇게 바랬지만, 아직도 줄기 부근엔 푸른 색이 짙게 남아 있는 틀림없는 잎이었다.

"......저 마지막 잎새로 저렇게 끝까지 살려고 애쓰는데....그걸 보고 내가 얼마나 못됐었는지 깨달았어. 죽고 싶어 하는 건 죄를 짓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말이야." (본문16,18p)

 

삶이란 마음 먹기에 따라서 이렇게 달라진다. 이 작품에서 보여지는 그림에 의한 마지막 잎새가 아니더라도, 가로수에 매달린 나뭇잎들을 보자. 거센 비바람에도 살려고 애쓰는 나뭇잎들을 볼 수 있으리라.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거센 비바람을 만나게 된다. 그 비바람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은 '내 의지'에 달려있음을 우리는 존시를 통해서 알 수 있었다.

 

남편을 사랑하는 아내의 마음,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의 마음이 담겨진 [크리스마스 선물]은 서로를 위한 값진 희생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어김없이 텔레비전을 통해서 접하게 되는 이야기지만, 그 때마다 전해지는 뭉클한 감동이 오 헨리의 글로 만나니 그 느낌이 더욱 배가 된다. 자신의 값진 보물을 어리석에 희생시킨 바보 같은 두 사람의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라는 저자의 표현이 너무도 값진 희생이며 현명한 사람들이었던 이들의 이야기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반어적인 힘을 준다. 이 이야기는 크리스마스가 되면 어김없이 우리들의 차가워진 마음을 녹여줄 것이다.

 

자신의 삶을 쉽게 포기한 또 하나의 인물 소피, 그는 이 겨울을 교도소에서 보내기 위해 죄를 지으려 한다. 그러나 그것이 녹록치 않을 때 들려온 오르간 연주의 선율에 그는 절망적인 운명에 맞서 싸워 보고자 하는 의지를 갖는다. 하지만 그는 너무도 쉽게 교도소에 가게 되는다. [경찰관과 찬송가]에서는 타락한 일상, 헛되 욕망, 사라져 버린 소망, 망가진 재능, 짓눌린 의지 등이 가져온 슬픈 결말을 보여준다. 결국 헤어나오지 못한 그가 빠져 버린 비극의 구렁텅이에서 그는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의 헛된 삶이 가져온 결말이었다.

 

사회적 약자나 낙오자들의이야기를 주로 쓴 오 헨리의 작품 속에 잔잔한 러브스토리가 담겨진 [메뉴판에 찾아온 봄]에 이어 수록된 [추수감사절의 두 신사]에서는 추수 감사절의 삐뚤어진 관습에 관한 이야기다. '관습'을 향해 꼿꼿하고 위엄있는 모습을 가진 노신사는 사흘 동안 아무것도 못 먹고 굻은 상태였다. 베품의 기쁨이 가문이 이름을 건 자존심으로 아사 상태가 된 노신사의 모습이 측은하기만 하다. [개관천선]은 사랑으로 인해 절도범에서 정직하게 사려는 지미 앞에 놓인 갈등의 순간에 현명한 형사 벤 프라이스가 있어 달라진 그의 삶을 보여주었으며, 두 친구 사이의 약속을 담은 [이십 년 후], 그 외에도 [운명의 충격][붉은 추장의 몸값][물레방아가 있는 교회] 등 이 작품에는 오 헨리의 대표작 10편이 수록되어 있다.

 

그의 작품에는 오 헨리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5년형을 선고 받고 교도소에 수감된 그는 딸의 양육비를 벌기 위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는데, 출소 후에도 평탄치 못했던 그의 삶은 작품의 밑거름이 되어주었다. 그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사회의 약자이며 낙오자들, 그리고 소시민이었다. 힘든 일상, 더 이상의 희망도 없을 듯한 삶 속에서도 희망이 존재한다는 것을 오 헨리는 작품을 통해서 그들에게 용기를 주려 했던 것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절박한 삶 속에서도 살고자 하는 의지는 삶을 더욱 견고히 해준다. 저자는 힘들었던 자신의 삶에서 작품 활동을 통해 행복을 느끼듯이 다른 이들에게도 행복을 찾아주고 싶었던 것을 아닐런지.

생각지도 않은 결말을 보여 준 작품(ex.경찰관과 찬송가)도 있었고, 뭉클한 감동은 준 작품(ex.크리스마 선물)도 있었으며,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는 작품(ex. 메뉴판에 찾아온 봄)도 있었으며, 삶의 용기를 선물하는 작품(ex. 마지막 잎새)도 있었다.

저자는 그렇게 우리의 삶이 그리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님을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었다. 행복은 바로 우리 가까이에서 우리는 기다리고 있다. 자신을 바라봐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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